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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전공의 손해배상소송 미루는 정부…"6개월 동안 무응답"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사직 전공의들이 병원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이 정부 측 태도로 6개월 이상 지연돼 신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정부는 앞서 제기된 행정소송 등의 결과 이후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인 반면, 전공의 측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한 사법부 판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강명훈 변호사는 "행정소송은 지난 5월 3일 소장이 접수된 이후 정부(보건복지부장관)는 소송수행자를 지정한 외에 6개월여 기간 동안 아무 주장도, 입증도 하지 않고 있다"며 "심지어 단 한 차례도 기일이 진행된 바 없다"고 지적했다.사직 전공의들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담당하는 법무법인 하정 강명훈 변호사는 최근 본인의 SNS를 통해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해 이같이 지적했다.의대증원 발표 이후 전공의 대다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나자, 정부는 지난 2월 7일 사직서수리금지명령을 내렸다.전공의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6월 4일 사직서수리금지명령을 철회했지만, 수개월 이상 전공의들은 불명확한 소속으로 근무에 어려움이 발생해 손해를 입었다.이에 전공의들은 정부와 병원 측을 대상으로 직업 선택의 자유와 사직의 권리를 침해당한 수개월간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이 국립대병원 10곳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 57명은 각자가 일했던 국립대병원에 1인당 1천5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으로 나타났다.청구 대상은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국립대병원 9곳이며, 총청구액은 총 8억5천500만원이다.하지만 정부는 사직서수림금지명령의 위법성에 대해 판단하고 있는 행정소송 경과를 살펴보고 재판을 진행해 달라는 내용의 '절차진행에 관한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전공의들이 선행해 제기한 수직서수리금지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4건의 행정소송과 그 결론을 달리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강명훈 변호사는 "행정소송은 지난 5월 3일 소장이 접수된 이후 정부(보건복지부장관)는 소송수행자를 지정한 외에 6개월여 기간 동안 아무 주장도, 입증도 하지 않고 있다"며 "심지어 단 한 차례도 기일이 진행된 바 없다"고 지적했다.이어 "행정법원은 대법원이 아니기 때문에 손해배상 소송을 담당하는 민사 재판부가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더욱이 행정소송에서의 결론이 옳다는 보장도 없는데 왜 정부는 행정소송 경과를 보고 하자는 것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그러면서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LEX DILATIONES ABHORRET)"라며 "민사 소송이든, 행정 소송이든 그 결과에 따라 정부가 위법한 사직서수리금지명령을 내렸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나올 수 있어 정부는 가능한 늦게 사법부 판단을 받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이어 "그래서 행정소송에서는 답변조차 하지 않고, 민사 소송에서는 그런 행정 소송 경과를 보자고 하는 것"이라며 "결국 모든 피해는 전공의들에게 돌아간다. 정부의 무모한 정책 추진은 여러모로 의료 체계를 망가뜨리고 있다. 사법부의 현명하고 신속한 판단은 그나마 발생한 피해를 줄이는 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4-11-04 11:56:35정책

의개특위 4개월 논의 결과…5년간 10조 어디에 투입하나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료단체가 빠진 채로 진행된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가 지난 4개월간의 논의 끝에 1차 실행방안을 내놨다.의개특위 노연홍 위원장은 30일 브리핑을 통해 의료개혁 1차 실행 방안으로 ▴전공의 수련 혁신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필수의료 수가 정상화▴의료사고 안전망 확충 등 4대 우선 과제 실행방안을 발표했다.노 위원장은 필수‧지역의료 5년간 국가재정 10조 원 + 건강보험 10조 원 병행 집중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앞서 대통령 직속 의개특위는 4월 25일 출범, 최근까지 논의 끝에 결과물을 낸 셈이다.