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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를 다 가진 게 의사다"

안창욱
발행날짜: 2005-06-27 12:11:00

서울아산 조우신 교수 에세이...가슴속 사연 담백한 고백

2003년 의사협회 제1회 의사문학상을 수상하고, 2003년 ‘한국수필’에서 신인상을 받은 서울아산병원 조우신(정형외과) 교수가 최근 ‘그리울 땐 그리워 하자’ 자선에세이를 출간해 화제다.

그는 수필집에서 정형외과 전문의로 지금까지 2500여례의 인공관절수술을 하면서 겪었야 했던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이야기를 하나 하나 꺼집어냈다.

그는 책에서 앞으로를 생각하면 의사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며 3D 업종이라고 적었다.

일례로 그는 “(과거에는) 의사가 하는 치료는 절대적이어서 아무리 잘못을 해도 그저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가 고작이었다”면서 “그래서 어른들이 나에게 이 다음에 커서 무엇이 될 거냐고 물으면 서슴없이 의학박사가 되겠다고 대답하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어렵사리 공부를 하고 힘든 수련과정을 마쳐 겨우 사람 노릇을 하려고 하였더니 돈을 다른 직종보다 많이 번다는 단순 비교를 앞세워 존경은 고사하고 좋지 않은 말을 더 들으니 의사란 직업은 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그는 “헌신적이고 할 만한 가치가 있고 위엄이 있다는 것은 상대적”이라면서 “이를 받아주는 사람이 의사란 그저 돈만 아는 장사꾼과 다를 것이 없고, 한 치의 실수도 인정하지 않으며, 치료의 결과가 나쁘면 그 과정에 관계없이 책임만 묻는다면 의사란 직업은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직업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의사란 직업은 신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련을 받다가 좀 힘이 들면 도망을 가버리고, 세파에 민감해 돈벌이가 되지 않는 전문과목은 아예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무엇보다도 의사가 좋은 직업이 아니라는 것은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왔을 때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흔두 살 할머니가 수술을 받고 나서 몇 시간 뒤 사망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유족들에게 “도의적인 책임은 느낍니다. 보호자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라고 하자, 유족은 “이 사람이 말로 때우려고 하나?”라고 대들었다고 한다.

그는 “고인은 자신의 몸을 담보로 어수선한 치료실에 방치된 채 유족들이 한 밑천 잡으려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라며 “그렇지 않고서야 편안히 모실 생각을 않고 흥정부터 하려고 하니 말이다”라며 허털한 감정을 털어놨다.

또 그는 ‘무작정 상경’이란 글에서 “지금도 많은 병원, 특히 중소병원이 문을 닫고 있다. 경영이 안되는 것”이라며 “여관비보다 싼 병실을 운영하려니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의료비를 정부에서 책정하면서 병원이 망하면 원장의 경영 미숙으로 돌린다면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편법으로 이를 메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조건적인 친절을 강요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론을 폈다.

조 교수는 “환자에게 존댓말을 쓰고, 오고갈 때마다 머리를 숙여 공손히 인사하고, 환자가 잘못해도 옳다고 맞장구를 치는 것일까? 병이 낫든 말든 그저 비위만 잘 맞춰 주는 의사가 친절한 의사일까?”라고 화두를 던졌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낯간지러운 친절보다는 실제로 도움이 되는 진정한 친절을 필요로 하고, 업무와 관련이 없는 친절보다는 업무의 진가가 발휘되는 친절과, 강요되어 별로 내키지 않는 친절보다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도 현실 감각에 맞게 바꾸어야 한다며 오늘날의 의료 현실을 개탄했다.

선서중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써 의술을 베풀겠노라’에 대해 그는 “양심적 치료를 하면 바보 취급을 받는 것이 오늘날이다. 양심적으로 생각해서 치료에 꼭 필요한 조치를 하였는데도 과잉진료라고 삭감을 당하고, 이것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한 것처럼 매도되니 양심을 차리면 나쁜 의사가 되고 재주껏 양심을 속이면 좋은 의사가 되는 세상”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밖에도 조 교수는 술을 잘 하지 못해 잔이 오면 마시는 척하다가 냉면 그릇에 술을 비우다 과장에게 틀켜 야단 맞은 얘기며, 예의 없는 환자를 골탕 먹였던 기억, 우리의 어머니들, 촌지로 술을 받고 일어난 에피소드 등을 솔직 담백하게 그렸다.

조우신 교수는 76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93년 존스홉킨스대학에서 수학했으며, 저서로는 ‘때론 의사도 환자이고 싶다(1999년)’, ‘선생님 무릎이 아파요(2001년)’, ‘무릎의 인공관절술(2004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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