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방송을 보면 구제역으로 온 나라가 난리가 난 것 같다. 하지만 아침에 출근해서 환자만 보다가 퇴근하는 일상생활에서는 마치 먼 나라의 일과 같다.
일이 있어 구청을 방문할 일이 있었다. 민원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시민협조 안내문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철저한 예방을 위하여 민,관,군이 협력하여 휴일 없이 밤낮으로 방역작업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 가축질병이 종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로는 구제역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시민들의 행동요령도 친절하게 쓰여 있었다.
구제역의 백과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발굽이 2개인 소, 돼지 등의 입, 발굽 주변에 물집이 생긴 뒤 치사율이 5∼55%에 달하는 가축의 제1종 바이러스성 법정전염병이다.
소의 경우 잠복기는 3∼8일이며, 초기에 고열(40∼41℃)이 있고, 사료를 잘 먹지 않고 거품 섞인 침을 흘린다. 잘 일어서지 못하고 통증을 수반하는 급성구내염과 제관(蹄冠), 지간(趾間)에 수포가 생기면서 앓다가 죽는다.’ 마치 소아환자에서 전염성으로 도는 수족구질환(HFM disease)과도 비슷해 보인다.
매몰처분을 통해서 전파 차단을 하는 것을 가장 먼저 시행하는 최우선 작업인 것을 보면 그저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행복할 따름이다.
최근에 구제역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이 전체 국민의 5%에 달한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그리고 뉴스 한 토막에는 축산농가의 시름도 시름이거니와 추운 날씨에 하루 종일 야외에서 방역작업에 여념이 없는 공무원들의 피로누적과 더불어 매몰작업에 참여자의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도 연일 오르내리고 있다.
실제적으로 구제역으로 코피가 터질 정도로 고생하는 분들을 보면서 2009년과 2010년 신종플루로 정신적, 육체적인 한계를 느끼며 묵묵히 일하던 의사들의 모습이 투영되는 것 같아서 가슴이 찡하게 저며온다.
이런 국가적인 일이 발생하면 의사들도 대표단체에서 봉사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의사협회에서 회원 성금을 걷어서 허탈해 하는 축산농가에 전달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또는 협회차원에서 방역작업과 매몰작업에 매진하느라 피곤에 지친 분들에게 영양제를 놔주고 PTSD가 의심되는 분들에게는 적절한 시기에 진단 및 치료에 도움을 주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물론 코 앞에 떨어진 의료계 현안들로 정신없이 바쁜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이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열린 의사들의 모습에서 국민들도 그리고 공무원들도 감동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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