의개특위 노연홍 위원장은 4개월간의 논의 끝에 1차 실행방안을 내놨다. ■ 역량있는 의료인력 확충 어떻게?먼저 올해내로 의료인력 수급 추계·조정을 위한 논의 기구를 설치키로 했다. 의사인력 수급 정책과 연계하겠다는 계획이다.해당 논의기구는 의료인력 추계작업 지원을 위한 추계기관으로 내년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내에 '의료인력수급추계센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의 HRSA(보건의료자원서비스청)와 같은 통합적 인력정책 지원 전문기관으로 성장시켜나가겠다는 의지도 밝혔다.의개특위는 수급추계 전문위원회, 직종별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한 위원 추천 절차를 9월 중 시작해 올해 내로 논의기구 출범을 목표로 잡고 있다.이와 더불어 전공의 수련에서도 밀착지도 + 수련시간 단축 + 다기관 협력을 통해 수련의 질을 높인다는 계획이다.의개특위는 수련 수당 이외에 지원 예산으로 올해 35억원이었던 것에서 90배 늘려 2025년도 3130억원까지 확충했다.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의 주요 내용세부적 예산 투입 출처를 보면 지도전문의 1인당 최대 8천만원까지 지원하고 수련 프로그램을 내실화할 계획이다. 현재는 진료에 치여 전공의 '지도전문의' 업무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운 실정. 전공의를 밀착 지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얘기다.이와 더불어 수련현장에서 부족한 임상실습 기회를 보완해 임상교육훈련센터를 내년 강원대, 경상국립대 2곳 추가로 설치해 2028년까지 모든 국립대병원에 설치할 계획이다. 또 필수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임상술기 교육 지원도 1인단 50만원 확대한다.인턴제도 개편한다. 독립적 진료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현재는 명확한 책임주체가 없지만 앞으로는 인턴과정 전담 지도전문의 지도하에 진료참여 기회를 늘려나갈 예정이다.특히 빅5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중증도가 높은 환자만 접하면서 오히려 2차 병원에서 주로 진료하는 질환군에 대해서는 접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수련시간 변화이를 개선, 협력체계별로 진료과별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중증도별 환자를 경험할 수 있는 수련체계를 구축한다. 특히 연속 수련 24시간, 주당 수련 72시간으로 단축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이어 내년에는 연속 수련시간을 36시간에서 24시간까지 단축하고 주당 평균 수련을 80시간에서 72시간으로 더 줄일 예정이다. 최종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60시간 수준으로 단축키로 했다. 또 필수분야 전공의에 대한 연간 1200만원의 수련수당 지급 대상도 대폭 확대한다.지역 전공의 배정 확대정책도 유지한다. 내년에는 비수도권 전공의 비중을 현재 45%에서 50%로 상향키로 한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한다.■의료전달체계 정상화·지역의료 재건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의 핵심은 중증에 집중하고 지역병원과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 현재 중증진료 비중을 50%에서 70%까지 확대하고 전공의 의존도 또한 40%에서 20%로 줄여나갈 예정이다.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은 9월 중 시행해 준비가 된 병원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특히 종합병원 중에서도 심·뇌 등 중증 응급 기능을 정립하고 지역내 거점병원 역할을 하고 있는 우수한 종합병원에 대해서는 보상을 강화한다. 이와 더불어 전문병원 지정·육성체계 전면 개편안도 내년 중 제시한다. 지역 국립대병원 교수정원을 내년 330명에서 2027년 1천명까지 확대하는 계획도 예정대로 추진한다. 이와 더불어 의료전달체계 내에서 전문의 의학적 판단이 즉각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패스트 트랙을 구축함으로써 의료기관 이용 혁신을 이룰 계획이다.지역의료 혁신전략으로는 거점병원을 육성하고 시범사업을 통해 지역필수의사제를 도입할 예정이다.■필수의료에 대한 충분하고 공정한 보상의개특위는 2027년까지 저수가를 퇴출하겠다는 목표로 생명과 직결된 중증수술이나 마취 등에 대해 1천여개 수가를 인상한다.당장 내달 9월까지 8개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를 인상하고 2025년도 상반기까지 누적 1천개 수가를 인상할 예정이다. 2025년~2027년까지 누적 3천개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를 현실화할 방침이다.이와 더불어 비중증 과잉 비급여 질환에 대해서는 병행진료시 급여를 제한하고 실손보험 개혁에도 착수한다.또한 상대가치개편 주기를 기존 4~7년에서 2년 이내로 단축하고 종별, 분야별 수가 왜곡이 없도록 수가 결정구조 개편도 추진한다.■환자-의료진,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의료사고 소통 지원법과 더불어 환자 대변인 등 분쟁조정제도를 혁신하고, 의료사고 배상보험·공제를 확충해 안전망을 구축해나갈 방침이다. 