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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비 1억지원은 꿈"...자비털어 전전긍긍

안창욱
발행날짜: 2006-02-06 07:15:25

의대 연구자 기금 고작 수백만원, 단기과제만 수두룩

|특별기획|의대 연구환경 대수술 시급하다

최근 황우석 교수의 연구논문 조작사건이 불거지면서 연구자들의 윤리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연구자들의 열악한 연구환경과 단기적 성과 중심의 연구풍토를 지양하지 않는다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는 우려 역시 높다. 국내 의과학자들의 연구 고충을 들어보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잘 나가는 교수도 연구비 없어 허덕
②단기간 연구업적 못 내면 도태
③기부 늘리고, 10년을 내다보자

의대 교수 대부분 연구비 쥐꼬리
순천향대병원 김성용(외과) 교수는 지난해 ‘암 전이의 조기진단 및 새로운 치료방법을 연구하는 국제학회(OOTR)’ 학술대회에서 ‘유방암 환자에서 세포고사 억제 유전자의 발현과 임상적 의의’라는 논문을 발표해 ‘젊은 연구자상’을 수상했다.

젊은 연구자상은 OOTR학회가 40대 초반까지의 임상연구자 가운데 우수한 연구업적을 세운 연구자를 선정해 표창하는 상이다.

그러나 김 교수가 이 연구를 위해 쓴 연구비는 고작 수백만원이 고작이다.

그것도 외부 연구비를 따낼 수가 없어 후배들과 십시일반 갹출해 연구를 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우리 같은 연구자 입장에서는 연간 1억원 이상의 연구비를 쓴다는 것은 꿈같은 얘기”라면서 “더도 말고 1천만원만 후원해 줬으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임상연구지원센터
젊은 교수일수록 열악
최근 사이언스 논문 조작 사실이 드러난 황우석 교수나 일부 스타 연구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연구자들, 특히 주니어 교수들의 연구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연구비가 부족해 다른 연구소의 실험기자재를 빌려 쓰거나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아가며 그야말로 불투명한 미래에 도박(?)을 하는 연구자들이 태반이라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서울아산병원 전상룡(신경외과) 교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척수장애환자들을 대상으로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전 교수는 식약청으로부터 임상시험연구 승인을 받았지만 연구비를 구할 수 없어 연구를 포기할까 생각도 했다고 한다.

운이 좋게도 모기업체로부터 조건 없이 1억원을 지원 받아 2명의 척수장애환자로부터 골수를 채취해 자가이식을 한 상태지만 최근 들어 또다른 현실이 그를 괴롭히고 있다.

적어도 10명 이상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해야 하지만 환자 1인당 1천만원에서 1천5백만원의 치료비가 들어가는데다 추가비용이 만만치 않아 1억원으로는 비용이 턱 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러자 전 교수는 연구 자체보다 지금까지 투입된 연구비용과 앞으로 더 들어갈 돈을 계산하고, 모자라는 연구비를 어디서 마련할까 궁리하는 게 중요한 업무가 돼 버렸다.

이미 연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면서 보험료 5백만원은 자비로 부담한 상태다.

전 교수는 “만성기 척수장애환자들을 대상으로 치료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면 앞으로 급성기 환자들을 대상으로 2단계 연구를 해야 하지만 연구비를 조달할 수 있을지 걱정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연구비 조달이 어렵다보니 연구와 직접 관련이 있는 제약사에 손을 벌이는 것은 일종의 관행이다.

모 대학병원 교수는 “시약을 살 연구비가 없어 제약사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다”면서 “연구의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가장 좋지 않은 방법이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강남성모병원 K교수는 “유명 연구자가 아니면 기업 후원금을 딴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면서 “더구나 상품화 가능성이 적은 기초연구에 대해서는 정부도, 기업도 투자를 꺼리고 있어 좋은 아이템이 있어도 사장되기 일쑤”라고 강조했다.

1,2년 단기연구과제 태반
연구자들을 괴롭히는 것은 씨드머니가 없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연구기금을 받는다 해도 1~2년 짜기 단기과제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장기과제는 정부 지원금을 제외하면 거의 전무하다.

S의대 P교수는 “학회나 대학에서 얼마 되지도 않는 기금을 받기도 하지만 1년 안에 논문을 내는 조건이 붙어 연구업적을 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 사립의대나 지방대병원은 연구비 기근현상이 더욱 심각해 연구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P 교수는 “솔직히 정부에서 지원하는 연구비를 딸 수 있는 의대가 몇 개나 되겠냐”면서 “국립의대나 서울지역 의대가 연구비 대부분을 독식하고 있어 지방 사립의대 교수들도 진급을 하기 위해서는 SCI 논문을 내야 하는데 이중, 삼중의 고충을 겪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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