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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뽀 되찾을 절호의 찬스

조형철
발행날짜: 2004-05-27 08:39:57
지난 2001년 경찰청의 병원 비리 수사는 의사집단을 겨냥한 정책적 하명수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뇌물 수수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성규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이 최근 열린 공판에서 “지난 2001년 경찰청의 병원 비리 수사는 의사집단을 겨냥한 정책적 차원의 하명수사였다”고 진술하면서 불거졌고 정부가 의사를 도둑집단으로 몰고가고 있다는 의료계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지난 의쟁투 파업당시 의료대란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의 필요성이 언론을 통해 제기되었으며 이는 의료계에 대한 통제기전 강화로 이어졌다는 것이 의료계가 그동안 줄기차게 제기해온 주장이었다.

의료계 리베이트에 대한 정책적 수사에서 드러난 사실은 언론 등에 유포돼 의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는데 큰 효과를 발휘했다.

의사라는 사회적 지위는 단숨에 하락했고 전문 지식인에 대한 존경보다는 부도덕한 중세시대 귀족상으로 낙인 찍히게 됐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의사와 환자사이의 라뽀가 무너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근래에 들어 '의료쇼핑'이라는 신종 단어가 생겨나고 의료사고에 대한 소송이 급증하는 현상은 이같은 사실에 신빙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국민으로 하여금 민간의료기관을 영리적으로 보이게 만든 장본인 역시 정부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이규식 교수는 "민간의료기관은 자체 의료인프라 구축에 대한 재원을 경상운영비에 불과한 진료비에서 충당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비급여 서비스 개발과 과잉서비스 제공이라는 변형된 공급행위를 하게 됐다"며 "이는 정부에 의해 조장된 것으로 민간 의료기관을 영리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주장들을 종합해 보면 의료계는 완전무결한데 정부가 도둑놈으로 몰았다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나 의료계 역시 정책적 하명수사에 리베이트나 부도덕한 '2%'(임의적 수치)를 국민들에게 보여준 책임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2%는 어느 집단에나 있다는 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분명히 짚어야 하겠다.

지난 2.22일 여의도 집회는 지난해 건정심 파행으로 촉발됐으나 집회까지는 너무 늦은 감이 많았다. 또한 국민들에게 집회의 정당성을 피력하기도 쉽지 않았고 언론에서는 교통정체가 심화된다는 보도만으로 일축될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 찬스는 다르다. 정책적 하명수사라는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계 매도를 증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당성 또한 충분하다. 언론에도 굳이 홍보할 필요가 없다. 의사들이 왜 모이는지 당연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실을 국민들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정부가 그동안 언론을 통해 의료계에 대한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켰던 사실과 악의적인 의도로 시행됐던 정책들, 그리고 이에 따른 폐해들을 정확히 알려야 하겠다.

또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던 노출된 일부 2%에 대한 사과도 잊지 않아야 하겠다.

아무쪼록 의사와 환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허공에 날리버리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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