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감기에 걸려 결근을 하고 내과의원에 방문했다. 의사 선생님은 참기 힘들면 오후에 다시 찾아오라고 당부한다.
증상을 못 견디고 다시 당일 찾아오는 환자가 많을 정도로 요즘 감기가 독하다며 주사제를 당일 한차례 더 투약하는 경우가 적잖다고 설명했다.
보험급여 청구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답변은 매우 간단했다. 단골환자가 요구하는 걸 모른 척 할 수도 없고 첫 진료분만 청구하고 두 번째 방문은 아예 청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동일질환으로 환자가 의원에 같은 날 2번 방문할 경우에 정액·정률에 따라 본인부담금을 받고 사유 등을 기재해 청구하면 급여가 이뤄지지만 약제 과잉투약 등 조정될 우려가 적잖기 때문에 아예 청구를 하지 않는 것.
그렇다고 다시 방문한 환자에게 본인부담금을 한차례 더 받는 일도 없단다.
최근 주사제 처방율이 낮은 25%에 속한 한 의원도 사실 주사제 청구를 하지 않는 덕에 포함됐다며 진료패턴과 데이터상에 일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불황을 겪고 있는 의료기관이 고객인 환자의 요구를 무시하고 항생제와 주사제를 줄이고 자신의 의학적 지식을 기초로 소신 진료를 하기에는 부담스런 부분도 있다. 당장 경영이 악화돼 폐업할 수 있는 상황에서 빠른 효과를 좋아하는 환자들의 성향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의료기관 입장에서 볼 때 전혀 추가되는 수익이 없이 비용과 시간을 더 들여 가면서 환자에게 진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더욱 그렇다.
물론 주사제·항생제 처방은 최대한 줄여야 하지만 불황을 겪고 있는 의료기관의 노력만을 요구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환자의 의식개선에 대해 보다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한 때다.
항생제 사용이 많은 또 주사제 처방이 많은 병의원을 공개하고 나쁜 의료기관이라는 잣대를 내밀기보다는 개선되지 않는 원인을 찾는게 더디지만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분업이 겨우 만 5년째다. 정부와 의료계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사제 처방율이 점점 개선되고 있다.
정부, 의료계, 시민단체 모두 주사제의 빠른 약효처럼 지나치게 성과중심의 조급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지 되새겨볼 일 이다. 분업은 의약부분의 개혁이지만 성과물은 '개선'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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