기존 최대 3천만원에서 3억원까지 보상금액을 확대했다.특히 고액 민사 배상액 부담을 줄이고자 신속하고 충분한 보상 처리를 의료사고 책임‧종합보험 상품 확대하고 공제체계 도입을 추진한다.원가보상률 대비 低보상 분야 조정방안 예시 이와 더불어 내년부터 의료사고 위험도가 높은 필수 진료과 전공의 및 전문의를 대상으로 의료사고 배상 책임보험‧공제 보험료 일부(30%, 50억 원)를 국가가 지원한다.응급, 심뇌, 분만, 중증 소아 등 고위험 필수의료 중심으로 최선을 다한 진료행위를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의료사고 형사 특례 법제화를 추진한다.최근 필수의료행위 해당 진료과에 기피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명맥한 중과실이 아닌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형사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노연홍 특위 위원장은 "이번 의료개혁 실행방안을 통해 우수하고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으로 질적 도약을 위한 전기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이어 "인력, 인프라, 재정 등 모든 측면에서 전면적 구조 개혁과 혁신을 추진하여 필수‧지역의료 혁신과 재건을 견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의료개혁 완수를 위해 정부는 과감한 재정투자, 법‧제도 개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새로운 대한민국 의료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2024-08-30 17:20:06정책

여전한 수련병원 대체인력 수당 미지급 "제대로 된 정부 맞나"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정부가 동원한 수련병원 대체인력에 대한 보상 미지급과 공보의·군의관 파견으로 인한 지역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의료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19일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 및 관계 당국의 철저한 각성을 촉구했다. 정부는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겠다면서 군 의료와 지역의료에 커다란 사각지대만 만들었다는 것.정부가 동원한 수련병원 대체인력에 대한 보상 미지급과 공보의·군의관 파견으로 인한 지역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의료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전공의·의대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조속히 의·정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다. 대체인력 보상수당 문제도 지급 기간을 지침에 명시하지 않아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보상 지급이 미뤄지는 데다가 예비비 편성, 집행도 이뤄지지 않는 등 정부의 대책이 총체적으로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것. 더욱이 이들에게 약속한 출장비·숙박비·식비 등 정부 지침에 명시된 실비 수당마저 제때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서울시의사회는 "전공의 개별 사직 사태가 이어지자 정부는 군과 지역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력을 차출했다. 이게 과연 제대로 된 정부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며"열악한 군 의료는 물론이고 지역 보건지소의 경우 아예 지소 진료가 중단되거나 연장 진료가 불가능한 사례들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이어 "검체 이송이나 혈압 측정 등 인력의 전문성과 무관한 업무를 맡거나 오히려 직무 범위를 넘어선 진료 현장에 배치되는 등 수많은 문제가 불거졌다"며 "정부는 여전히 민사 책임과 관련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없이 병원별 재량에 맡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4-07-19 19:38:31병·의원

