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고 계약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 확충을 포함한 선결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20일 ‘건강보험 요양기관계약제의 가능조건(경북의대 감신 교수, 시민건강증진연구소 김창보)’ 이슈페이퍼를 내놓았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요양기관계약제를 실시하면 건강보험의 독점적 지위가 해체될 뿐만 아니라 민간보험과 의료기관의 계약을 허용하게 된다”면서 “이렇게 되면 민간의료보험의 유형은 ‘대체형’ ‘경쟁형’ 모델로 발전하게 된다”고 예상했다.
또 연구소는 요양기관계약제를 실시되더라도 대형병원들이 건강보험과 계약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는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중소 규모의 전문병원들이 전문성과 상품성을 내세워 건강보험 계약을 포기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들은 요양기관계약제에 대해 언제까지나 무조건적으로 반대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의료서비스의 산업화 관점에서 검토되는 것을 우려해 현 시점에서 반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정부와 의료계가 요양기관계약제를 놓고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는 견해다.
의사협회가 요양기관계약제를 지지하는 것은 건강보험 수가협상에서 정부와 공단 압박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리한 제도로 판단하기 때문이며, 정부와 공단 일각 역시 총액예산제, DRG 확대 실시 등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을 통해 보험자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연구소는 외국의 경우 요양기관계약제를 시행중이더라도 지정률이 90% 이상이며, 높은 보장성과 높은 수준의 공공의료, 민간 비영리 의료기관의 공익성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영국은 계약한 요양기관이 제공하는 요양급여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중요 진료영역과 활동에 대한 프로토콜, 지침을 마련하고 준수할 것을 요양기관에 요구하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연수소는 “의료인들이 당연지정제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진료비 심사의 질곡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면서 “미국의 보험회사들이 하는 것처럼 민간의보의 진료비 심사는 오히려 훨씬 더 치밀하고, 간섭적인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연구소는 “당연지정제 폐지와 민간의보의 활성화는 외국 의료자본의 국내 진출로 이어져 국내 의료기관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격심한 경쟁을 겪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요양기관계약제 검토를 위해 △공공의료의 충분한 확충 △의료자원의 지역간 불균형 해소 △건강보험 보장수준 80%로 확대 △비급여서비스 관리 방안 확보 △민영의료보험법 제정 △1차의료 국민주치의제화 △총액예산제와 DRG 확대 실시 △의료서비스 질 평가체계 확립 등 8대 선결과제를 제시했다.
연구소는 “요양기관계약제를 실시하려면 선결 과제를 정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자칫 요양기관계약제가 우리나라 의료보장체계를 파괴하고 그 피해가 국민들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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