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개설자와 그 임직원으로 하여금 의약품 도매상을 설립하지 못하도록 하는 약사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이 의약품 오남용과 불공정 행위를 막기 위한 정당한 조항이라고 판결했다.
헌법재판소는 29일 경희대학교병원의 학교법인인 고황재단이 약사법 37조 4항4호에 대해 제기한 위헌소원에 대해 재판부 9인중 3인의 위헌의견과 6인의 합헌의견에 따라 합헌판결을 내렸다.
경희대병원은 지난 2001년 의약품도매상을 설립하기 위해 보건소에 허가신청을 제기했으나 의료기관의 개설자와 임원 혹은 직원은 의약품도매상 또는 한약업사 허가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 약사법 조항으로 인해 신청이 반려되자, 직업선택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날 판결문에서 헌재 다수의견(6인)은 의료기관이 직접 의약품 도매상을 소유하게 되면 도매상의 이윤증대를 위해 의약품을 과다하게 처방·투약하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런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제한함으로서 의약품 오남용의 가능성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려는 이 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또 부속병원 학교법인이 도매상을 운영할 경우 수요자를 확보하고 있는 지위를 남용해 의약품의 불공정 거래를 벌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배제하는 수단으로서 기능하는 이 조항은 정당하며 더구나 2000년 7월 이후 시행된 의약분업의 틀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조항이 아니라도 의료기관의 과다한 약품 처방을 사후 규제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의사의 재량 범위라고 할 수 있으므로 사후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이 조항보다 더 기본권을 적게 제한하면서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단은 존재하지 않거나 실효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조항이 의료기관 개설자등의 직업선택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3인의 위헌 의견도 제기됐다.
이들 재판관 3인은 함께 밝힌 소수의견을 통해 오히려 의약품 유통체계가 의약분업의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질병에 필요한 약이 적기에 보급되도록 도매유통업체를 거치지 않는 직거래의 비중을 줄여 의료기관의 요구에 즉시 부응할 수 대형 도매상을 육성해야 하며 이것이 세계적 추세에도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 조항이 "불공정 거래행위를 막는 목적에 일부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조항이 아니더라도 약사법의 다른 조항이나 공정거래법에서 이미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고 이에 대한 처벌조항까지 만들고 있으므로 이것으로서 충분히 불공정 거래의 규제수단이 되고 있다"며 이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 직업선택의 과도한 제한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소수의견은 “제약업체, 유통업체 및 의료기관, 약국이 각자의 전문성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의약분업의 기본정신이므로 의료기관이 직접 도매상을 운영한다고 해서 의료기관의 정확한 처방과 치료가 후퇴된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이 법이 만들어진 91년 당시에는 의약분업이 시행되기 전이므로 합헌의견에서 밝힌 의약분업의 기본정신과 국민건강 보호라는 이유는 변화된 상황에 따라 사후에 그 이유를 부여한 것으로 원래 입법목적과는 연관성이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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