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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는 죽었다"...분과제 도입후 내리막길

이창진
발행날짜: 2006-07-18 06:59:29

서울대 등 대학교수진 무관심 일색...산하학회로 '운집'

[긴급진단] 투명인간된 내과학회 회복방안은 없는가(상)

최근 내과전문의 회원수가 1만명을 돌파하며 전체 의사의 10%를 넘어서고 있다. 국내 최대 학회로 자부되어 온 내과학회가 분과전문의 시행 후 수 년 전부터 회원들의 무관심으로 겉옷만 걸쳐 입은 투명인간의 모습으로 점차 쇠퇴하고 있는 모습이다. 외과와 소아과도 세부전문의제도를 위한 분과학회를 활성화시키며 학문과 진료의 공조를 강화하고 있어 내과의 수순을 밟은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메디칼타임즈는 내과학 분과전문의제도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통해 한국 의학 발전을 위한 새로운 방향과 모델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내과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하지 않은지 꽤 되는데... 몇 년째더라 정확히 기억조차 나지 않네요”

서울대병원 한 중견교수는 내과학회에 최근 참석한 년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머리를 갸우뚱하며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난 4월 광주에서 열린 내과학회 춘계학술대회는 2500여명의 회원이 등록하며 평시와 다름없는 평온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를 한 꺼풀 벗겨보면, 참석한 전공의 1000여명을 제외하고는 전문의는 고착 30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학술연구의 장인 학술대회의 핵심집단인 대학병원 교수진의 참여는 극히 미비한 상태로 내과학회 장소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한 실정이다.

전공의 참여는 시험 위한 '스티커용'


메디칼타임즈가 주요 대학병원 내과의 올해 춘계학술대회 참여도를 분석한 결과, 서울대병원이 총 스탭 60명 중 한 명도 참석하지 않은 것을 비롯하여 ▲삼성서울병원:60명 중 7명(9%) ▲서울아산병원:80명 중 5명(6%) ▲세브란스병원:50명 중 10명(20%) 등으로 집계됐다.

이중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현 이사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진이 세브란스에 포진돼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탭들의 학술대회 도우미(?) 역할을 자처했다는 후문.

다행히 전공의들의 참여도는 전문의 자격시험을 위한 일명 ‘스티커 부착’의 일환으로 과거 출석체크 차원의 무박 참석에 그쳤으나 최근 학회 임원진의 학술대회 일정조정으로 1박하는 선에서 더욱 높아지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교수진의 낮은 참여도는 무엇에 기인한 것일까.

한 대학병원 교수는 같은 질의에 “내과학회에 참여해서 우리가 얻는게 무엇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하고 “평이한 연수강좌 수준의 학술내용을 위해 시간과 돈을 허비하는 교수는 거의 드물 것”이라며 내과계의 문제점을 표현했다.

내과학은 신체 내장 관련질환을 통칭하는 가장 넓은 분야로 학문적 발전을 위해 분과학회로 세분화되면서 영역별로 새로운 시대를 여는 전성기를 맞으며 내과학회가 모 학회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그러나 각 분과학회의 세 확장이 지속되고 분과전문의제도가 확립되면서 수 년전부터 모 학회가 자학회에게 떠밀리는 어쩡쩡한 모양새로 굳혀지고 있는 분위기이다.

분과학회 확장을 일부에서는 회장과 이사장직을 얻기 위한 감투싸움으로 표현하고 있으나 이는 극미한 부분일 뿐 학문적면에서는 발전을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평가이다.

제약사 영업도 분과장에 마케팅 '집중'


일례로 연구영역을 세포에서 유전체, 유전자 등으로 세분화하는 연구흐름과 같이 내과를 소화기, 순환기, 호흡기, 내분비-대사, 신장, 혈액종양, 감염, 알레르기, 류마티스 등 9개 분과로 나뉘어 학문성을 고취시키는 현 모습은 바람직하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내과학회가 모 학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채 전공의와 전문의 시험을 의존한 작은 양성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

현 임원진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묘책을 고민하고 있으나 실천적인 방안찾기는 사실상 포기한 상태이다.

내과학회 문영명 이사장(신촌세브란스병원)은 학회 홈페이지를 통해 “그동안 내과학회는 매년 규모가 확장돼 8000명 이상의 회원과 2000명 이상의 분과전문의가 배출돼 왔으나 실제 회원들의 학회 참여도는 과거에 비해 저조한 면이 없지 않다”며 학회의 문제점을 토로했다.

학회 장윤식 학술이사(여의도성모병원)도 “회원의 참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연제의 다양화와 차별화 등을 고민해 반영하고 있으나 효과는 전무하다”고 말하고 “이로 인해 분과학회는 학술대회시 제약사가 줄을 잇고 있으나 모학회인 내과학회는 애걸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며 답답한 현실을 호소했다.

이는 제약사 영업부에서 시행중인 ‘내과 과장이 아닌 분과장을 잡아라’라는 식의 대형병원 마케팅 방법과도 일맥상통한 의미이다.

서울·연세·가톨릭, 이사장 순환제 단초 역할


앞서 내과학회는 올초 9개 분과학회 회장과 이사장 등을 초청해 서울 힐튼호텔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모 학회의 현실을 호소하고 분과학회의 적극적인 참여를 설파했으나 이렇다할 반응은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초대에 응한 한 학회 임원진은 “내과를 비롯한 다양한 진료과가 운집한 우리 학회가 내과학회 산하 학회로 명명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모자 학회도 아니고 서로 상이한 분야의 학회로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내과학회의 이같은 현실에는 과거 서울의대와 연세의대, 가톨릭의대로 대표되는 유수대학(?)간 이사장 순환제와 미래에 대한 무관심이 잠재되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들 학회에서는 10여년전부터 분과학회로 인한 문제점이 제기돼 왔으나 내부 보고서나 의견에 머물면서 조용히 자취를 감추는 형태를 취해 오늘날의 파장을 몰고 왔다는 비판이다.

서울대병원 한 교수는 “대학별 할당식이 아닌 논문의 질을 높이는 학술적 노력이 선행됐다면 학술대회에 참석해 논문발표를 고대하는 회원들이 증가했을 것”이라며 “내과학회가 과거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고 분과학회의 현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귀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과학회는 이같은 문제점 해결을 위해 개원의와의 공조체계를 통한 연수강좌 중심의 학술강화와 분과학회와의 다양한 협력 방안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현실적인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수 만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자동차를 전체적으로 관리하며 완성품의 경쟁력을 극대화시키는 거시적인 안목의 연구자가 필요한 것과 같이 세부적으로 나뉘어진 내과를 통합해 진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의학계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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