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 송명근(흉부외과) 교수의 CARVAR(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 수술이 안전하지 않다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보고서가 제출된 지 20여일이 지났지만 정부 차원의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환자들의 안전을 지켜야 할 복지부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관계자는 15일 “지난달 24일 CARVAR 수술에 대한 후향적 임상연구 보고서를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에 제출했는데 아직까지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답답할 뿐”이라고 질타했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지난해 5월 송 교수의 CARVAR 수술을 조건부 비급여 결정하면서 3년간 안전성, 유효성에 대한 근거 생성을 위한 임상연구를 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심평원에 임상연구를 자문하고, 연구 결과를 심의할 실무위원회를 두는 한편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임상연구를 의뢰했다.
심평원 산하 실무위원회는 대한흉부외과학회 추천인사 3명을 포함해 12명의 전문가그룹으로 꾸려져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최근 송 교수가 지난 2007년 3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서울아산병원과 건국대병원에서 397명의 환자에게 시술한 CARVAR 수술의 안전성 연구를 종결하고, 복지부와 심평원에 보고서를 전달한 상태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이 보고서는 CARVAR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의무기록을 추적한 결과 15명이 사망했고, 202명에서 잔존 대동맥판막폐쇄부전증 95건, 잔존 대동맥판막협착증 144건 등의 심각한 유해사례가 발견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다 연구기관의 개인정보 추적의 한계로 인해 생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환자가 40여명에 달해 정부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며, 유효성 연구의 경우 송 교수의 비협조로 인해 전혀 시행하지 못했다는 점을 기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의료연구원 관계자는 “관계기관이 적극 나서 조속히 보고서를 심의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면서 “이는 어떻게 보면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평원의 태도 역시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심평원 관계자는 이날 <메디칼타임즈>가 실무위원회가 언제 열리느냐고 묻자 아직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무위원회 위원장이 회의 소집을 요청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언질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실무위원회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실무위 측은 “이미 10일 위원장이 심평원과 전체 위원들에게 회의 소집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낸 것으로 아는데 무슨 소리냐”고 되물었다.
SBS가 9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보고서 내용을 보도하자 송 교수는 다음날인 10일 이를 반박하는 기자간담회를 연 바 있다.
이런 상황이 빚어지자 실무위 위원장이 조속히 회의를 열자고 심평원과 위원들에게 요청했다는 것이다.
실무위 측은 “CARVAR 수술 임상연구를 자문하고, 연구 결과를 심의하는 게 실무위의 역할인 만큼 보고서를 과학적이고 중립적으로 심의할 것”이라면서 “필요하다면 송 교수도 참석하도록 해 의견을 피력하도록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특히 실무위 측은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복지부로부터 보고서를 심의해 달라는 요청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실무위원회에서 보고서 심의후 의견을 전달하면 상황에 따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수도 있지만 현재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대한 심의가 지연되면서 일부에서는 CARVAR 수술의 보건부 비급여가 3년인 만큼 복지부가 당장 수술 중단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안전성, 유효성 임상연구를 연장하려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연구원 관계자는 “임상연구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실하지 않을 때 하는 것인데 이미 후향적 연구에서 안전성과 유해사례가 심각하다는 게 확인됐는데 연구를 더 하자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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