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료원의 상징인 백혈병센터 넘겨주고 명망있는 스텝들도 많이 옮기고 이름도 바꾸라고 해서 변경하고 나니 성모병원의 시대가 이렇게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지요"
여의도 성모병원의 노 교수가 건넨 말이다.
세계 최대의 가톨릭병원인 서울성모병원이 개원한지 1년이 지난 지금 가톨릭의료원의 모태인 여의도 성모병원은 어떠한 마음으로 이를 바라보고 있을까.
대다수 스텝들은 시대의 흐름을 인정하면서도 가톨릭 의료의 상징인 성모병원이 점점 그 대표성을 잃어가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정년을 앞두고 있는 외과계열의 한 교수는 31일 "성모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한 20여년전만 해도 성모병원은 가톨릭의료의 핵심이자 자랑이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일개 산하병원이 되버린 것 같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특히나 서울성모병원과 이름이 헷갈리니 이름을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변경하라는 이사회의 결정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성모'가 갖는 타이틀을 서울성모병원에 완전히 넘겨준 것이 아니겠냐"고 전했다.
실제로 여의도성모병원은 서울성모병원이 개원하면서 많은 것들을 넘겨줬다. 우선 과거 성모병원의 상징이었던 백혈병센터가 서울성모병원에 새 둥지를 틀었다.
백혈병센터는 물론, 일부 스텝들도 서울성모병원으로 자리를 옮겼음은 물론이다.
거기다 지난해 말에는 성모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의 이름이 혼돈을 줄 수 있으니 성모병원 앞에 '여의도'를 붙이는 방안이 이사회를 통과하면서 명칭도 넘겨줬다.
교수들과 직원들은 다른 무엇보다 병원의 명칭이 변경된 것에 많은 회한을 갖고 있다. '성모병원'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가치가 넘어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모병원은 1936년 5월 11일 라리보 주교의 강복식을 거쳐 국내 최초의 가톨릭 병원으로 중구에 개원했다.
이후 1954년 가톨릭의대가 설립되면서 의대부속병원으로 인정됐으며 1983년 확장을 위해 여의도로 자리를 옮기면서 현재 여의도성모병원의 시대가 시작됐다.
3년후인 1986년 가톨릭암센터가 설립되면서 여의도성모병원은 국내 최초의 암 진료 전문센터를 보유하게 됐고 아시아 최고의 백혈병센터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러나 2009년 서울성모병원이 설립되면서 가톨릭암센터를 서울성모병원에 넘겨줘야 했고 백혈병센터에 이어 이름까지 넘겨주며 가톨릭의료원의 새 시대를 안타깝게 바라봐야 했다.
병원 보직자는 "지난해 누적적자가 400억원이 넘어가면서 사실상 병원의 존폐위기를 겪었는데 의료원에서 지원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더라"며 "서울성모병원에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가톨릭의료원을 상징하는 성모병원에는 지원을 아낀다는 생각이 드니 못내 서운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사실 병원 내부에서도 서울성모병원에 다 퍼주고 나면 성모병원은 뭘로 지탱하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역사와 전통만큼 노하우와 끈끈한 팀웍이 있으니 또 한번의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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