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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광고 규제, 해도 너무한다" 범법자 양산<1>

구영진
발행날짜: 2004-12-06 06:50:12

단속때마다 무더기 적발...직업자유권 제한 등 비난

|특별기획| 병의원 대중광고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10월 1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의료제약 등 서비스산업 부분에 대한 규제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어 의료광고 내용과 매체범위 제한규제도 대폭 완화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의료계 내외적으로 의료광고에 대한 법률개선 움직임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메디게이트 뉴스는 현 시점에서 의료광고 위반사례와 의료광고를 둘러싼 논란, 개선방안 논의점, 효율적인 광고전략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의료광고 위반 실태
②광고규제 논란과 개선방안
③효율적인 광고전략
------------------------------------------

“의료광고법을 위반하셨다고 신고가 들어와 현지조사가 실시됩니다.”

서울 압구정에서 성형외과를 운영 중인 P원장은 불황여파로 내원환자 수가 줄어들자 홍보물을 제작해 인근 주택가에 돌렸다가 보건소에 의료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강남구 도곡동에서 안과를 개원중인 K원장 역시 의료광고 위반건으로 행정처분을 받았다.

"홈페이지에 라식수술과정을 소개했을뿐 병원에서 시술을 하지 않고 있는데도 의료광고 위반이더군요. 시간끌기도 싫고해서 그냥 과징금을 내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광화문에서 의원을 열어 30년째 진료 중인 B원장의 경우 최근 간판을 새로 달았다가 표기내용이 문제되면서 의료법 위반으로 적발돼 업무정지를 당했다.

강남구 형사처분 고발 중 절반이 의료광고관련
강남구 보건소에 따르면 올해 의료광고 위반을 포함한 형사처분 고발 건수는 총 52건으로 이 가운데 의료광고 관련 고발이 50%인 25건을 차지했다.

고발된 내용은 쿠폰발행과 백화점 할인권 연계, 홍보물 제작과 홈페이지 관련 위반사항, 클리닉 할인 이벤트 실시 등이다.

강남구 보건소 의약과 김신자 주임은 “민원이 접수되면 거의 100%의 병의원이 의료광고 위반사례에 해당돼 처분 조치를 받게 된다”며 “강남구의 경우 1,600여개가 넘는 병의원이 밀집돼 경쟁을 펼치다보니 가장 말도 많고 탈도 많다"고 소개했다.  
 
강남구 보건소 의약과 이민숙 주임 역시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안과 등의 홈페이지는 거의 모두 불법 의료광고가 판을 치고 있어 아예 들어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위반 사실을 보게 되면 단속처리를 해야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취재 중간에도 병의원 이름과 간판 관련 문의전화 3건이 접수됐다.

서울시, 허위ㆍ과장광고 192건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1일 서울시 의료광고 실태 및 단속현황에 따르면 9월 현재 서울에서 개원 중인 총 3969개 병의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378개 기관이 적발돼, 106여 곳이 관련법 위반으로 고발 조치를 받았다.

위반 내용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허위ㆍ과장광고가192건으로 50.8%를 차지했고, 간판 등 표기문제가 151건으로 39.9%를 기록했다.

단속현황 결과, 25개 기관이 영업정지를, 33개 병의원이 과태료 조치를, 7건은 자격정지를 받았고, 313개 병의원이 시정경고 처분을 받았다.

위반내용을 살펴보면 '의원'을 병원ㆍ종합진료ㆍ클리닉 등으로 표기한 의료기관 종별표기 위반과 전문의가 아님에도 명칭표시판에 전문과목을 표시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H소아의원', 'D부인과의원', 'F성형의원' 식으로 의료기관 명칭에 특정 진료과목유사 명칭을 사용해 혼동을 일으키고, 보톡스, 비만크리닉, 항문외과, 통증크리닉, 장전문크리닉 등 의료법에 규정돼 있지 않은 진료과목을 표시한 경우도 흔했다.

여성잡지와 일간지 광고 67%가 미용관련
의료광고 폐해 사례는 보건소와 서울시 이외도 여성잡지와 일간지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 YMCA 시민중계실에서 지난 2001년 8월 실시한 여성잡지에 실린 의료광고 실태 조사 결과 총432건의 의료광고 거의 모두가 불법 광고인 것으로 밝혀졌다.

적발된 불법광고는 일반성형이 34.3% 피부미용이, 19.8% 체중감량이 12.4% , 라식수술이 9.2% 순으로 나타난 가운데 67%가 미용과 관련된 것이었다.

최근에는 일간지와 아침 무료일간지 등을 통해 성인만화 섹션에 기사형 의료광고와 함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 등을 삽입해 남녀 성기능과 관련한 내용의 무분별한 불법 의료광고가 행해지면서 의료광고 저질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 홈피 의료광고 위반사항 다반사
인터넷을 이용한 의료광고도 위반·적발 사항이 부지기수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병의원이 빠르게 늘면서 특히 성형외과 의원 등 상당수가 수술 전후 비교 사진과 함께 성형수술 장면이 담겨있는 동영상을 버젓이 게재하고 있었다.

현재도 인터넷 검색 사이트를 통해 ‘성형외과’를 검색한 후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서울 S 성형외과, Y와 G 성형외과 등의 홈페이지에 의료광고 위반사항에 해당하는 수술 전후 비교 사진이 올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소비자문제 연구시민모임이 2002년 5월과 6월 ‘병의원 홈페이지 관련 의료광고 실태조사결과’를 실시해 성형외과 안과 피부과 등 총 273개 병의원 중 54.2%인 148개 병의원이 위반사항을 적발했다는 발표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의료법시행규칙에 의거, 의료기관 홈페이지에는 수술전후 사진 게재와 동영상 제공, 온라인 상담 등을 통한 환자 유인 행위, 진료비 할인, 특정 환자(인기연예인 체험기)의 경험담 등을 올릴 수 없음에도 상당수의 홈페이지 운영 병의원이 이 규정을 어기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2년 8월, 전국 1500여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 병의원 조사를 벌여 병의원 300여곳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무더기 고발했었다.

현 의료광고 규제는 너무 과도해...
위에 나열된 수많은 의료광고 위반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듯이 현 의료광고는 의도하지 않은 수많은 의사들마저도 의료광고법 위반으로 범법자를 생산해 내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 의사회 박영우 법제이사는 "의료광고는 의료소비자인 국민 생명과 건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일정 제한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재와 같이 의료광고의 범위나 방법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규정으로 헌법상 보장된 의사의 행복추구권과 직업적 자유권을 필요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보건과 오국현 의료관리팀장도 "현행 의료광고는 이전의 사고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의료시장 전면 개방 등을 눈앞에 둔 시대현실에도 부합되지 않는 면이 있어 새로운 의료환경과 현실에 맞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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