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의사’라고 하면 출시된 제품을 홍보하는 단순 업무로 이해하는 의사들이 많다. 하지만 제약의사의 업무는 단순한 학술과 홍보 뿐 아니라 신약개발부터 제품구매를 위한 비니지스까지 다양하고 폭넓게 펼쳐져 있다. 의과대학과 전공의 등 10년의 생활을 거친 많은 의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현실에서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걸맞는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는 형국이다. 제약의학회(회장 이일섭, GSK 부사장)의 협조로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약 10회에 걸쳐 학술과 마케팅, 제품개발, 약가 등에서 자신의 꿈을 일궈나가는 제약의사의 세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의사로서 긍지는 필요하나 어깨에 힘을 주는 순간 활동 영역은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독약품 김명훈 상무(44, 가톨릭의대 89년졸)는 제약을 원하는 의사의 자세를 이같이 표현하고 권위가 아닌 실력으로 승부할 것을 주문했다.
강남성모병원에서 호흡기내과 전임의를 마친 그는 인천 세림병원을 거쳐 2001년 한독약품(당시 한독-아벤티스)에 학술부 부장으로 입사해 현재 제약의사 8년차인 베테랑이다.
지난해말 마케팅에 이어 영업까지 활동영역을 확장시킨 김 상무에게 제약은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김명훈 상무는 “전임의 수료 후 전문지에 난 제약의사 광고를 보고 어떤 곳일까하는 호기심이 발동하더라구요”라며 “최종 계약까지 선배들과 동료의사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너라면 제약사에서 잘 할 것 같다’는 농담 섞인 조언을 들었죠”라고 말했다.
진료실에 있으면서도 사람 만나는 것을 즐기던 김 상무는 동료들의 평가에 자신감을 갖고 가벼운 마음으로 제약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학술부의 주 업무는 임상시험으로 마케팅을 서포팅하는 역할을 담당했어요”라고 언급하고 “그러다가 학술에만 있다가는 관리자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제품의 전략을 수립하는 마케팅으로 자원했죠”라며 인생목표를 향한 부서이동의 계기를 설명했다.
"병원시절 인력풀, 든든한 후원자“
학술만 알던 이에게 마케팅은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김 상무는 “처음에는 잠재적 시장을 발견하고 전략을 세우고 실천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막상 뛰어드니 하나하나 세밀하게 진행된다는 것을 알았죠”라면서 “시장특성과 경쟁품의 특성을 파악하고 고객인 의사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지를 계획하는 작전본부”라고 소개했다.
그가 생각하는 마케팅은 무한경쟁인 의약품 시장에서 자사 제품이라는 미사일을 언제, 어디에 발사할지에 대해 공격시간과 방향, 위치를 결정하는 고도의 전략이 필요한 술기이다.
이처럼 정확도와 정밀도가 요구하는 상황에서 폐동맥고혈압과 기혈보조제 등을 담당하는 ‘영업’이라는 현장에 뛰어든 김명훈 상무는 의료기관 담당 MR을 지휘하는 야전사령관으로 권한과 책임감이 배가됐다.
그는 “아직 영업 영역을 담당한지 얼마 되지 않아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그동안 알고 지낸 인력풀이 큰 자산”이라고 언급하고 “새로운 전략을 실행 전 주위 선·후배에게 자문을 구하면 빠르게 피드백의 결과가 나와 방향을 잡는데 유리한 상황”이라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귀띔했다.
김 상무는 “모교인 가톨릭의대는 많은 인재를 배출하고 있어 저에게는 든든한 후원자”라며 “학회를 통해 만난 많은 선배들도 ‘후배 한 명을 제약업체로 시집보냈다’는 생각으로 배려해주고 있어 고맙죠”고 말해 병원시절 맺은 돈독한 인간관계의 성과를 피력했다.
의사와 제약사간 ‘갑’과 ‘을’ 관계에 대한 질문에 그는 “현장영업을 뛰는 제가 당연히 ‘을’의 위치에 있죠”라면서 “모교 후배라도 고객이므로 존대하고 신제품 소개시에도 태도와 용어를 선택해 커뮤니케이션에 만사를 기하고 있다”며 영업책임자로서 느끼는 의무감을 강조했다.
그가 펼치는 영업전략은 무엇일까.
김 상무는 “의사들과 직접 만나는 것은 극히 일부로 영업사원을 동반해 고객에게 직원들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라고 전하고 “이들을 훈련시키고 발전시켜야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으므로 항상 영업직에 무게감을 실고 있죠”라고 소개했다.
"의사직 드러내는 순간 갇히게 된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제약사의 공정위 조치와 관련, 그는 “의사들을 만날 때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주고 있어요”라면서 “대부분의 의사들도 구태한 영업행위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어 불편한 관계를 요구하지 않는다”라며 의료계의 자정이 연착륙됐음을 내비쳤다.
김 상무의 전공이 과거 호흡기내과였다면 지금은 ‘제약의학’이다.
김명훈 상무는 “제약은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많은 의사들도 인지하고 있을 겁니다”라고 피력하고 “진료과 구별없이 제약의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전공으로 다양한 경험과 유연성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제약 진출을 원하는 후배를 위한 지침을 조언했다.
그는 이어 “의사직에 대한 긍지는 필요하나 드러내는 순간 그 안에 갇히게 돼죠”라며 “진료실을 떠나 밖으로 나온다면 의사 면허증을 버린다고 생각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릴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라고 당부했다.
영업 상무 역할을 담당하는 그에게 영업 분야는 아직 멀고도 험한 미지의 세계일지 모른다.
김명훈 상무는 “적은 제품군에 대한 영업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한독의 별동대라고 할 수 있죠”라고 말하고 “출발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생소하지만 영업의 길에 들어선 이상 이미 반 이상을 왔다고 해야 할까요”라며 개척지를 향한 그의 끊없는 도전을 예고했다.
가끔씩 진료실이 그리울 때가 있다는 김 상무는 제약사에 입사한 후에도 모교 선배들의 도움으로 병상 라운딩에 동참하며 의사들이 느끼는 현장 감각을 마케팅과 영업에 접목하는 자기계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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