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의학자들이 집결하는 미국 학술대회의 위력이 또 다시 입증됐다.
4일 제약계에 따르면, 지난 1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제57차 미국심장학회(ACC)의 임상결과에 대한 다국적제약사의 홍보자료가 이번주 연일 쏟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들은 심장학회의 특성상, 고질혈증 치료제를 중심으로 국내에서 연매출 수 백 억원에 달하는 순환기 시장을 놓고 자사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화이자의 경우, 고지혈증 치료제 800억대 품목인 ‘리피토’에 대한 협심증 효과를 확인한 ‘DUAAL'(Double-Blind Atorvastatin Amodipine) 홍보자료를 발송했다.
아스트라제네카도 심장학회에서 발표된 고지혈증 ‘크레스토’의 2년간 292명의 임상결과를 토대로 관상동맥 죽상경화증을 개선시키는 유일한 스타틴 약제라며 애드버른 띄우기에 바쁜 모양새를 취했다.
고혈압 치료제 ‘미카르디스’를 판매중인 베링거인겔하임은 고위험 심혈관 환자 2만 5000명을 대상으로 5.5년간 진행된 대규모 임상인 ‘ONTARGET'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언론홍보에 매진했다.
이와 달리 심장학회 발표로 곤경에 처한 품목은 MSD 고지혈증제 ‘바이토린’으로 심바스타틴계에 비해 저밀도 콜레스테롤과 동맥경화증 지연에 우수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MSD는 즉각적인 추가자료를 언론사에 발송해 미국심장학회에 발표된 내용은 관상동맥 환자의 결과자료 제공 차원의 연구라며 확대해석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자세를 보였다.
이처럼 시비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미국 학술대회 논문이 지닌 영향력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이에 대한 서울대병원 한 내과 교수는 “대규모나 다국가 임상이 발표되는 미국 학술대회가 교수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이라면서 “설사, 학술대회에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발표된 내용이 학술저널을 통해 전달되므로 임상결과에 따라 처방 패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며 대규모 임상에 따른 높은 관심도를 피력했다.
이같은 영향력을 인지하고 있는 다국적제약사는 임상결과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 외자사의 학술담당 이사는 “수 만 명의 각국 임상의들이 집결하는 대형 학술대회는 업체에게 제품을 프로모션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전하고 “업체의 스폰서를 받은 연구라 할지라도 그와 별도의 근거중심 결과가 발표되기 때문에 주목하게 된다”며 제품홍보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당뇨병 치료제 ‘아반디아’의 유력저널(NEJM) 연구결과로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매출이 급감한 부분도 미국과 유럽학회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반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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