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 서양의학적 검사와 진단기기를 도입하는 것은 스스로 학문의 존립과 정체성을 흔드는 게 아닌가” “한약은 간을 손상시키지 않는가”
2006년부터 서울의대 본과 4학년을 대상으로 ‘한의학과 보완대체의학’ 강좌를 맡고 있는 윤영주 씨가 ‘한의학 탐사여행-서울대 의대생 한의학을 만나다(출판사 u-북)’를 최근 편저 발간했다.
윤영주 씨는 1981년 서울대 의예과에 입학했지만 학생운동, 노동운동에 투신하면서 1985년 의대를 중퇴하고, 1994년 동의대 한의예과에 입학해 2001년 수석졸업한 이력의 소유자다.
이후 윤 씨는 서울대 의대에 재입학해 2004년 의사면허를 취득한 복수면허자이며,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박사논문을 준비중이다.
이 책은 2006년부터 ‘한의학과 보완대체의학’ 강의를 수강한 서울의대생들이 질의응답게시판에 올린 114가지 질문에 대해 윤영주 씨와 다른 교수들이 답변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한의학과 한방 의료 현실을 둘러싼 다양한 비판에 대해 충실한 해명과 반론을 제기하고 있으며,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논쟁 대부분을 망라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의대생들이 한의학에 던진 질문 중에는 ‘한의학에서 서양의학적 검사와 진단기계 도입이 왜 필요한가’란 것도 눈에 띤다.
한 서울의대생은 “한의사가 초음파를 보고, MRI로 뇌졸중을 진단하고, 당뇨에 혈당수치를 도입하고, 인슐린 치료를 논하느냐”면서 “한의학의 정체성은 도대체 뭐냐”고 따져 물었다.
이 책은 근거중심의학이 되기 위해, 예후판정과 신속한 후송을 위해, 치료효과 확인을 위해 서양의학적 검사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간질환으로 치료받고 있는 환자가 서양의학적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는 동시에 한방에 가는 경우가 꽤 많이 있다며 한의학 분야에서 종사하는 분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도 있다.
그러자 “간질환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한의원도 있지만 대다수 한의사들은 환자가 간질환이 있거나 간효소 수치가 높다고 하면 한약 복용을 권하지 않거나 권하더라도 간이혈액검사기 등을 통해 추적검사를 하면서 치료 한다”면서 “괜히 간손상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쓰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많이 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한의학이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 서양의학의 모든 치료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지만 서양의학 치료를 전적으로 무시하는 한의사는 거의 없다”면서 “서양의학을 신뢰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그동안의 무시, 비난과 박해 때문에 감정의 골이 깊은 것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뢰회복을 위해서는 서양의학계가 먼저 노력해야 할 일도 많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학생들은 ‘한방 성장 비만 클리닉의 치료방법은 무엇인가’ ‘IMS(근육내 자극술)와 침술은 다른 것인가’ ‘도대체 동의보감이 치료에 얼마나 유용한가’ ‘한약의 효과는 스테로이드 효과에 불과한가’ ‘한의사들은 감초의 부작용을 인식하고 있는가’ ‘한약은 간을 손상시키지 않는가’ 등 성역 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외에도 이 책은 ‘한방의약분업에 대해 한의계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가’ ‘한의사들은 이른바 의료일원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나’ ‘동서의학 협진의 발전 방향은 무엇인가’ ‘두 의학의 소통을 늘리는 방법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다뤘다.
윤영주 씨는 책 서문에서 “한의학과 서양의학이 오랫동안의 갈등을 해소하고 진정한 협력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라는 고민에서 이 책은 출발했다”면서 “이것을 시작으로 활발한 대화와 소통, 상호이해가 이루어진다면 더욱 훌륭한 의사를 위한 한의학이 곧 탄생할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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