응급실에 타과 배치 발언 후폭풍...응급의학회 "황당하다"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보건복지부가 전공의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응급의료센터 중단 위기에 대해 타과 인력 활용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대한응급의학회가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적은 보상과 민형사상 엄청난 부담을 안고서도 응급실을 지킨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에게 오히려 보건당국이 나서 직업적 자존심과 사명감에 큰 상처를 줬다는 것.존재감이 부정당한 만큼 전문의 이탈은 더욱 가속화되고 이에 응급의료체계의 붕괴도 머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대한응급의학회는 19일 입장문을 내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의 응급의료 관련 발언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앞서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최근 상황이 더 열악해진 응급실에 대해서 "전공의가 빠져나가서 응급의료센터 교수님들의 피로도가 굉장히 높고, 응급의료센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응급의료센터 상황을 살피고 있고, 응급의학과 외에 다른 전문 과목의 인력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이에 학회는 "정부의 일방적 의료 정책 추진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의료 현장의 혼란 속에서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응급의료 현장을 힘겹게 지켜 왔다"며 "정부의 응급의료에 대한 인식의 수준과 해결책이 응급의학과 외에 다른 전문 과목의 인력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하니, 참으로 답답하고 황당하다"고 비판했다.학회는 "24시간 응급의료 제공 중단이 발생한 속초의료원,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에서는 다른 전문 과목 인력 활용을 생각하지 못했겠냐"며 "해당 병원의 다른 전문과목의 전문의가 응급 환자 24시간 야간, 휴일 진료를 시행하면 해당 전문 과목의 외래, 입원, 수술 환자는 누가 진료하겠냐"고 반문했다.적은 보상과 더불어 현재 의료 현실에서 수시로 벌어지고 있는 민, 형사상 엄청난 부담이 있어 다른 전문과목 전문의가 응급실 진료를 선뜻 하기 쉽지 않다는 게 학회 측의 판단. 복지부의 발언은 미봉책에 그친다는 것이다.학회는 "대동맥 박리 진단을 놓쳤다고 징역형 집행유예와 그에 따른 행정처분으로 면허 취소를 당하고, 다른 사례에서 최근 17억원의 민사 소송 배상이 판결된 바 있다"며 "응급의료를 너무 쉽게 생각하지만 타과 전문의는 응급실로 몰려오는 온갖 다양한 응급, 비응급 환자들을 빠른 시간에 진료하고 응급처치하는 것에 응급의학과 전문의들만큼 전문성을 가지지 못한다"고 우려했다.학회는 "따라서 타과 전문의는 자신의 전문과목 진료 대상 환자는 진료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환자에 대한 대처는 어렵다"며 "응급의학과 외에 다른 전문 과목의 인력도 활용할 수 있다는 언급은 그나마 응급의료센터, 응급실에서 24시간 야간과 주말, 휴일을 응급환자와 가족들의 곁을 지키고 있던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직업적 자존심과 사명감에 큰 상처를 줬다"고 비판했다.이어 "이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이탈을 막기는커녕 더욱 가속화시켜 응급의료체계는 걷잡을 수 없는 단계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국가 응급의료체계는 반드시 유지돼야 하며, 현재 응급의료 현장을 지켜내기 위한 정말 실질적인 대책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2024-07-19 12:04:26학술
[진솔이 풀어주는 의료법률 리뷰]

진료상 과실과 손해사이의 인과관계 입증

메디칼타임즈=신일섭 변호사(진솔)  진료상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손해가 발생하는 것 외에 주의의무 위반,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손해배상 판결에서 판단기준에 관하여 판시하였는바,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어 이를 소개한다.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환자 측에서 의료진의 과실을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고, 현대의학지식 자체의 불완전성 등 때문에 진료상 과실과 환자 측에게 발생한 손해(기존에 없던 건강상 결함 또는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거나, 통상적으로 회복가능한 질병 등에서 회복하지 못하게 된 경우 등) 사이의 인과관계는 환자 측뿐만 아니라 의료진 측에서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위 대법원 판례는 이러한 증명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환자 측이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수준에서 통상의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의 위반 즉 진료상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의 존재를 증명하고, 그 과실이 환자 측의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인과관계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여기서 손해 발생의 개연성은 자연과학적, 의학적 측면에서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될 필요는 