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정위 수사발표로 의료계와 제약사간 불법적 거래관행이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의료계와 제약계 모두 자정을 결의하고 실천방안에 대한 행보를 가속하고 있으나 현실에서 보여지는 성과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의사의 처방여부에 따라 판도가 바뀌는 의약품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불리는 거래관행의 문제점과 해결책은 무엇인가. 투명하게 다가가기 위한 제약사의 노력과 의료계 및 정부의 고충을 통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자 한다. -편집자 주-
-------------순서-------------
ⓛ제약 PM 24시간도 부족하다. ②매도된 의사-업체 할 말 있다.
③리베이트 양성화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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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공정위는 10개 제약사 조사발표를 통해 “업계의 리베이트 규모가 전체 매출액의 2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의사를 통해야만 가능한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의사와 업체간 불공정거래 관행은 영원히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인가.
공정위 발표 후 거래관행이 투명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게 의료계와 제약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의협 김주경 대변인은 “공정위 조사발표 후 처방에 따른 리베이트는 개원가에서도 거의 사라졌다고 본다”면서 “문제는 오리지널을 처방하면 약제비가 상승했다고 하고, 제네릭을 처방하면 리베이트를 받은게 아니냐는 정부의 시각”이라고 언급했다.
김주경 대변인은 다만, “리베이트 패턴을 진단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과거에는 처방에 대한 현금 등 물품을 제공했다면 지금은 업체별 구역대 할당제 형식을 취하는 것 같다”며 의사와 업체간 리베이트 관행이 아직까지 존속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리베이트의 고질적인 병폐는 중소제약사의 ‘과다 경쟁’에 얽혀있다는게 공통된 지적이다.
중견업체 한 순환기 PM은 “솔직히 처방 ‘쁘로’(처방액 리베이트인 ‘%’의 속칭)의 20~30%는 옛말이다, 지금은 40~50%에 이르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의사들과 대형사 모두가 관행타파에 노력하고 있지만 중소업체의 피 튀기는 경쟁으로 전체 영업의 관행이 흔들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렇다보니 이익창출을 위한 업체 입장에서는 뒷짐을 지고 있을 수 없어 잘못된 영업패턴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전하고 “이미 대형품목의 제네릭 출시를 앞둔 대형업체가 현금과 물품을 뿌리고 다닌다는 말이 영업직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며 관행타파의 노력이 물거품 될 위기에 놓여있음을 내비쳤다.
또 다른 업체 PM도 “중소업체의 쁘로 지급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공정위가 상위업체에 칼을 겨눌게 아니라 중소업체로 가야 했다”면서 “의사들도 피해를 보겠지만 정부의 약가인하에 구실을 제공해 지금보다 더한 인하가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의사들의 올바른 시각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업체 "아무 것도 필요없다는 말이 제일 무섭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의사들에게 듣는 가장 무서운 말은 ‘아무 것도 필요없다’는 말”이라면서 “이는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줬으니까 받는다는 의미로 현금과 물품, 해외여행을 요구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며 현장에서 느끼는 고충을 토로했다.
더불어 공정위가 지적한 처방대가로 제공된 물품과 현금, 여행, 학회지원, PMS(시판후조사) 등 불공정 거래의 한계를 어떻게 규정하는냐도 풀어야할 현안이다.
의협 김주경 대변인은 “리베이트를 무조건 부정적 의미가 치부하는 것이 문제이다. 긍정적인 의미의 리베이트 양성화도 필요하다”면서 “학술대회와 해외학회 등에서 최신지견을 습득하고 환자치료에 노력하는 모습은 배제한 채 단면만을 부각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부도덕 집단으로 비춰지는 사회적 현실을 개탄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30~40대 등 젊은층 의사들이 주를 이루는 상태에서 과거와 같은 불공정 관행은 퇴색될 수밖에 없다”며 “오리저널을 처방하면 약제비 증가 원인으로, 제네릭을 처방하면 리베이트로 보는 이율배반적 상황에서 의사와 환자의 ‘라뽀’가 깨질 위기”라고 꼬집었다.
중견제약사 한 관계자도 “영업현장에서도 개원가의 양극화가 뚜렷한 현실에서 원장들의 고민은 심화되고 있다”고 전하고 “의사와 업체간 ‘갑’과 ‘을’ 관계에서 세미나와 좌담회, 학술대회 등에서 제공되는 판촉행위는 인정해야 한다”며 거래관행에 대한 균형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의료계 내부에서도 ‘환자가 많은 의원이나 리베이트를 받는다’는 자조 섞인 우스개 소리가 회자되고 있다.
개원내과의사회 김일중 회장은 “현재 개원가는 리베이트 뿐 아니라 급여삭감과 고발 등 곳곳에 악재가 놓여 있어 사방이 지뢰밭”이라며 “대학의 녹을 먹고 있는 교수들의 리베이트는 문제지만 동네의원에서 TV, 선풍기 등 물품지원을 문제 삼는 것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말해 양극화에 따른 개원의들의 암담함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방안으로 의학계와 제약계가 합의한 ‘지정기탁제’는 어떠한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가.
공정위 기탁제 ‘긍정’…업계 “홍보비 오히려 증가”
부처내 인사이동으로 국장과 과장이 모두 바뀐 공정위의 시각은 일단 긍정적이다.
제조업경쟁과 고병희 과장은 “1차 발표 후 구체적인 모니터링을 하지 않아 리베이트 변화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지정기탁제 등 업계의 노력으로 리베이트가 근절 분위기로 전환되는 것으로 안다”며 의료계와 제약사의 개선움직임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학회와 부딪치는 제약사의 입장은 “아직 멀었다”는 반응이다.
모 PM은 “의학회와 의학원으로 지원을 국한시킨 지정기탁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고 봐야 한다”면서 “학회의 눈치를 봐야 하고 판촉을 해야 하는 업체 입장에서 과거의 패턴이 지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PM도 “올해 춘계학회에서 지정기탁제가 물 건너간 지 오래로 오히려 업체의 부담액이 2~3배 이상 증가했다”고 언급하고 “지정기탁제의 예외 규정인 학회지 홍보비용도 높아졌거니와 홍보부스를 하루씩 계산해 200만원으로 알던 비용이 일정에 따라 400~600만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며 학회들의 새로워진 묘책(?)에 답답한 심정을 표현했다.
제약계와 합의한 의학회도 ‘지정기탁제’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의학회 김건상 회장은 “학회들이 투명성에는 찬성하지만 익숙지 않은 기부문화로 기탁제를 불편해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학술대회가 활발했던 5~6월 의학학술재단으로 신고된 사항은 거의 없다”고 어려움을 피력했다.
김건상 회장은 “앞으로 지정기탁제가 정착되는데 1년 정도 적응기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하고 “지정기탁제에서 빠진 외자사는 이전부터 내부규율에 따라 엄격히 마케팅과 영업을 적용하고 있어 특별히 위배되는 것은 없다고 본다”며 기탁제 정착에 상당한 시일이 필요함을 내비쳤다.
중소업체를 시작으로 확대중인 불공정거래가 잔존하는 가운데 양성화 지원책으로 평가된 지정기탁제조차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어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료계와 제약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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