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소병원계의 가장 큰 어려움을 묻는다면 모두가 한결같이 간호인력 부족을 꼽는다. 특히 지방에 위치한 병원들은 난제에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토해낸다.
이로 인해 대학병원과 중소병원간 반목도 상당하다. 새로 간호사가 들어와 이제 업무에 적응이 됐다 싶으면 줄줄이 대학병원으로 빠져나간다는 것이 중소병원계의 불만이다.
실제로 한 병원장은 중소병원이 간호사관학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자조섞인 농담을 건내고 있으니 그들이 느끼는 상실감이 어느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이러한 반목을 부채질 하는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대학병원들의 간호사 입도선매다.
아직 학교를 졸업하지도 않은 예비 간호사들을 1년전에 미리 뽑아 대기채용을 시키니 간호사 한명이 아쉬운 중소병원들은 탄식이 터져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렸으니 그것은 바로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일부 대형병원들을 중심으로 상당수 대학병원들이 올해 대기채용을 자제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2~3개 대학병원을 제외하고는 올해 상반기 간호사 채용에 나선 병원은 없다. 지난해 선발해 놓은 간호사들로 필요인원을 충원하고 더 필요한 인원이 있을 경우 상황에 따라 수시채용 형태로 뽑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대형병원은 경력직 채용도 지양하기로 했다. 중소병원들의 간호인력난에 대해 함께 상생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물론, 병협과 간협, 국립대, 사립대병원장 협의회 등이 이를 독려하고 나서기는 했지만 대학병원들이 이처럼 입도선매를 자제하고 나선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많다.
우수한 인재를 선점하고 싶은 욕구가 어디 병원계 뿐이던가. 더욱이 자본력과 인지도가 상당해 채용이 수월한 기관들이 스스로 그러한 특권을 버리고 중소병원과 상생방안을 고민한 것은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일이 아니던가.
물론 이 하나의 사건만으로 병원계가 겪고 있는 간호인력난이 충분히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대학병원과 중소병원이 힘을 합쳐 병원계의 문제를 스스로 풀어나가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대내외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같은 상생노력에서 이탈해 잇속을 차리고 나선 일부 대학병원들에게 눈을 흘리고 있는 것은 비단 기자뿐만이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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