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고 있는 병원·의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법원 통계에 따르면 고액채무로 인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사건이 3년 전에 비해 4배나 늘었고, 그 중 의사나 한의사가 전체 신청 건수의 40~6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들이 이렇듯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비율이 다른 직군에 비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구조적인 이유에서이다.
의사들은 개원 초기부터 무리한 대출, 막대한 의료장비 및 리스료 부담, 의료사고 발생 시 적지 않은 손해보상액 등의 원천적인 재정적 부담을 내포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경기침체로 환자 수는 감소한 반면, 은행들이 갑작스런 대출금 회수에 나서는 바람에 채무 원금과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속수무책 파탄지경에 이르고 있다.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의사라는 신분으로 은행의 대출이 쉽다보니 대출을 받아 주식, 부동산, 투기성 사업에 투자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금번 경제위기로 주가는 급락하고, 부동산은 매매가 되지 않으면서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 의사회생 신청이 더더욱 늘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회생절차는 과도한 채무로 인해 정상적인 소득으로는 채무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변제하기 어렵거나, 그 우려가 있는 경우 법원에 구제를 신청하는 법적 제도이다.
통상 신청과 동시에 보전처분, 포괄적 금지명령, 중지명령을 동시에 신청하게 되는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보전처분이 수 일 내에 결정되며, 진행 중인 경매나 가압류, 가처분 등 강제집행을 중지시켜 병원의 영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한다.
개원의나 봉직의의 채무가 무담보 5억원 또는 담보부 1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과거에는 개인회생제도를 이용할 수 없어 그 구제방법이 막연했다.
그러나 2006년 4월부터 시행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일명 통합도산법)은 기존의 개인회생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고액 채무자에 대해 기업의 회생절차를 이용할 수 있게 하여 제도적 편익을 마련하였다.
과거와 달리 경영자 관리인 제도를 도입한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의료법인, 의료법인이 아닌 병원장, 개원의의 경우 기존 경영자가 관리인으로 선임되어 영업을 계속하며, 통상 건강보험공단 요양급여, 신용카드 매출채권, 통장 등이 압류된 경우 강제집행 취소 신청을 하여 병원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회생절차 진행 중에 도래한 수표나 어음 등에 대해서는 부정수표단속법상의 처벌대상에서 제외되는 제도적 장점이 있다.
가끔 상담을 하다보면 파산을 신청하고자 하는 경우가 있는데, 다른 직업과 달리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은 법원에서 바로 파산을 받아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법원은 채권자의 입장도 고려하며, 의사로서 일정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데도 채무 전부를 면책 받으려고 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로 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의사 회생절차 신청이 의의가 있는 것이다.
회생절차 인가결정을 받으려면 회생채권자 67%와 회생담보권자 75%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파산하여 청산할 때의 가치보다 더 많은 채무를 변제하는 것을 회생계획안의 내용으로 하기 때문에 채권자 측에도 경제적 이익이라는 논리로 접근한다.
실제로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개원의 등이 재산을 청산하여 적은 채무를 변제하거나 전혀 갚지 못하기보다는 영업을 계속하여 더 많은 채무를 변제하기를 원하는 것이 현실이다.
통상 회생절차는 경우에 따라 1년에서 10년까지 진행되는데, 법원은 회생절차 인가 후 2년 동안 회생계획안의 내용대로 채무를 변제하고, 영업이익이 지속될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회생절차의 조기종결을 결정하여 병원이나 의원이 영업을 정상화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회생절차 실무를 진행하면서, 회생 의지가 강한 의사의 경우 좋은 조건으로 회생계획안이 인가되어 영업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일시적 경기침체로 인해 의료인들의 고도로 연마된 전문지식과 경험이 사장되어서는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병원 회생절차가 국가공적구조제도로 자리 잡아 빚으로 어려움에 처한 병원과 의원의 경영정상화에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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