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의사’라고 하면 출시된 제품을 홍보하는 단순 업무로 이해하는 의사들이 많다. 하지만 제약의사의 업무는 단순한 학술과 홍보 뿐 아니라 신약개발부터 제품구매를 위한 비니지스까지 다양하고 폭넓게 펼쳐져 있다. 제약의학회(회장 이일섭, GSK 부사장)의 협조로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약 10회에 걸쳐 업체별 학술과 마케팅, 제품개발, 약가 등에서 자신의 꿈을 일궈나가는 제약의사의 세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경제에 영향을 받지 않은 스테디셀러인 제약 분야를 장기적인 인생투자를 위한 하나의 좌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령제약 전용관 상무(51, 전북의대 85년졸)는 제약의 가능성을 이같이 피력하고 의사직의 또 다른 길라잡이로 인식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제약생활 22년째를 맞고 있는 그에게 진료실 개념은 의대 졸업과 더불어 인생에서 사라진지 오래이다.
전 상무는 “의과대학 재학 중 부친상으로 생활형편이 더욱 힘들어져 곧바로 취업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었죠”라면서 “제약업체의 의사직 공고를 보고 서울로 올라와 면접을 본 후 객지 생활을 시작했다고 할까요”라며 사연과 질곡이 담긴 인생사를 서술했다.
전용관 상무는 1986년 다국적제약사인 쉐링-푸라우를 시작으로 바이엘(89~93년), 마리올메렐다우(현 사노피-아벤티스, 93~95년), 롱프랑로랑, 임상시험기관 CNR, 벤처기업 바이오하트를 거쳐 2006년부터 보령제약에 근무하고 있다.
그는 “첫 입사한 쉐링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면서 제약이 무엇인지 알게 됐죠”라며 “아무 것도 모르는 젊은 의사가 영업 현장과 부딪치면서 맨 땅에 헤딩한 셈이죠”라고 설명했다.
당시 전 상무는 마케팅을 담당하면서 많은 고난과 어려움도 겪었지만 근거중심에 입각한 전략을 수립하는 도전과 패기를 보였다.
"국내사 전형 ‘코리아 타임’ 쇄신“
전용관 상무는 “의대 시절 생각하지 못한 많은 것을 경험하면서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라고 전하고 “그러다가 뭔가 달라져야 되지 않나, 근거중심에 입각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하나 하나 실행에 옮겨나갔죠”라며 현실에서 터득한 생존방식을 설명했다.
전 상무는 이어 “과거 항생제 한 품목에서 연간 4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경험과 독학을 통해 습득한 제약 마케팅을 바꿔 나갔다”면서 “제품의 홍보 브로셔와 광고 디자인, 세미나 및 심포지엄 등 모든 과정을 근거중심으로 조금씩 이동시켰다”고 덧붙였다.
제약사를 비롯한 여러 업체를 거친 전용관 상무는 마케팅에서 메디칼, 조직관리, 임상시험 등 폭넓고 깊이있는 분야를 경험하면서 현재의 위치에 올랐다.
보령에서 그가 맡고 있는 역할은 대표이사의 직할조직인 메디칼과 마케팅을 접목한 MKT본부로 ‘씽크탱크’의 책임자이다.
전용관 상무는 “여러 업체에서 근무하면서 국내 제약사의 단점은 정보력 가공력에 있는 것 같다”고 말하고 “일례로, 2000년만 하더라도 매출액 지표인 IMS를 단순한 수치로만 인식했을 뿐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컨설팅과 전략으로 삼은 것은 불과 몇 년 전에 불과하다”며 주먹구구식 영업방식으로 일관한 국내사의 패턴 변화를 설명했다.
그가 대표이사의 신뢰 속에 핵심부서를 책임지면서 일명 ‘코리아 타임’을 개선시켰다.
전 상무는 “매일 아침 보고했던 일일 리포트 대신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보고를 없앴죠”라고 언급하고 “코리아 타임으로 불리는 수동적 자세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외자사의 다각적 노력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며 능동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례로, 전용관 상무는 “식약청이 내부사정으로 제품 발매가 지연될 경우, 국내사는 식약청의 확답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지만 외자사는 인력풀을 총동원시키더라도 시간을 단축시킨다”며 “매출이 생명인 업체 입장에서 시간을 줄이는데 비용이 들더라도 이익을 도출할 수 있다면 과감하게 도전해야 합니다”라고 부연했다.
#i3#"자갈길 힘들지만 보람 있다“
일반의로 제약에 뛰어 든 그가 후배들에게 권하는 말은 ‘ONE-WAY'는 없다는 것이다.
전 상무는 “의사들이 진출한 곳은 대학병원, 의원, 복지부, 심평원, 식약청, 제약사 등 다양하나 의대 교과과정은 진료에만 치우쳐 있죠”라면서 “진료실 아닌 분야에 대해서도 컨설팅 과정을 마련해 개인별 적성과 다양성이 반영되기를 바란다”며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는 학부과정을 주문했다.
전용관 상무는 “의대 졸업 후 대다수 의사들이 안전선으로 여기는 진료 외에 다른 길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며 “해답 없는 수가문제에만 연연해하지 말고 제약사가 아니더라도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 과감하게 도전하는 것을 권하고 싶네요”라고 말했다.
그는 점차 두터워지고 있는 제약의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전 상무는 “제품개발을 위해 많은 업체들과 파트너 미팅시 개발약제와 시장성, 경제성 등을 주어진 30분에 판단해야 한다”면서 “의학의 전문성을 지닌 의사로서 경험과 노력이 병행된다면 충분히 판단할 수 있고 제약사의 강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용관 상무는 “의사라고 하면 당연히 진료실에 앉아 환자와 대화하는 온화한 모습이 떠오르게 되죠”라고 피력하고 “하지만 닦여있는 길이 아닌 자갈길을 가는 곳도 두렵고 어렵지만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의미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다”며 후배들의 과감한 일탈을 제언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제약생활을 마친 후 여생을 진료에 봉사하고 싶다는 전 상무는 의대졸업 후 무작정 서울로 상경한 꿈 많은 젊은이의 야망을 ‘제약’에서 실현시키고 있는 여유있는 중년의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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