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간 면역학 물질연구에 힘써 왔다면 이제는 암 치료와 신약개발이라는 실용화에 매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국립암센터 신치료기술개발사업단장인 권병세 석좌연구원(60, 사진)은 8일 메디칼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울산대에서 암센터로 자리를 옮긴 동기를 이같이 피력하고 암 정복을 위한 포부를 밝혔다.
권병세 단장은 서울치대(72년졸)를 나와 미국 조지아대 세포 및 분자생물학 박사 학위취득 후 예일대 연구원, 인디아나대 교수를 거쳐 1999년 귀국해 울산대 면역제어연구센터 소장, 울산대 난치병 연구치료센터 소장 등을 역임한 면역학 분야의 손꼽히는 권위자이다.
이날 권병세 단장은 “한국에 돌아와 10년간 지속한 면역학 연구를 다른 곳에서 할 수 없는 암센터만의 장점을 활용해 임상에 접목시키겠다”면서 “그동안의 물질연구 성과물을 올해부터 자가면역과 종양 등 항암제 개발을 위한 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많은 연구 성과물은 이미 다국적제약사와의 계약 체결로 신약 개발에 적용중인 상태이다.
"암센터와 연구팀간 시너지 효과“
일례로, 권 단장은 “인디아나대에서 개발한 ‘T-세포 표면 수용체’는 현재 BMS사가 미국과 유럽에서 임상에 돌입했으며 조만간 국립암센터에서 1상 연구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하고 “이 물질은 흑색종 피부암과 난소암, 폐암 등 종양세포를 사멸시키는 항암제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수 년간 동거동락중인 권병세 단장의 연구팀은 면역학, 생물정보학, 분자생물학 박사 4명을 비롯하여 박사과정과 석사 등 총 1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암센터가 제공한 넓은 실험실과 동물실, 분석장비 등 어느 곳보다 최첨단 연구여건을 갖추고 있다”면서 “암센터의 강점인 코호트 연구와 프로토콜, 통계학을 십분 활용한다면 개발한 물질 및 용도특허가 빠른 시일내 현실화될 것”이라며 연구팀과 암센터간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다.
권 단장이 암센터에서 첫 번째 작품으로 점찍은 분야는 2004년 ‘네이처 메디신’에 게재한 CTL(세포 독성 T-세포)을 이용한 세포치료이다.
권 단장은 “CTL 치료법은 바이러스성 종양인 백혈병과 위암, 후두암을 중심으로 환자의 혈액에서 합성해 재주입시키는 방식으로 면역 거부반응이 없다”면서 “연내 암센터에서 1상에 착수해 국내 암 치료를 한 단계 높여나갈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i3#“연구성과, 환자치료 등 사회 환원”
열악한 기초의학 연구 환경에 대해 그는 “각 부처가 중장기적 발전 방향보다 단시일내 빠른 성과를 기대해 의학 연구의 진행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고 “눈앞의 성과보다 장기적 안목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이 정립돼야 한다"며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안목을 주문했다.
40여개 특허를 보유중인 권병세 단장은 “몇 그램도 안되는 새로운 물질과 항체를 개발하는데 약 15억원의 연구비가 소요된다”며 “앞으로 임상 연구에 필요한 많은 연구비를 위해 민·관·학 컨소시엄 구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해 대형 프로젝트를 구상중임을 내비쳤다.
인생 목표와 관련, 권 단장은 “그동안의 연구 성과가 환자 치료에 사용되기를 바라는 게 저의 꿈”고 피력하고 “정부와 업체로부터 받은 연구비는 개인재산이 아닌 공공 펀드인 만큼 모든 성과물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타당하고 본다”며 낮은 자세로 임하는 연구자로서의 소신을 역설했다.
권병세 단장은 끝으로 “개인적으로 한국인의 노벨의학상 수상이라는 기적을 믿는다”면서 “강하게 원하면 하늘과 땅도 도와준다는 말이 있듯이 열정을 발휘하는 의학자에게 실현될 것을 확신한다”며 인생의 마지막 목표에 근접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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