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건강보험 심사제도 이대론 안된다
건강보험 심사제도에 대한 불만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거덜난 건강보험 재정 때문이다. 돈이 없다 보니 건강보험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심사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심사의 합리성 일관성도 부족하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건전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 마련과 의료 행위와 급여기준과의 관계정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평원의 독립성과 전문성도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재정 누수의 주범중 하나로 의료계를 지목하며 허위 부정청구 색출에 매달리고 있다. 건강보험 심사제도의 실태를 4회에 걸쳐 진단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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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탄| 의료현실 외면하는 심사기준
|제2탄| 합리적 심사기준 마련 시급
|제3탄| 재정건전화 근본대책 세워라
|제4탄| 심평원 독립전문기관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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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5년째 피부과의원을 개업하고 있는 김준협(38세, 김준협피부과의원) 원장은 지난해 11월 제주지법에서 사기죄(허위청구)로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김 원장은 의학적 소신에 따라 이른바 비급여로 처리해야 될 환자의 상병명을 급여로 바꿔 청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 원장은 “오지 않은 환자를 청구하거나 부풀려 청구한 적이 단 한건도 없다. 그런데도 의사의 소신진료는 완전히 무시되고 심평원이 정한 잣대에 맞지 않는다고 처벌하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여드름 치료 등 부문에서 973건의 사기 혐의을 받고 있는 그는 1심 판결에 불복, 5일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현행 심사기준으론 의사가 양심과 의학적 지식에 따라 질병을 판단하고 치료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보험에서 인정하지 않는 행위는 불법으로 간주된다. 이로 인해 소신진료를 할 수 없다는 게 의사들의 불만이다.
환자를 위한 진료를 펼치더라도 심평원이 정한 심사기준에 어긋나면 삭감당하거나 운 나쁘면 사기범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허위청구 등으로 고발된 의료기관은 모두 683곳이다. 이 가운데 24곳이 형사 고발됐고 98곳은 부당이득금을 환수 당했다.
400곳은 업무정지와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았다. 2001년에는 640곳의 의료기관이 적발돼 84곳이 형사고발 됐다. 이로 인해 지난 2년간 15명의 의사가 구속됐다.
심사기준도 합리적이지 못하다. 전문가들은 의학적 타당성이 부족하거나 의학기술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의학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환자의 상태나 의학적 요건에 상관없이 병행약제요법, 병행검사, 약물요법, 복합물리치료는 증상의 경중에 관계없이 인정받지 못한다.
한국인의 60~85%가 보균자일 만큼 광범위하게 감염되어 있는 H.Pylori 균에 대한 치료의 경우 마찬가지다. 양성반응을 보이는 위염 환자도 삭감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균은 위염이나 위궤양이나 위암 림프암 모두에서 발견되고 있다.
동일 진료행위나 약제을 투여한 경우도 기준이 제각각으로 들쭉날쭉이다.
한 예로, 모낭염과 피부염 환자에게 투여된 ‘덱사메다손’ 주사에 대해 작년 3,4월엔 100%조정된 반면 거의 동일한 빈도로 청구한 5,6월엔 일부만 조정됐다.
부산에선 주사제 사용률이 64%로 나온 한 의원에 대해 다른 의원은 평균 40%라는 이유를 내세워 삭감한 경우도 있다.
임의 비급여를 제한함으로써 의료의 질과 환자의 선택권이 제약을 받고 있다.
진료과정에서 환자의 편익을 높일 수 있는 의료행위나 신기술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본인부담으로 환자가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급여와 비급여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심평원은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심사담당자인 B씨는 “보험공단이나 심평원에서도 비급여대상인지 정확한 분류가 쉽지 않아 진찰한 의사에 따라 진단이 다르게 나타날 여지가 있는 경우는 의사의 판단을 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2월 28일부터 18일간 부당보험급여 의사단체와 의학회를 상대로 심사사례를 접수한 결과 모두 106건이 접수됐다.
과별로는 재활의학회가 20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정형외과 개원의협의회(17건), 마취통증의학회 와 신경과학회 (8건), 흉부외과학회 (5건) 등의 순이었다. <제 2탄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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