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의약분업' 형태의 신종 의·약사간 담합사례가 적발됐다.
이들은 약사가 먼저 환자에게 조제를 해준 뒤 유착관계에 있는 의원에서 추후 처방전을 받아가는 수법을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박재완(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03년~2006년 상반기 의료기관 및 약국간 담합 단속결과’ 자료에서 확인된 것.
동 자료에 따르면 의·약사 담합 적발 사례는 2003년 5건(의료기관 3건·약국 2건), 2004년 6건(의료기관 3·약국 3), 2005년 7건(의료기관 3·약국 4)에 이어, 올해 상반기 15건(의료기관 6·약국 9)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2003년 이후 적발된 33건을 담합유형별로 분류해보면 △몰아주기식 담합이 14건으로 전체의 42.4%를 차지했으며 △담합을 통한 증액·과다·허위 청구가 12건(36.4%) △진료편의제공 및 금품수수가 각각 2건(6.1%) 등으로 나타났다.
'선 조제, 후 처방전 작성' 등 담합행태 변화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보면, 의료기관과 약국간의 담합형태는 해마다 다양하고, 교묘하게 변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 적발된 서울시 동대문구 소재 S내과의원과 인근 약국들의 담합이 그 대표적인 예.
S내과의원은 인근 I약국으로부터 만성질환자인 단골환자의 명단을 받은 뒤, 약국에서 해당 환자들에게 먼저 조제를 해주고 그 사실을 통보하면, 추후 처방전을 발행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의약분업 이후 처방전 없이는 약국에서 임의조제가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I약국의 불법행위를 인정해주는 형식으로 조제업무를 지원해 온 것.
또 S내과의원은 인근 W약국과도 유착, 처방전을 몰아주는 전형적인 담합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S내과의원에는 업무정지 45일에 해당하는 과징금 1294만원의 행정처분이 내려졌으며, I약국과 W약국은 업무정지 30일에 갈음하는 과징금 1710만원, 1080만원의 처분을 받았다.
진료일수 부풀리기 등 고전적 행태도 여전
한편 진료일수를 부풀리고 허위처방전을 발행하는 방법으로 진료비와 약제비를 증액·과다·허위 청구하는 사례도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에 위치한 W소아과의 경우 2003년 9월부터 다음해 7월까지 인근약국들과 담합, 1차례 내원한 환자의 기록을 4~5회 방문한 것처럼 부풀려 허위처방전을 발행한 뒤 진료비 및 약제비를 부당청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W소아과는 3~4개월 간격으로 담합약국을 변경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Wt소아과는 우선 Y약국과 2003년 9~12월 유착관계를 맺고 허위처방전을 발급했으며, 이후 2004년1~4월에는 B약국과, 2004년 4월~7월 사이에는 또 다른 B약국과 동일한 형태의 담합행위를 벌였다.
W소아과는 지난해 10월 복지부와 심평원의 현지실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적발돼 올 6월 폐업했으며, 인근 3개 약국들은 각각 업무정지 1개월에 해당하는 행정처분을 받았다.
박재완 의원 "담합 의약사, 면허정지 처분 등 강력한 제재 검토"
이에 대해 박재완 의원은 "의약사간 담합은 약물의 오·남용으로부터 국민건강을 지키겠다는 의약분업의 취지와 전면 배치되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담합을 통한 부당청구 적발시, 고의성·계획성이 입증되면 면허자격을 정지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조치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의약사간 담합사례가 제출된 통계자료외에 실제 더 많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며 "특히 올해 건강보험 부당청구로 적발된 326개 기관에 대해서는 심평원 '데이터마이닝'작업을 통해 담합여부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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