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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로 U턴 경쟁…'또다른 시행착오' 우려 커

발행날짜: 2010-10-15 06:50:31

의대-의전원 역할 분담해 좋은 의사-의과학자 키워야

|기획특집|의학전문대학원 5년 무엇을 남겼나

의학전문대학원이 제도 도입 5년만에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의사양성학제를 대학 자율에 맡기자 26개 의전원 중 20곳 이상이 의대 복귀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정책 실패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가져온 변화와 후유증을 살펴보고 바람직한 의사양성학제를 모색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상) 존폐위기 의전원 의대 U턴 가속화
(중) 잃어버린 5년…거센 비난 목소리
(하) 거듭되는 시행착오 이제는 끝내야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에 의사양성학제에 대한 선택권을 주면서 의대와 의전원의 불안정한 동거관계가 끝나고 의대 중심의 학제개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위문제는 물론 교육과정과 예산집행 문제, 나아가 인턴제도 재편 등 핵심적인 논의가 정리되지 않은 채 학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시행착오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뜨거운 감자 학위 문제…"교과부 자승자박"

학제 자율화로 의대 쏠림 현상이 가시화되면서 또 다른 시행착오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한 의전원의 학제개편 공청회 모습.
14일 의학계에 따르면 상당수 전문가들은 의대와 의전원이 공존하는 의사양성학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학위 문제를 꼽고 있다.

의대와 의전원간 교육과정이 사실상 거의 동일한 상황에서 학제에 따라 학사와 석사가 갈리는 문제는 논란이 되기 충분하다는 것이다.

충남의전원 김원식 교수는 14일 "지금 제도로는 똑같은 교육을 받고서도 의전원을 졸업하면 석사가 되고 의대를 졸업하면 학사가 된다"며 "과연 누가 이같은 상황을 인정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학제에 따라 대학마다 서로 다른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하지만 상당수 대학들이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같은 문제는 의전원 도입 직후부터 계속해서 문제로 대두돼 왔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학사와 석사의 차이점은 등록금 뿐이라는 자조섞인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교과부가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통해 의전원이 입학정원의 20~30% 범위에서 학·석사 통합과정을 선발할 수 있도록 조치하자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더 커져가고 있다.

고교 졸업생을 바로 신입생으로 뽑을 수 있도록 해 의전원도 우수학생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 교과부의 복안이지만 이러한 제도 자체가 의전원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전문가들은 두가지 학제가 공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교과부 제도개선 설명회 전경.
A의전원 원장은 "교과부가 의전원이 왜 실패했는지에 대해 분석하지 않고 당근만 내던지며 제도 지키기에 여념이 없는 것 같다"며 "고등학생을 선발해 의학교육을 시키면 과연 의전원과 의대의 차이점이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국 다양한 학부 졸업생을 뽑아 의과학자를 양성하겠다는 의전원의 취지를 교과부 스스로 뒤집을 꼴"이라며 "그들이 의대생과 무엇이 달라 석사학위를 받아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예산 지원 형평성 등 풀어야할 과제 산적

이러한 지적이 힘을 받으면서 의전원에 대한 예산 지원 문제도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동일한 커리큘럼으로 교육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의전원에만 지원금을 주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이다.

더욱이 교과부가 의전원에 대한 지원책으로 MD-Ph-D과정에 대한 국고지원을 구체화하자 역차별 정책이라는 비판도 많다.

의대·의전원장협회 권용진 전문위원(서울의대)은 "의과학자 양성은 의사양성학제와 무관하게 지원해야 함에도 의대를 차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는 의학교육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인턴제도 개편과 이공계 우수자원 유출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교과부는 의전원 제도 도입으로 의사양성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진다는 지적을 받자 인턴제 폐지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병원계와 의견이 상충되면서 끝없는 논란을 낳고 있다.

의전원의 영향으로 생물학 계열 등 이공계 학과들이 입시반으로 변질되는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못한 난제다.

비록 의전원을 유지하는 대학들이 줄면서 이같은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학사편입이 다시 부활한다는 점에서 결국 같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의대-의전원 역할 정립 시급 "소모적 논란 멈춰야"

이에 따라 의대가 옳으냐 의전원이 옳으냐에 대한 소모적인 논란보다는 근본적인 방향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 공방보다는 눈앞에 있는 현안들을 해결하고 바람직한 의사양성학제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제의대 이병두 학장은 "지금은 어느 학제가 더 우월한가에 대해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며 "어떻게 하면 좋은 의사, 우수한 의과학자를 양성할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충고했다.

의대와 의전원이 취지에 맞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야 한다는 지적인 것. 그러한 방향으로 제도가 정착되면 자연스레 지금의 논란이 사그라들 수 있다는 제언이다.

즉, 의대는 우수한 임상의사를 양성하는데 주력하고 의전원은 도입 취지대로 의과학자를 키워내는데 집중할 수 있는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병두 학장은 "이제는 어떻게 하면 의사양성학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며 "정부도 학제문제에 매몰되기 보다는 의학교육 전반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 의대와 의전원의 역할에 맞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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