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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소개소, 간병인 중간착취 '원성'

이창열
발행날짜: 2003-10-16 10:06:35

일반 알선업체 불과…간병교육 전무

서울대병원(원장 박용현)이 최근 간병인 문제를 둘러싸고 생존권을 외치며 릴레이 단식 농성을 하는 60여명의 간병인들과 병원 합리화를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을 주장하는 병원과 극하게 대립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병원 보건의료노조와 참여연대 여성단체 등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노동의 문제로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 대한 인권의 문제로 접근하며 병원을 상대로 본격적인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특히 박용현 원장에게 공개 질의서를 발송하고 면담 요청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파장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서울대병원의 간병인 문제를 3회로 나누어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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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Ⅰ. 서울대병원 간병인 실태
Ⅱ. 서울대병원 간병인 문제 쟁점
Ⅲ. 해법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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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현 원장은 간병인 문제와 관련해서 폭력사태가 발생하는 등 물의를 빚자 지난 7일 ‘교직원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박 원장은 “간병제도 개선은 입원환자에게 간병인들의 부당한 요구, 간병시 불친절 등 계속되는 민원을 근절시키고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양질의 간병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일환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 10월 1일자로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은 전문 간병인업체(A, B) 두 곳을 선정하였으며, 기존의 간병인은 이들 업체에서 본인의 희망에 따라 금전적 신분상 불이익 없이 계속 근무토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박 원장에 따르면 기존 무료소개소를 폐쇄하고 사설 유료화한 것의 목적은 첫째, 환자보호자와 간병인간에 발생하는 웃돈 요구, 불친절 등 민원 근절 둘째, 전문간병인 업체를 통한 양질의 간병서비스 제공 등 크게 두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 사설 유료 소개소로 민원을 줄일 수 있나

서울대학병원은 기존 간병인이 환자보호자들에게 웃돈을 요구하거나 불친절해서 많은 민원이 제기됐다고 주장하나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장기 중환이 많아 십수년 경험이 많은 서울대병원간병인들을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한 간병인은 환자가 간호사 몰래 건네 주었다는 쪽지를 보여주었다.

“아주머니, 아침에 간호사 한 사람이(안경씀) 간병인 고용이 잘못됐다고 아주머니를 해고하고 자기들이 다른 사람을 소개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일입니까? 설명 좀 해 주세요. 그리고 그 간호사와 이야기해 보세요.….(중략)… 오늘 아침 누나가 수간호사한테 전화해서 내가 원하지 않으니까 바꿀수가 없다고 했대요. 수간호사 어제 자기 맘대로 새 사람을 지정해서 오늘 왔는데 내가 안 된다고 했어요…(후략)….”

한 간병인은 웃돈 요구에 대해 “백혈병 무균실 근무 등 힘든 곳에서는 사실 도저히 5만원을 받고 일 하기가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거기에는 간병인들이 왠만해서는 안 들어가려고 해서 환자보호자도 그렇고 간병인도 그렇고 조금씩 더 챙겨주고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간병인이 부당하게 웃돈을 요구하고 불친절하면 당장 민원이 들어가고 시말서를 쓰게 된다”며 “시말서 세번이면 자동탈락인데 그것이 두려워서 그럴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1일부터 영업중인 A 유료소개업체 관계자는 “간병료가 정해져 있으나 환자 상태에 따라 중증환자는 1만원을 더 받고 있다”며 “그 판단은 수간호사가 환자 상태를 보고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사설 유료소개소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회원수를 늘려 회비를 늘리기에 급급하여 간병인들의 교육이나 자질 향상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오히려 민원은 증가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 현재 서울대병원 사설유료소개소는 간병 전문업체인가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간병인 유료소개소로 영업 중인 A, B 어느 업체도 병원 주장대로 간병인 전문업체가 아니라 IMF 이후 생겨나기 시작한 근로자 파견 알선 아웃소싱 전문업체로 밝혀졌다.

B업체의 경우 현재 S병원에 290여명을 파견하고 있으나 250명은 비서, 교환, 주차관리 업무에 종사하고 있으며 간병인은 13%인 고작 40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B 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근로자 파견 위탁을 주력하는 회사이다”고 소개하며 “간병인 교육은 따로 실시하고 있지는 않고 병원을 돌면서 얼굴 보면 근무수칙 정도 알려준다”고 말했다.

◆ 사설유료 업체 간병인 중간 착취 원성 높아

서울대병원 간병인이 사설 업체로 가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는 가입비 25~30만원, 매월 회비 5만원 부담과 함께 파견업체 감독들의 중간착취 때문이다.

A업체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는 한 간병인은 “가입비 25만원 외에 월 5만원을 내야하고 일을 받기 위해서는 남 몰래 10, 20만원을 찔러주면 거들떠 보지도 않고 30만원은 웃돈으로 얹어 줘야 장기환자를 볼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옷 강매, 화장품 강매에 자기 집안 대소사도 챙겨주어야 한다”며 “그러다 보면 그 돈을 충당하기 위해 환자보호자들에게 더러 손을 내미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노조 탄압 주장 빌미 제공

노조는 “서울대병원은 88년부터 서울대병원 간병인 무료소개소(소장 박용현)를 운영해 왔다”며 “그러나 서울대병원은 지난 2001년 간병인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자 조합원들을 탄압하며 고의적으로 서울대병원 간병인 인원수를 줄이고 사설 간병인 유료소개소 간병인을 늘여왔다”고 주장했다.

한 간병인은 “병원에서 무료소개소를 없애고 사설 유료 소개소를 운영한다는 이야기는 2001년도부터 있었다”며 “그때 신분상 불안정한 간병인들은 노조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때부터 병원은 기존에 있던 사람들을 내쫓기 위해 매년 뽑던 신규 공채도 하지 않았고 간병인들에게 매월 교육시켜야 하는 인성교육도 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조는 “15년 동안 어려운 근무조건 속에서도 환자들의 신뢰를 받으며 묵묵히 궂은 일을 해온 간병인들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소개소를 유료화한 것은 노조 탄압으로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병원 노무 담당자는 “간병인들이 10여년 있다 보니까 타성에 젖었고 환자와 보호자들이 보기에 간병인을 직원으로 느낄 정도였다”며 간병인들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여하튼 현재 서울대병원의 입장에서는 실익이 없는 싸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Ⅲ. 해법을 찾아서'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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