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제를 과다하게 주입해 호흡정지가 일어난 환자를 발견하지 못하고 20여분간 수술을 지속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한 의사에게 1억 4천만원이라는 거액의 손해배상책임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18부는 최근 치핵제거수술을 받던 중 마취사고로 인해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들이 의사의 책임을 물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유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12일 판결문에 따르면 환자 A씨는 항문의 통증을 느끼고 B병원에 내원, 항문외부에 외치핵이 다수 발견돼 수술을 결정했다.
수술 당일 전신 수면마취전 의사는 항생제인 링코마이신과 진통제 펜타조신, 진정제 디아제팜을 주사하고 정맥마취제인 포폴을 180mg을 투약한 뒤 수술을 시작했다.
하지만 20여분에 걸친 외치핵 제거수술이 끝난 후 환자를 살피자 환자는 이미 호흡정지 및 심정지 상태에 빠져있었고 이에 의사는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으나 결국 회복되지 않았다.
그러자 유가족들이 의사의 과실과 미흡한 응급대처로 환자가 사망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정맥마취제인 포폴은 그 자체로도 호흡억제의 부작용이 있어 적절한 양을 투여해야 한다"며 "또한 마취전 호흡억제 부작용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는 벤조디아제핀계 진정제인 디아제팜을 투여한 이상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의 체중이 60kg이었던 만큼 20분정도 수면마취를 하려면 30~120mg이 적정사용량이었다"며 "하지만 의사는 그 범위를 초과해 180mg을 한꺼번에 투여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재판부는 펜타조신과 디아제팜을 투여하고 마취제를 과다투여해 놓고도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살피지 못한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실이라고 못박았다.
재판부는 "심정지 또는 호흡정지가 발생했을때는 얼마나 빠르게 응급처치를 하느냐가 소생여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하지만 의사는 정확도가 떨어지는 맥박산소포화도 측정기만을 부착한 채 수술을 시행하고 수술중에도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아 수술이 끝날때까지 호흡정지 및 심정지된 환자를 방치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그러나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로서 마취 부작용으로 인한 처치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인정해야 한다"며 의사의 책임을 65%로 제한, 총 1억 4천만원을 배상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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