없으나, 해당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의학적 원리 등에 부합하지 않거나 해당 과실이 손해를 발생시킬 막연한 가능성이 있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에는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인과관계의 증명수준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다만,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되는 경우에도 의료행위를 한 측에서는 환자 측의 손해가 진료상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경우 추정을 번복할 수 있다는 점을 판시하였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사실관계는 70대를 넘긴 환자가 ‘오른쪽 어깨 전층 회전근개파열과 어깨충돌 증후군 소견’으로 진단받고, 전신마취 및 국소마치 아래 관절경을 이용한 견봉하 감암술과 이두건 절개술을 하는 과정에서 저혈압이 발생하여 결국 사망하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은 마취과 전문의가 간호사 호출에 즉시 대응하지 못한 진료상 과실이 있다고 보면서, 마취과 전문의가 간호사 호출에 대응하여 신속히 혈압회복 등을 위한 조치를 하였더라면 저혈압 등에서 회복하였을 가능성도 상당하게 보이므로, 진료상 과실이 사망을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망인의 사망이 진료상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지 않는 이상, 진료상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본 판결은 민사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진료상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 진료상 과실과 그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고 하여 인과관계 증명책임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시한 것으로서, 앞으로 진료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되는 경우에도 의료행위를 한 측에서는 환자 측의 손해가 진료상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경우 추정을 번복할 수 있다는 점을 판시하였기 때문에 앞으로 진료 과실에 의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의료기관이 유의하여 항변할 사항도 제시하였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4-05-27 05:00:00오피니언

"의대증원 담당 판사는 윤통 친구"…의료계, 재배당 요청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의료계 측이 8개 국립대 의대생들이 낸 의대 증원 반대 민사 가처분 사건 8건에 대해 지난 21일 법원에 사건 재배당을 요청했다.의대증원 관련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는 '8개 국립대 의대생들이 낸 의대 증원 반대 민사 가처분 사건 8건을 결정하는 재판부를 전부 또는 일부 재배당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의료계 측이 8개 국립대 의대생들이 낸 의대 증원 반대 민사 가처분 사건 8건에 대해 지난 21일 법원에 사건 재배당을 요청했다.의대 증원 사건 재판부의 재판장으로, 8개 국립대 의대생들이 낸 증원 반대 민사 가처분 사건 8건을 모두 결정할 예정인 서울고등법원 이균용 부장판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친구이기 때문에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이병철 변호사는 "이균용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의 친구로,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됐다가 도덕성 문제로 낙마하고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에서도 경고 및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는 인물"이라며 "그런데 이번에 대법관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고 지적했다.이어 "대법원장 자격이 없어 국회에서 거부당했는데 대법관 자격은 갑자기 생겨나는 것 인가"라며 "이러한 분이 윤 대통령의 의과대학 2000명 증원 정책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결할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의료계의 관심이 주목됐던 의료계의 의대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은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이 기각 및 각하 판결을 내리며 마무리됐다.특히 의대생의 경우는 관련 법령상 원고 적격성을 인정받았지만,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가처분을 기각했다.