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5일 경실련 강당에서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자들은 약국의 접근성, 약물 부작용 및 오·남용 우려 등 쟁점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먼저 주제발표를 맡은 강원의대 정승준(생리학) 교수는 "국민편의 증진의 측면에서 의약품 재분류작업을 통해 안정성과 유효성이 보장된 부분에 한해 OTC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특히 "의약분업 이후 야간 약국의 제한, 5일제 근무에 따른 약국의 휴업, 영세 약국수의 축소, 지방단위 약국 수의 감소 등으로 인해 국민들의 접근성이 제한받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사회적 편의부분에서도 이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약물 부작용 및 오남용 우려에 대해서도 "전문가의 평가에 따라 대상의약품을 선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면서 "약물 부작용은 국민들이 편의에 의해 일반의약품도 아닌 효능이 잘 알려지지 않은 약물을 사용할 때 오히려 더욱 커진다"고 지적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 안승용 부회장도 일반약 슈퍼판매 허용을 강도높게 주장했다. 그는 "OTC 도입 및 제도개선에서 가장 고려해야 할 것은 소비자"라고 강조하면서 "현행제도는 소비자의 욕구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 제도는 사실상 의약품의 약국 독점판매를 허용하고 있어, 다른 재화나 서비스와는 달리 소비자들이 최적의 가격,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는 것.
안 부회장은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으로 단순의약품을 구매하고 있다"면서 "이제 이 같은 반복적인 논의에서 벗어나 한 가지라도 실행에 옮겨야 할 때"라고 말했다.
"국내 1약국당 인구수 미국, 유럽 절반수준 불과"
이에 대해 약사회 박인춘 홍보이사는 "한국의 약국 접근성은 세계최고 수준"이라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왜 굳이 일반약 판매 대상을 늘려야 한다는지 필요성을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우리나라의 1약국당 인구는 2400명으로 미국(6000명), 유럽국가 평균(5100명)의 1/2에 불과하다는 것이 박 이사의 설명.
그는 "공휴일이나 야간에 의약품을 구매하기가 불편하다는 것이 명분이지만, 과연 우리나라의 약국 접근성이 슈퍼판매를 거론할 정도로 떨어지고 있는 가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박 이사는 "의약품은 공산품과 달리 전문가에 의해 투여되지 않을 경우 부작용과 오남용이 초래할 수 있으며 약화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소재가 분명하지 않아 보상받지 못하는 문제점이 나타날 것"이라면서 "위해의약품 관리 또한 현재와 같이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 "슈퍼판매 허용보다는 의약외품 전환 확대"
한편, 복지부는 슈퍼판매 허용보다는 일반의약품을 단계적으로 의약외품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계속해서 추진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복지부 의약품 정책팀 오창현 사무관은 "일반인의 의약품 소비관행 및 국내외적 여건을 감안할 때 의약품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상존해 있는 상황"이라면서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대중판매가 이루어질 경우 사회적 편익보다는 우해가 더 크게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사무관은 "국민편의를 고려함과 동시에 무엇보다도 의약품의 오남용 및 오투약으로부터 소비자 안전대책을 담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약국 외 판매허용 보다는 그간 추진해온 바와 같이 부작용과 안전성 등 문제가 적은 일반약을 단계적으로 의약외품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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