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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다학제협진 바람…"효과·만족도 높아"

발행날짜: 2009-08-15 06:59:18

아산·삼성 이어 서울성모, 고대구로병원 속속 도입

"41세 여성으로, 왼쪽 가슴에 5.7cm크기의 악성종양이 확진됐습니다. 종양이 커서 유방절제술을 시행해야 하지만 환자는 유방보존을 원합니다."

고대 구로병원 유방내분비외과 우상욱 교수가 말문을 열자 맞은편의 종양내과 서재홍 교수가 답한다.

"유방보존을 위해 수술 전 항암치료를 시행하고 종양을 줄인 후 유방보존술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함께 모인 7명의 의료진이 환자의 치료에 대해 하나 둘 의견을 내기 시작하고, 곧 이어 활발한 토론과 함께 치료방법의 가닥이 잡힌다.

이제 환자와 보호자가 참석하고 치료법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고대 구로병원 유방암 다학제진료가 이루어지는 현장이다.

대학병원들이 속속 다학제협진을 도입하며 치료효과와 환자만족도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나서고 있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 포문을 열었고 최근 개원한 서울성모병원과 고대 구로병원도 속속 협진을 시작하며 대세론을 굳혀가고 있다.

다학제협진이란 여러 진료과목 전문의들이 한 환자의 사례를 함께 모여 토론하고 최상의 치료법을 찾아나가는 진료방식을 의미한다. 단순히 협력해 치료하는 단순협진보다는 다소 더 업그레이드된 방식.

최근 다학제진료를 시작한 구로병원의 방식을 보면 차이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유방내분비외과 이재복 , 우상욱 교수, 종양내과 서재홍 교수, 방사선종양학과 양대식 교수, 병리과 김애리, 이현주 교수, 영상의학과 우옥희 교수 등 총 7명이 참여하는 협진팀은 매주 금요일 한 곳에 모인다.

그 주에 병원을 찾은 모든 새로운 유방암환자들에 대해 철저히 검토하고 치료법을 모의하기 위해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과 일련의 치료과정들에 대한 계획을 짠후 합의가 끝나면 환자와 보호자에게 교수 7명이 동시에 모여 설명한다.

궁금한 점은 그 자리에게 누구에게나 질문할 수 있으며 치료방식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도 가능하다. 말 그대로 환자중심의 치료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협진팀을 이끌고 있는 서재홍 교수는 14일 "종양같은 경우 외과적인 수술은 물론, 정확한 병리학 진단과 최선의 방사선학적 검사, 시기적절한 방사선 치료와 환자에게 맞는 항암제 선택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만 최선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러한 면에서 한명의 의료진에 의한 결정과 치료가 아닌 다학제 진료를 통해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인의 능력보다는 팀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학제협진도 다소 한계가 있다. 현재 행위별 수가체제에서는 사실상 병원이 이에 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7명의 교수가 모여 환자를 치료하더라도 결국 수가는 1명이 진료한 것과 같아 사실상 6명의 교수들은 자원봉사를 한 것과 다름없다.

한 대학병원 협진팀장은 "다학제협진의 필요성과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수가체계 개편 등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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