이병철 변호사는 이번 민사소송의 경우 '공공복리'는 심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승소 가능성 역시 높다고 주장했다.그는 "민사 가처분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이 인정한 의대생들의 학습권과 회복할 수 없는 손해 및 긴급성만 인정되면 승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이어 "이균용 판사가 서울고등법원과 같이 앞뒤가 맞지 않는 기각결정을 한다면 의료계에서 상상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서울고법은 8개 사건의 배당을 전부 또는 일부라도 다른 재판부에 새로이 배당해야 한다"고 말했다.한편, 서울고등법원이 기각·각하했던 의대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대법원 심리는 지난 21일 시작됐다.보통 재항고는 통상적으로 최종 판결까지 최소 한 달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많아 5월 안에 결과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대법원이 빠르게 심리에 착수하며 이 달 안에 최종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이병철 변호사는 "아직 진행 중인 의대증원 관련 재판은 대법원과 서울고법 다른재판부가 맡아 사법부의 명예를 회복시켜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2024-05-22 11:42:46정책

보툴리눔톡신 전쟁 2라운드…대웅-메디톡스 항소심 재개

메디칼타임즈=허성규 기자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간 보툴리눔톡스 기술 비밀 유지 등을 둘러싼 민사 소송이 1년여만에 다시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 재판부가 첫 변론 준비 기일을 확정하는 등 재판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 문서로만 오고가던 소송이 본격적인 다툼으로 들어간 셈이다.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민사 소송 2심이 1년여만에 변론준비기일을 진행, 본격적인 공방을 예고했다.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5-3민사부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대상으로 제기한 영업 비밀 침해 금지 등 청구 소송 2심에 대해 첫 변론 준비 기일을 확정한 것으로 파악됐다.변론 준비 기일이 확정된 것이 주목받는 이유는 앞서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간 소송이 지난 3월 항소 제기 이후 추가적인 움직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1년여 만에 다시 다툼이 본격화됐다는 의미다.이 소송은 앞서 2017년 메디톡스가 자사 직원이 퇴사 후 대웅제약과 자문 계약을 맺고 기술을 유출해 다른 제품 개발에 기반이 됐다는 이유로 시작됐다.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는 것이 메디톡스의 주장이다.이후 민사는 물론 형사 고발까지 소송이 번져갔으며 특히 미국에서 ICT 분쟁이 이뤄지면서 두 기업간 소송은 점차 복잡해지는 양상이었다.이후 형사 고소 건에서 대웅제약이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일부 기울어지는 양상을 보였지만 지난해 2월 서울행정법원이 영업 비밀을 침해한 것이 맞다며 메디톡스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반전을 맞은 상황.당시 재판부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통해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에 400억원을 지급해야한다고 선고했다.아울러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에 보톨리눔균주를 인도하고 완제품을 폐기하도록 했다. 또한 관련 제조 기술을 사용하는 것도 금지했다.그러자 대웅제약은 이에 즉각 반발하며 집행정지와 함께 항소를 진행했고 2023년 3월 항소 재판부가 정해졌다.그러나 이후 양측은 항소이유서 및 절차 진행에 대한 의견 등을 문서로만 제출하며 소송이 지지부진한 상황에 놓였던 것이 사실.특히 양측은 본격적인 변론 등을 진행하기 전 비밀유지 명령 신청과 재판기록의 열람 제한을 신청하며 소송 진행에 대한 보안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여줬다.실제로 대웅제약이 시청한 재판기록의 열람등 제한 1건 외에도 양측이 신청한 비밀유지 명령만 9건에 달한다.결국 1년여 만에 변론 준비 기일이 확정된 만큼 이제 곧 양측의 공방이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양측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는 점과 소송 진행 전부터 다양한 준비가 이뤄졌다는 것을 보면 선고의 향방은 알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2024-05-16 05:30:00제약·바이오

실손보험 분쟁 동향과 대응방법

