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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 뗀 남아 '가다실' NIP…임상현장 성패는 인식전환

발행날짜: 2026-05-20 17:29:09

한국MSD, '남자 청소년 예방 의의' 조명 미디어 세션
"사회적 인식 개선으로 0.2% 백신 접종률 정체 깨야"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인유두종바이러스(HPV) 국가예방접종(NIP) 사업이 만 12세 남성 청소년까지 전격 확대되면서 임상 현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감염학 전문가들은 '자궁경부암 백신'이라는 오인과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는 것이 향후 국가적 집단면역 형성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평가다.

인하대병원 김동현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남성 HPV NIP 사업이 예방적 측면에서 임상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고 진단했다.

한국MSD는 20일 서울 성암아트홀에서 'HPV NIP의 새 기준, 남녀 모두 접종' 미디어 세션을 개최하고, 이달 6일부터 시행된 만 12세 남성 청소년 대상 HPV NIP 확대의 임상적 의의와 향후 과제를 공유했다.

이번 NIP 확대 대상은 2026년 기준 초등학교 6학년에 해당하는 2014년 출생 남성 청소년으로, 출생 월과 관계없이 전국 지정 의료기관에서 4가 HPV 백신을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

여성과 다른 '지속성 감염' 역학 주목해야

이날 세션에서는 최근 국내 남성들 사이에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HPV 감염 역학 데이터가 공개됐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HPV 신고자 수는 2020년 1만 1만 945명에서 2024년 1만 1만 4534명으로 4년간 약 32.8% 증가했다. 특히 남성의 경우 같은 기간 117건에서 214건으로 82.9% 급증하며 방역 대책의 필요성을 입증했다.

또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 남성 4만 406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전체 대상자의 59%가 HPV DNA 양성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나 실제 유병률은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자로 나선 인하대병원 김동현 교수(소아청소년과)는 남성 HPV 감염이 가진 독특한 임상적 특성을 짚으며 조기 접종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김동현 교수는 "연령 증가에 따라 감염률이 점차 감소하는 여성의 패턴과 달리, 남성은 20대부터 40대까지의 감염률이 약 40~50% 수준으로 장기간 높게 유지되는 독특한 역학적 특성을 보인다"며 "여성에 비해 바이러스의 자연 소실 속도가 느리고 재감염률이 높으며, 무증상 상태로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주요 매개체(Reservoir)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남성 접종 없이는 감염 고리를 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HPV는 자궁경부암 외에도 생식기 사마귀, 항문암, 외음부암 등을 유발하는데, 생식기 사마귀의 경우 2024년 기준 국내 남성 환자가 4만 8017명으로 여성(9600명)보다 약 5배나 많아 남성 당사자의 질병 부담도 심각한 수준이다.

9~13세 조기 접종 시 임상적 이점 확실

김동현 교수는 청소년들의 성 경험 연령 변화 등 변해가는 보건 환경을 학계와 사회가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요즘 아이들의 성 경험 시기가 빨라지는 현실에 대해 도덕적, 종교적 잣대로 논쟁하기보다, 의학자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가장 객관적이고 냉정한 의학적 충고를 제시해야 한다"며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전인 청소년기에 접종을 완료하는 것이 의학적으로 가장 확실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학술적으로도 청소년기 조기 접종의 임상적 유효성은 명확히 입증된 상태다.

캐나다 3개 지역 센터에서 9~13세 여아 및 16~26세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된 3상 무작위 임상연구(JAMA 등 게재)에 따르면, 면역 반응이 활발한 9~13세 아동에게 4가 HPV 백신을 2회(0, 6개월 스케줄) 접종한 군은 16~26세 성인 여성에게 3회 표준 접종한 군과 비교했을 때 HPV 16형 및 18형에 대한 항체 기하평균역가(GMT) 측면에서 유의미한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즉, 소아기에 접종할 경우 적은 횟수로도 성인 이상의 강력한 면역원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가수 불일치' 우려 속 의료 현장 협력 과제

정부의 전향적인 NIP 확대에도 불구하고 임상 현장 앞에는 여전히 과제가 산적해 있다.

2024년 기준 국내 2011년생 남성 청소년의 HPV 백신 접종률은 단 0.2%에 불과할 정도로 남녀 간 예방 격차가 극심한 상황이다. 백신에 대한 오인으로 남아 부모들의 접종 자발성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개원가 등 일선 진료실에서는 사회적 인식과의 괴리에 따른 혼선도 예상된다.

이미 국내 여아 부모들은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더라도 예방 범위가 넓은 9가 백신을 선택하는 것이 보편적인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 남아 NIP는 예산 한계 등으로 인해 4가 백신으로만 한정되면서, 남녀 간 '백신 가수(Valency) 불일치' 현상이 벌어지게 됐다.

이로 인해 진료실에서 보호자들에게 비급여 전환이나 교차 접종 가능성을 설명해야 하는 의사들의 피로감과, 지갑 사정에 따른 의료 양극화 우려도 교차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MSD 백신사업부 조재용 전무는 "HPV는 남녀 모두 감염되고 관련 질환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임에도 그동안 남성 접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았다"라며 "이번 도입을 기점으로 남녀 모두 접종의 중요성을 널리 알려 남성 청소년 접종이 의료 현장에 원활히 정착될 수 있도록 다각도의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동현 교수는 "12세는 남자 아이들의 2차 성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로, 부모님들은 자녀의 성장 발달 확인과 함께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Tdap) 6차, 일본뇌염(IJEV) 5차 등 필수 접종과 더불어 HPV 접종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그동안 지속된 남녀 간 예방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의료 현장의 끈질긴 홍보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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