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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출신인 변호사 "한번쯤 환자 입장에서"

안창욱
발행날짜: 2009-03-16 06:46:43

이동필 변호사 강조…아군, 적군 흑백논리 위험성 지적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면 환자 입장에서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내과 전문의 출신인 이동필 변호사는 최근 발간된 충북의사회지에 ‘당신은 적군입니까? 아군입니까?’란 글을 특별 기고했다.

이 변호사는 기고에서 “의사 시절, 의료분쟁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신문기사를 통해 피상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지나치게 환자 편을 드는 게 아닌가, 어떻게 저런 판결이 나올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가진 적도 있었다”고 적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은 당시 내가 갖고 있는 작은 지식과 경험에 의존한 판단이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법 공부를 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접하고, 변호사가 되면서 또 다른 경험을 하면서부터”라고 강조했다.

대립되는 두 당사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다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면, 어느 한쪽의 의견만이 옳고 다른 한쪽의 견해는 배척되는 흑백논리를 취하는 게 세상을 참으로 삭막하고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앞으로 있을 환자 측의 항의와 분쟁이 두려워 사실을 숨기려 하거나 오히려 큰소리로 환자들을 외면하려 하는 경향이 있고, 그러다보면 환자들은 더욱 불만이 쌓여 서로간의 불신의 골이 깊어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에서는 의료진이 의료과실을 솔직하게 공개하고 사과를 구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소송으로 이어질 확률이 오히려 낮다는 통계가 있다는 것을 환기시켰다.

또 그는 “환자 측이 의료사고를 두고 의료인에게 책임이 있는지 여부를 밝혀달라고 법에 호소하는 것은 의사를 못살게 구는 일이 아니라 일반 국민의 당연한 권리임을 의사들도 받아들여야 할 시대가 도래했다”고 밝혔다.

그는 “가끔 처음 변호사 업무를 시작하면서 개업인사를 하러 갔던 병원의 선배의사가 ‘당신은 의사들의 적군입니까, 아군입니까?’라고 질문했던 것을 떠올리곤 한다”면서 “의사 시절에는 나 또한 도그마로 삼았던 흑백논리였겠지만 지금은 가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마냥 웃음이 나올 뿐이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면 상대방 입장에서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라면서 “더구나 그 상대방이 평소 내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환자들이라면 이는 당연한 일이며,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사람들의 책무일지도 모른다”고 환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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