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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문화유산 등재 할말 있다

유용상
발행날짜: 2009-09-17 06:40:54

유용상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 위원장

동의보감이 세계기록 문화유산에 등재 되었다.

한의학계는 물론 여러 관련 기관은 이 일로 여러 매체를 통한 홍보를 지속하고 있으며 국민들도 경사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17세기 우리의 기록물이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다.

축제의 분위기가 계속되는 중에 의료계의 논평이 발표 되었는바 그 논조가 사뭇 일반인의 생각과 달라 큰 논란이 되었다.

대부분의 신문에서 의료계의 이 성명서에 대하여 상식 밖의 일로 보도를 하고 있고 시선집중 등의 프로그램에서 대담도 하였다.

차제에 이 위원회의 대표로서 또 우리나라의 의료이원화 제도를 타파하고자 하는 시민모임인 의료일원화 국민연대의 참가자로서 의견을 말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한다.

17세기 초 국가의 주도로 질병을 예방하고자 하는 종합의서의 편찬노력과 당시까지의 의학에 관한 총정리를 25권의 책으로 편찬하였던 것이니 문화재적 가치는 충분하다 할 것이다. 이 문화적인 유물등재를 한의학의 우월성과 존재의미로 홍보하면서 이번 논란은 시작 되었다.

성명서 발표 후 의사협회는 정부, 정치, 언론계를 포함한 여러 곳으로부터 의례적 현안과 다른 집단적 비난에 직면하였다. 그 비난의 요점은 ‘국가적 경사’에 재뿌리는 행위라거나 심하게는 이권에 기반한 반민족적 행위라는 것이다.

의학적 식견이 필요한 문제라 횃불로 확장되지는 않았지만 민족적 자긍심을 자극하는 일에 일어나는 우리나라 특허인 민족 촛불 사태와 한통속의 문제라는 것쯤은 뻔히 보이는 일이다.

16세기 중엽, 일본은 나가사끼의 인공섬 데지마를 통하여 포루투갈의 상인들과 교역하고 서양의 문화를 참조체계로 받아들이기 시작 하였다. 도쿠가와 이예야스의 에도 막부가 열리고 200년의 쇄국을 유지하는 동안에도 데지마에는 네델란드의 상관이 허락 되어 있었다.

네델란드와의 교류를 통한 난학의 열기 속에 스키타 겐파쿠와 그의 동료들은 언어가 통하지도 않는 막막한 환경에서 쿨무스의 ‘타펠 아나토미아’라는 인체해부학 책을 “해체신서‘로 번역하였다.

‘해체신서’의 인체는 그간의 동양의학의 오장도와는 천양지차의 차이가 있었다. 겐파쿠를 비롯 한 일본의사들은 막부가 허락한 사형수 등 몇 건의 해부를 통하여 그간의 동양의학에서 설명하는 폐6엽, 간좌삼엽, 우삼엽의 구별도 없고 위장의 위치, 형상도 틀림을 거듭 확인하였다.

삽화를 맡은 오다노 나오타케는 “사방의 군자들은 용서하라.”며 그림실력에 대한 진솔한 양해를 기술하기도 하였다. 서양의 해부학과 동양의학의 오장도 비교를 통하여 의학을 초월한 사회의 모든 분야로 진행되는 ‘에도(京都)의 몸’ 즉 동양의 전체론적 자연관이 열리기 시작 한 것이다.

1600년대, 음양오행설의 동양적 우주관이 풍수와 인간의 생리와 병리, 길흉을 지배하던 시대의 동의보감이 그 내용을 불문하고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질병의 고통과 시대적 방법론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선조들의 진지한 노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생각해보자. 엄청난 의학지식을 기술해 놓은 히포크라테스의 의학도, 15세기까지의 서양의학의 주류였던 갈레노스 의학도 인류의 위대한 과학적 성취 앞에 봄눈 녹 듯 사라졌다.

기록 유산이란 “역사적 중요시기를 이해하는데 중요하거나 그 시기를 특별한 방법으로 반영하는 자료”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동의보감의 내용은 과학 혁명전의 소박한 동양의학과 중세의 동양 인식론을 총체적으로 보여 주는 문화적 기록물 일 뿐 현대의 의학적 이론과는 通約不能(incommensurable)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우리 대한민국만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민족의 문화에 자긍심을 갖는 것은 우리의 기분을 들뜨게 한다. 하지만 민족 문화에서 연유한 만들어진 전통(홉스 붐)에 열광하는 것만으로 우리의 미래를 개척 할 수 없으며, 중세시대의 소박한 의학서로 우리의 건강을 해결할 수도 없다.

나는 김태연 소설가, 중국의 장궁야오, 뉴욕의 왕징 박사와 함께 중국에서의 한의학 고별운동, 우리나라에서의 의료일원화 시민운동에 대하여 깊은 공감을 나누고 있으며 국제 시민세미나도 개최 하여 이론적 확실성을 확보하고 있다. 지금껏 나는 한의학 개혁문제에 대하여 민족주의적 집단사고에서 벗어나 논리와 진지하고도 객관적인 학문적 태도를 보이는 정부당국자나 정치인을 만나보지 못하였다.

나 역시 민족주의자 일 것이다. 하지만 모두를 민족주의자로 만들어버린 우리의 근대화 오류가 의학의 분야에서도 통탄스러운 지체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는 현실을 뼈저리게 파악하고는 있다.

인류의 역사는 중요한 인식론의 전환으로 이루어져 왔다. 지식의 누적, 축적이 패러다임의 영향 없이 이루어 질수 있는 유일한 분야인 과학이 인류의 생명과 권리를 신장 하게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인류는 양립 할 수 없는 구시대의 인습을 혁명적으로 제거하면서 발전해 온 것이다.

중국이 버린 인식론의 원류를 교조적 전통으로 보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이다. 전통은 만들어가는 것 일진데 과거의 문화적 전통이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다하여 성역화하고, 지성과 학문적 양심의 발언까지도 천박한 민족주의로 비난하고 막아서서야 어찌 세계의 일등국가가 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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