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의약분업 3년 이대론 안된다
의약분업이 시행 3년을 맞았다. 도입 여부를 놓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 제도는 의약품 오•남용을 방지해 궁극적으로 국민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도입됐지만, 건강보험 재정파탄 등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정부는 항생제 오•남용이 줄어드는 등 일정부분 성과를 얻었으며 안정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실패한 분업으로 단정짓고 전면 철폐 및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의약분업 시행 3주년을 평가하고, 제도의 정착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5회에 걸쳐 점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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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탄: 끊이지 않는 논란
제2탄: 기대효과는 달성됐나
제3탄: 분업후 나타난 부작용들
제4탄: 각계의 분업 평가
제5탄: 새로운 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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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안 된 강제분업
“의약분업을 실시하면 건강보험 재정에서 연간 약 5,500억원의 추가 부담이 예상되지만 약제비 절감 약 2,000억원과 의료전달체계 확립에 따른 진료비 절감액 약 3,000억원으로 충분히 충당 가능하다”
최선정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당시 차관 시절인 1999년 1월 4일 국회 보건복지위가 주최한 ‘의약분업 실시에 따른 공청회’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같은 해 11월 15일 의약분업 추진의 첫 단계로 의료계의 반발을 누르며 ‘의약품 실거래가’를 실시하게 된다.
‘의약품 실거래가 실시’는 그렇지 않아도 의약분업 시행에 대해 잔뜩 우려하고 있던 의사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고 의사들이 반발하면 할수록 복지부의 의도인 “약가마진의 거품을 거두어내어 의사들이 지금까지 약을 취급하며 부정하게 편취해온 ‘뒷돈’에 대한 개혁”이라는 대의명분은 사회적 공감대 폭을 넓혀가는 동시에 의료계의 입지는 좁혀질 수 밖에 없었다.
의약분업 정책 3년을 지나 민주당 정권이 재집권하면서 복지부 장관이 차흥봉, 최선정, 김원길, 이태복, 김성호, 김화중 장관으로 이어지면서 장관이 5명 교체되었고 대통령은 두번씩이나 대국민 사과를 했다.
준비 없이 무리하게 강행된 의약분업은 ‘의료개혁의 깃발’로 의료계의 희생을 요구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책을 드라이브한 정권의 실정으로 기록되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었다.
의약분업 효과 내세울 것 없다
복지부는 2000년 7월 의약분업이 시행된 이후 매년 심평원의 통계자료를 넘겨 받아 ‘의약분업의 성과’라고 하여 각 언론사에 자료를 배포하고 대대적인 대언론 홍보를 했다.
복지부가 매년 발표하는 ‘의약분업 성과’ 자료의 주 내용은 분업 후 항생제와 주사제 등 약물 오남용은 감소되고 있으며 복지부의 지속적인 건강보험재정 안정대책으로 건강보험재정 적자 폭이 예상 외로 적어 분업이 정착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올해 이례적으로 ‘의약분업의 성과’ 자료를 작성 배포하지 않았다.
복지부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리 중에 있다”고만 말하며 자료의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나 심평원측 관계자 말의 사정은 이와는 다르다.
심평원측 관계자는 “정부측 입장에서는 정책시행이면 성과를 나타내기 위해 대대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정책시행 목표만큼 (항생제 처방 등이) 줄지 않아 홍보하기에 미흡한 실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약분업이 시행된 이후 청와대는 ‘삶의질기획단’을 만들어 의약분업 정책효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려 했으나 뚜렷한 성과가 없어 유야무야된 것과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 알권리…처방전 활용법”
환자의 알권리는 약물 오남용 감소와 함께 의약분업 정책 목표의 양대 축이었다.
환자 알권리 확보를 위해 의사는 처방전을 2매 교부하고 약사는 조제내역서를 발행하는 것을 법제화했다.
의료계는 처방전 2매 발행 수용과 약사의 조제내역서 관철을 주장하고 있으나 복지부는 이와는 상관없이 처방전 2매 발행과 미발행시 처벌 입장만을 정해놓고 있어 의료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시민단체 역시 환자의 알권리 확보를 위해 의사의 처방전 2매 발행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약사의 조제내역서 별도 발행에 대해서는 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측 관계자는 “환자 알권리를 위해 약사의 조제내역서 별도 발행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으나 별도 발행에 따른 비용 추가 부담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건강세상네트워크(대표 조경애)는 진료비 영수증 주고 받기 운동에 이어 최근 ‘환자 알권리’ 확보 차원에서 ‘처방전 2매 활용지침’을 마련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 캠페인을 펼칠 계획으로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건강세상네트워크측 관계자는 “병의원에서 처방전을 2매 받으면 대부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경우가 많다. 환자 보관용 처방전을 가지고 인터넷에서 약품 검색을 하면 자신이 먹는 약이 어떤 약인지 확인해 볼 수 있다”며 “처방전을 가지고 국민들이 약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갖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의 내과 개원의는 여기에 대해 “환자가 약물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약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약물 오남용을 오히려 불러올 수 있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환자와 의사의 ‘라포’ 붕괴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송호근 교수 등이 분업 시행 이후인 2001년 3월 조사한 ‘의약분업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연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2.9%는 의약분업 이후 의사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특히 응답자별로 지식수준이 높은 대도시의 젊은층에서 의사들에 대한 이미지 악화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나 향후 의료계 주장에 동조세력을 얻기에는 많은 노력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환자는 병을 이기려는 의지와 의사는 자신의 의학지식을 총동원하여 치료하려는 서로에 대한 믿음과 공감대가 깨어진다면 그것은 비용측정 이상의 커다란 사회적 손실일 것이다.
송 교수는 “정부가 강조한 대로 의약분업은 약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필연적인 제도다. 그러나 의료대란까지 치르고 시행된 의약분업에서 득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은 집단은 의사이다”고 진단한다.
송 교수는 이어 “의사들은 직업적 정체성을 송두리째 잃었으며 환자 앞에서 전문가 행세를 하기 어렵게 됐다”며 “공익을 저버리고 이윤만 좇는다는 사회적 비난이 마음 깊숙이 상처로 남아있기 때문이다”고 말한다.<제3탄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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