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 논란 등 보건의료분야에서도 그 어느때보다 치열한 이념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진보성향 의사들이 참여하는 학회가 창립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비판과 대안을 위한 건강정책학회'가 그 주인공.
건강정책학회는 3일 서울대 함춘회관에서 창립총회 및 창립 학술대회를 열고 학회의 첫 걸음을 대내외에 공식적으로 알렸다.
건강정책학회는 지난 2007년 출범한 건강정책포럼 산하의 학술모임으로 한양대 신영전 교수, 경북대 감신 교수, 제주대 이상이 교수, 서울대 이진석 교수 등 진보적 학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학회는 건강보험포럼과 마찬가지로 '만인에게 평등한 의료'를 지향한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고, 의료전달체계 및 공공의료를 강화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얘기.
이는 최근의 의료민영화 흐름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실제 학회는 창립 학술대회의 주제를 '이명박정부의 의료민영화 대해부-의료민영화 정책에 대한 비판적, 학술적 검토'로 선정, 그 성격을 분명히했다.
건강정책학회 조홍준 창립준비위원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의료민영화정책은 향후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의 성격을 바꾸어 놓을 중대한 사안이지만 이와 관련된 학술적, 비판적 검토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기득권에 매몰되어 생명력을 잃고 있는 건강정책 논의를 되살릴 새로운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고 창립의 변을 밝혔다.
"의료민영화 정책 문제투성이…민주적 논의과정 보장해야
한편 이날 창립 학술대회에서는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과 관련된 다양한 비판들이 쏟아져 나왔다.
기조발제에 나선 한양대 신영전 교수는 "현재 추진되는 의료민영화 정책은 편익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매우 불확실하고 정책결정과정의 민주성에 심각한 문제 있다"면서 "의료민영화 정책에 대한 정책의 득실과 부작용에 과학적 평가, 정책적 논의공간의 복원, 국민적 합의과정 등을 복원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조발제에 이어서 이명박정부 의료민영화 정책 중 핵심정책인 △영리법인병원 △민간의료보험 △의료채권 △MSO (의료경영지원회사) △건강관리 서비스 활성화 △해외환자유치 등 세부정책에 관한 토론이 이어졌다.
가천의대 임준 교수는 "영리병원 도입의 정부측 주요 논리는 성장동력론"이라면서 "그러나 미국의 영리병원 연구결과들에 비추어 볼 때 비용 면에서, 그리고 질적 측면에서 효율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영리법인의 허용이 의료관광허용 이후 내국인 환자의 의료서비스 이용기회가 줄어들었으며 의료 인력의 지역간 불평등이 심화되어, 결과적으로 공공부문의 의료인력 유출과 자원 불균형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또 중앙대 이원영 교수는 의료채권 발행에 관한 법률안이 나오기까지 과정과 법률이 의료제도에 미칠 영향을 비판적으로 검토해 눈길을 끌었다.
이 교수는 "이 법률이 대형병원이나 브랜드를 앞세운 전문병원이 덩치를 키우는데 도움을 줘 어려운 중소병원의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릴 것"이라면서 "수익성에 따른 의료분야의 불균형, 부적절한 투자를 야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인의협 김종명 정책팀장은 이명박 정부의 건강관리서비스 정책과 관련 "목적이 불투명하고, 포괄적 건강증진정책의 부재, 건강서비스 이용의 불평등, 건강서비스 공급체계에서 일차의료기관 역할의 약화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건강정책학회는 이날 총회를 시작으로 향후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와 공동으로 '상황과 복지' 발간에 참여하며, 웹진 발간과 연구공동체 운영 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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