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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공황장애, 너희들 꼼짝마!"

구영진
발행날짜: 2005-03-03 06:47:33

인제대 백병원 신경정신과

백병원 신경정신과 스텝, 레지던트 , 임상심리 검사실 팀까지 모두 함께
50세 기러기 아빠, 50대 주부, 30대 신원미상 남성, 20대 직장여성, 정.관계 인사, 20대 중반 유명연예인까지... 최근 자살로 우리곁을 떠나간 사람들의 일부목록이다.

놀랍게도 한 해 1만932명이 자살로 우리 곁을 떠나고 있으며, 이 가운데 80%가 우울증 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왜 사람들은 '자살' 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게 되는 걸까?'에 대한 의문을 풀어주고 우울증 이외에 심리적 공황과 장애를 극복,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만들어 가는 인제대 백병원 신경정신과를 이번주 의국탐방에서 만나본다.

레지던트 6명, 면담치료와 약물치료 병행

인제대 백병원 신경정신과에는 현재 6명의 레지던트가 수련 중이다.

3월 1일부터 정식 발령을 받았지만 지난 21일부터 병원 생활을 시작한 레지던트 1년차 최 종 전공의부터 상계 백병원에 파견중인 2년차 이창수 전공의, 3년차 김나영, 배정훈 전공의, 드디어 4년차의 길에 접어든 김응석 치프와 김민숙 전공의가 그 구성원이다.

요즘 사람들은 무의미(無意味)와 무절제(無節制), 무신경(無神經)이라는 '3무 시대'를 살고 있다는 말까지 등장하고 있어서 일까

신경정신과 전공의들은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다고 운을 뗀다.

"신경정신과는 정신이상 등의 큰 장애를 가지신 분만 찾는 곳이 아닙니다. 오히려 환자는 의식못하지만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증세의 원인이 마음속 불안이나 심리적 장애요인에 의한 경우도 많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시대의 급격한 변화와 다양한 고통 속에서 여러가지 심리적 불안요인이나 장애, 공포 등을 경험하고 생활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풀지 않고 쌓아두게 되면 나중에 큰 병이 되거나 극단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게 되지만 '병원에까지 가는 것은 좀...'이런 사고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생겨난다고.

신체적으로는 과민성 재당 증상이나 만성 피로 증후군, 음식 섭취에 이상을 보이는 섭식 장애 등까지 신경정신과에서 다루는 범위는 예상보다 훨씬 다양하며 치료의 기본은 면담치료와 약물치료가 병행 실시된다고 전해준다.

"이번 유명연예인 자살 사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비롯한 증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진 것 같아요." 4년차 김응석 치프의 말이다.

"새 환자는 아니지만 예전 환자로 치료를 중단했던 환자 들이 다시 병원을 찾더라구요. 자가 진단법으로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는 웹 사이트 등도 방문자수가 보통 3배에서 많게는 5배 정도 증가했다고 들었습니다."라고 덧붙인다.

환자와의 공감(empathy)이 외과의사의 손

인제대 백병원은 공황장애, 스트레스성 질환, 인지·행동치료 등 각종 불안 공포 치료 등 신경정신과 질환 중에서도 신종 질환 치료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물어보시면 알겠지만 신경정신과를 택하는 경우는 대부분의 전공의들이 학부때 전공을 정해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 자체에 대한 관심에서 촉발되기도 하고 여러가지 경우가 있지만 오히려 환자를 치료하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많은 공부의 필요성과 책임감 등을 느껴가게 되죠." 3년차 김나영 전공의의 설명이다.

4년차 김민숙 전공의 역시 학부때부터 신경정신과 수련을 결심한 케이스, 환자가 들려주는 말을 잘 들으며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환자때문에 고민하고, 환자가 나아지면 즐거워지는 생활이 자신은 만족스럽단다.

"역사가 짧은만큼 크고 빠르게 변화하는 곳이 신경정신과에요. 환자를 볼 때 많은 환자를 치료하기 보다는 한 환자를 더욱 꼼꼼히 치료하고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합니다."

의국 생활을 시작한지 일주일 정도되서 말을 하는 모양이나 행동에 힘이 바짝 들어가 군대에 갓 들어간 이등병을 연상시키게 만드는 1년차 최 종 전공의는 의국 생활에 대한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외과의사의 손에 비유되는 환자와의 공감(empathy)을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많이 배우면서 환자들의 아픔을 치료할 수 있는 그런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어려운 점이 생기면 선배들에게 달려가 풀어나가면서 좀더 현명한 해결책을 찾아나갈 겁니다."

"심봉사 눈을 뜨듯 상처와 아픔을 치료합니다"

계절적으로 아지랑이 피어나는 봄이 되면 환절기에 감기환자가 늘듯 조울증 환자가 증가한다고 한다.

"가수나 유명 작곡가 분들이 조울증을 가지신 분이 많아요. 환자보호차원에서 성함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과대망상이나 심한 조증과 울증을 겪으면서 사회적 기능이 황폐화 되죠. 경계점은 이 사람이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라고 보시면 되구요, 이럴 경우엔 병원에 입원해서 적극적인 치료를 행해야 합니다." 김응석 치프의 설명이다.

범 불안장애, 스트레스, 정신분열증, 피로 증후군, 고소공포증, 대인공포 등 수없이 많은 병명이 쏟아져나오는 신경정신과지만 상계백병원에서 파견 근무중인 2년차 전공의는 '신경정신과는 행복의 과학'이라고 말하고 싶단다.

갈등을 풀어나가면서, 환자가 '질병과 싸우는 것을 도와주는 역할'을 의사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과학이 신경정신과 라는 것.

"심봉사가 눈을 뜨게 하고, 말을 못하는 환자가 아픔을 덜어내고 말을 하도록 만드는게 저희가 하는 일이죠. 환자 상태에 가슴아프고 공감하면서 오히려 나아지는 건 우리 자신들이니까요."

환자를 애틋하게 생각하는 신경정신과 전공의들의 마음을 자살예방사이트 생명의 전화(www.savelife.or.kr) 메인에 있는 시가 참 의미심장하게 잘 표현하는 듯하여 소개한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정호승-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 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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