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이대로 좋은가?
정부가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의료계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암 환자 등에 대한 본인부담금 일정부분 감액으로 인해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이 가속화되고, 이에 따라 병원급 이상의 급여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 재정적자와 그로 인한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인한 의료계 전반의 변화를 짚어보고, 의료계와 국민 모두를 위한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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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보장성 강화 후폭풍..재정적자 재현되나
(중) 급여중심 정책, 의료체계 혼란만 부른다
(하) 의료계-정부-국민, 상생을 위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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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장성 강화정책과 관련, 의료환경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있다. 특히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현상이 가속화되면서, 1차 의원-2차 병원-3차 대형병원으로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 전반에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형병원 쏠림현상 가속화-지방, 중소병원 '울상'
30일 대한암협회 등에 따르면 보장성강화정책 이후 서울 모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암 환자수가 2배 가까이 급증한 반면 일부 지방 병원에서는 최고 25% 가량 환자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본인부담금이 작아지다보니 환자들이 수도권의 큰 병원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는 "취지는 좋았지만 정책추진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여기저기서 속출하고 있다"며 "대형병원 환자 쏠림현상이 심화됐으며, 입원환자들이 퇴원을 하지 않으려고 버티는 상황도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허 교수는 "특히 암 환자의경우 본인부담금이 10%에 불과해, 집에서 간병하는 것보다 오히려 병원에서 전문의료진의 진료를 받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며 "병원에서는 마땅히 장기입원환자들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지방, 중소병원에서는 때 아닌 불황을 걱정하는 모습이다.
M병원 관계자는 "본인부담금에 대한 부담이 줄면서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이동하는 추세"라며 "애꿎은 중소병원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검사 의뢰도 눈에 띄게 줄었고 병상 가동률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형병원은 입원실이 모자라 난리라는데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보장성 강화정책과 일견 멀리 있을 것 같은 개원가도 어려움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
S가정의원 이호상 원장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정부가 보장성 강화라는 미명하에 의원급을 쥐어짜고 있다"며 "의원급의 몫이 점점 적어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처방료 삭제 등 의약분업 전 의료계가 양보했던 부분을 돌려주지 않고, 단지 '재정이 흑자로 돌아섰으니 보장성 강화한다'라고 정책을 밀어붙여서야 되겠느냐"며 "여기에 감기환자에 대한 항생제, 주사제 처방률 공개 등 전방위 압박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말했다.
개원가 "1차 의료죽이겠다는 건가"..의료전달체계 붕괴 우려 한 목소리
병원계는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인한 이 같은 의료환경 변화가 자칫 의료전달체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호상 원장은 "전체 급여비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내과, 산부인과, 소아과는 거의 고사 직전"이라며 "개원가에 대한 압박은 곧 1차의료의 붕괴, 나아가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겠지만, 향후 국민 의료비 폭등을 가져올 수도 있다"며 "의료전달체계에서의 각각의 역할을 고려해 정책추진방향을 다시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도 "환자쏠림 현상이 의료이용의 양극화 및 의료전달체계의 혼선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우려의 뜻을 표했다.
허 교수는 "소비자들의 의료행태를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무한 상황에서 일부 환자들의 경우 본인부담금이 적다는 점을 이용, 의료기관을 더 자주 방문하거나 큰 병원들을 전전하며 의료서비스를 이용키도 하고 있다"며 "이는 1차 의원-2차 병원-3차 대형병원으로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가 뒤집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늘어난 행정업무에 '낑낑'...건보재정 압박에 따른 후속조치 우려
이 밖에도 급여청구시 보장성 강화부분을 반영해야 하다보니 행정업무가 크게 늘어난 점도 문제라는 지적.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박승미 보험팀장은 "특례대상코드 입력 등 보장성 강화정책 이후 행정업무가 크게 복잡해지고, 많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암 등 중증환자로 등록되면 수가가 달라지기 때문에 청구를 다시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져 행정력이 휠씬 많이 소요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도 "안하던 업무를 하려다보니 행정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이 많다"며 "청구착오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건보재정에 대한 압박이 심해질 경우 삭감 등 후속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높아지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이창형 교수는 "재원이 부족할 경우 의약분업 당시와 같이 의료계의 희생을 요구하는 정책이 나올수도 있다고 본다"며 "급여비 대규모 삭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의료기관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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