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에 줄치고 수박되길 기다리는 게 의학전문대학원제도다”
의료와 사회 포럼과 의협신문는 3일 ‘한국 의학교육의 미래, 의학전문대학원이 대안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서울의대 한준구 기획조정실장은 “의학전문대학원이 전문 연구인력 양성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미국 통계에서도 4+4 학생들의 학문지향성은 2+4 학생들과 비교해 더 낮은 것으로 나와 있고, 군 복무 의무가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학생들의 고령화로 인해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조동근 대표는 “4+4가 된다고 임상 분야 이외에 타 분야로 진출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의사 가운데 법의학자가 필요하면 로스쿨에 가서 배우면 되는데 교육부는 2+4제도에 대한 현실진단 없이 4+4를 던져놓고 맞추도록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기초의학자를 육성하기 위해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경북의대 조동택 교수는 “교육부가 4+4제도를 도입하면 기초의학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강변하는데 분명한 것은 제도 도입 취지가 입시과열을 막자는 것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의학전문대학원제도는 노동부나 산업자원부에서 하고 있는 실직자 재교육과정과 같다”면서 “제도 도입을 위한 사전 준비도 돼 있지 않아 호박에 줄치고 수박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교육부를 맹비난했다.
특히 조 교수는 “교육부는 기초의학교육 교수를 늘리겠다는 당근을 던졌고, 그래서 경북의대도 전환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기초의학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교육자를 가진 의대는 절반도 안된다는 점에서 4+4는 우격다짐”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조 교수의 주장은 경북의대가 2006학년도부터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학내 불만이 여전히 팽배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날 토론자로 나온 한 의학전문대학원 학생은 토론을 맡은 가톨릭의대 맹광호 교수가 “학부 전공이 도움이 되나”라는 질문에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학부에서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다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한 이 학생은 “나중에 개원할 때 병원 설계할 때 빼고는 거의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해 토론장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그는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학생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자연계열 전공자들이 80~90% 이상”이라고 말해 진학이 취업난과 관련이 있다는 경북의대 조동택 교수의 발언과 일맥상통했다.
반면 과거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를 기획했던 허갑범 연세의대 명예교수는 “고등학교에서 획일적 교육을 받고 의대에 진학하는 문제나 예과 2년 과정, 본과 4년간의 도제식 교육, 비인기과 수련 기피, 인턴 문제 등을 놓고 볼 때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반론을 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 토론자 대부분이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에 반대해 찬반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교육부에서 아무도 참석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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