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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데바와 포르말린 향...짧지만 길었던 120분

이창진
발행날짜: 2007-02-08 07:12:16

실습생들 고전 끝에 넙다리뼈 머리 드러나자 '와' 탄성

기증된 시신의 유골을 모신 곳과 서울의대 해부실습실 및 해부중인 모습.(사진 위쪽부터)
<특별기획>의사에게 해부학을 질문한다

--------<글 싣는 순서>--------
①지워지지 않은 추억 '해부학'
②해부실습 현장에 가다
③진화중인 해부학, 교육론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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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25일 오후 3시 서울의대 해부학교실의 협조를 받아 의학전문지 기자로서는 처음으로 해부실습장에 발을 내디뎠다.

3월초 개강을 앞두고 학생교육을 준비중인 해부학 조교들의 실습교육을 참관한 기자에게 2시간의 취재는 짧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날 실습은 황영일 교수의 지도아래 강재승 조교수를 중심으로 박유현(여·29세, 동물자원과 전공), 김선미(여·25, 생물공학), 김혜민(여·26, 유전공학), 김성진(남·29, 생명과학) 등 조교 4명이 '카데바'(cadaver. 실습용 시신)에 대한 다리 해부로 시작됐다.

이들 조교들은 3월 첫째주에 열리는 본과 1학년 실습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이번달까지 매주 두 차례씩 4~5시간 동안 해부 실습을 시행하고 있는 상태이다.

실습용 가운과 장갑, 마스크를 착용한 조교들은 40~50대로 추정되는 골격이 장대한 남성의 카데바를 실습교재로 다리 조직과 엉덩이 조직을 해부용 매스와 가위로 조금씩 절개하며 조직 하나하나를 분리해나갔다.

학생들의 실습과 동일하게 4명이 한 팀을 이뤄 1명은 카데바 옆에 탁자를 놓고 해부실습지침서(국문)에 적힌 해부순서를 읽어나갔으며 2명은 이에 맞춰 해부를, 1명은 카데바를 잡고 해부에 요구되는 자세잡기와 고정하기 등 각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4명 1팀, 해부용 매스·가위로 '절개'

시신 기증 후 포르말린 용액이 혈관에 투여된 카데바는 냉동실에 보관된 후 실습실로 이동돼 핏기가 전혀 없는 검고 노란 피부색을 보여 불안감을 느끼게 했다.(다행히 다리해부인지라 천으로 얼굴을 가린 상태로 진행돼 궁금하기도 했지만 카데바의 얼굴이 잔상에 남지 않았다)

황영일 교수와 함께 조금 늦게 도착해 이미 해부 실습이 진행중인 상태여서 그런지 카데바는 뒤로 돌아 눕은 자세로 발목에서 시작해 종아리와 허벅지에 이어 엉덩이 부분으로 해부해가는 과정이었다.

냉동된 카데바의 피부에 이어 조직을 한꺼풀, 한꺼풀 벗겨낼 때마다 유관으로 비친 검은색에서 분홍빛으로 변모하며 인체의 신비를 조금씩 알려주기 시작했다.

조교들이라고 해도 해부가 말처럼 쉽지 않아 보였다.

고관절인 ‘넙다리뼈 머리’를 해부하기 위해 조교들은 강재승 조교수와 함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때까지 다양한 방법의 접근법을 시도했지만 좀처럼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했다.

이를 지켜보던 황영일 교수가 조언자에서 자세를 바꿔 실습용 장갑을 끼고 다리 근육의 움직임을 체크하면서 조교들에게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자 1~2분간 지속된 매스와 가위질 끝에 새하얀 고관절인 ‘넙다리뼈 머리’(기자가 정형외과 교수연구실에서 본 모형과 동일한 모습이었다)가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들 ‘와’하는 기쁨의 탄성을 질렀다.

25개의 실습대를 갖춘 서울의대 해부 실습실은 지난해부터 학생들의 집중도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카메라를 이용해 해부장면을 칠판에 위치한 스크린과 벽에 달린 대형 TV로 연결하는 교육방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날도 조교들의 손놀림이나 카데바의 위치 등 모든 해부 과정을 스크린에 연결해 확대된 영상을 보여주며 실습을 진행했다.

시간경과로 긴장감 '고조'...근육과 신경 드러나

지난해 선발된 대부분의 조교들은 1년 동안 실습과정을 거쳤으나 일부 서투른 모습을 보여 실습 50분 경과시점에서 해부중인 오른쪽 다리를 아예 절단해 가벼운 상태(?)로 해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시간이 경과하자 냉동된 카데바가 해부중인 부분을 중심으로 녹아내리기 시작하면서 포르말린 용액과 지방질이 실습대 앞으로 흘려내려 조교들의 긴장을 더욱 높였다.(시간이 지날수록 상호간의 말수가 줄어들며 해부과정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발목에서 허벅지로 이어지는 오금근 힘줄, 박막근, 넙다리 두갈래근 등 다양한 힘줄을 일일이 해부해 확인하는 과정은 인체속에 숨어있는 근육과 신경의 신비로움을 확인시켜준 광경이었다.

황영일 교수는 조교들에게 “학생들의 실습과정 교육시 명칭 암기식의 무조건적인 해부가 아니라 각 기관이 어떤 움직임을 하는지, 어떤 기능을 하는지 개념을 알고 인체를 이해할 수 있게 도움을 줘야 한다”며 실습 조교의 교육자세를 강조했다.

해부실습 2시간이 지나자 조교들의 가운은 수 백 번 반복된 해부용 매스와 가위질에 집중된 노동력과 긴장감으로 얼굴과 가운 모두 흥건히 젖은 모습을 보였다.

이날 처음으로 카데바의 해부과정을 지켜본 본 기자는 실습실을 나오면서 해부과정을 놓치지 않으려 취재수첩을 빼꼭히 적어나간 정신없던 실습시간에 대한 긴 여운과 함께 포르말린 냄새에 대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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