메디칼타임즈=서울시의사회 한진 법제이사 최근 몇 년 간 실손보험과 관련된 이슈가 의료계를 지배하고 있고, 문제삼는 치료행위 종류만 바뀔 뿐이지 정리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필자 역시 담당 사건목록에 실손보험 관련 민·형사 사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유지되고 있으며, 다양한 학회나 의사회로부터 요청받는 강의 주제 역시 상당 부분 실손보험에 관한 것이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수년 간 실손보험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뤄본 변호사로서, 실손보험 관련 의료정책을 제시하는 의사회 법제이사로서, 새해를 맞이하는 지금 시점에 실손보험과 맞닿아 살아가고 있는 의료인들을 위해 졸속한 글이나마 작성해보고자 한다. 먼저 실손보험 분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른바 '백내장' 사건이다. 백내장 수술 관련 고액의 보험금 지급이 이어지면서, 막대한 손해를 입은 실손보험사들이 의료기관이나 환자에 대해 수많은 민사 사건, 압수수색까지 수반한 엄중한 형사 사건 등의 분쟁을 일으켰다. 나아가 금융감독원 등 주무부처에 대한 민원, 실손보험 표준약관 반복 개정, 국회 관련 입법 발의 등의 이벤트들이 이어졌다. 이렇게 다양한 주체와 쟁점들이 얽혀서 어지럽게 흘러가던 백내장 분쟁은 2022년 초 백내장 관련 입원치료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내려지면서 상당한 파장이 생겼다. 많은 실손보험사들은 위 판결과 이어지는 대법원 판결(심리불속행 기각)을 근거로 환자에 대해 보험금 지급거부를 하기 시작하였고, 이는 환자들의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이라는 2, 3차 분쟁으로도 이어졌다. 그러던 중 작년 9월 경 필자가 수행한 실손보험 사건에서 1심과 2심 법원은 모두 백내장 관련 입원치료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고(실손보험사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이후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한 환자측은 각종 분쟁에서 위 판결문을 적극 인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언뜻 보면, 법원이 모순된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이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입원치료와 관련한 주된 대법원 판례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법원은 위 판례의 법리를 각 사건에 적용하여 합당하게 판단하고 있다. 즉, 동일한 방법의 수술이 시행되었다고 하더라도 수술의 경과나 환자의 상태 등에 따라 입원치료의 필요성 판단이 달라질 수 있고, 여러 가지 상황들을 고려하여 전문가인 의사가 종합적으로 판단하며, 실제 입원을 하지 않았거나 입원의 필요성이 없었음이 구체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면, 입원치료가 부인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합당한 의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백내장 수술에 대해 입원치료를 시행한 의료기관이라면, 실손보험사 측의 문제 제기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볼만 하고, 필자는 위와 같은 논지를 통해 관련 형사사건에서도 전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 다음 통증 치료 분야로 시선을 돌려보자. 통증 치료에 있어 실손보험 분쟁이 가장 많은 건 아무래도 '도수치료'일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백내장의 경우 '사실상 시력교정술임에도 백내장 수술로 포장하고 보험금을 청구한다'는 식의 문제제기라면, 여기에서는 '사실상 건강마사지임에도 도수치료로 포장하고 보험금을 청구한다'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도 있다. 실손보험사 측 문제제기의 틀이 크게 바뀌지 않았듯이, 이에 대한 대응도 크게 바뀔 필요는 없다. 즉, 충실한 의학적 근거를 통해 법리적 주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을 지면상 다 옮길 수는 없지만, 가령 도수치료는 기본적으로 보존적 치료인 점, 해당 환자에게 통증 경감 등 도수치료의 의학적 목적이 달성된 점, 횟수를 제한하는 객관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필자는 위와 같은 논지로 대응하여, 도수치료 뿐만 아니라 체외충격파 치료나 MRI 검사 등 통증 분야 사건에서 나름 유의미한 결과를 얻은 바 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부분은 '발달장애아동 치료비용'이다. 비교적 최근에 실손보험사에 의해 문제 제기된 분야인데, 발달장애 치료 과정에서 지속적인 관찰과 치료, 검사가 시행되면서 상당한 치료비가 보험료로 청구되었고, 이에 실손보험사는 의사가 아닌 치료사의 불법 의료행위라는 점 등을 이유로 지급거부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분쟁 과정에서 충실한 의학적 근거를 통해 법리적 주장을 해야한다는 점은 바뀌지 않는다. 필자의 경험을 지면상 다 옮길 수는 없지만, 가령 의사의 지휘·감독 하에 치료사의 놀이·미술 등 적절한 의학적 근거를 가진 치료가 이뤄졌다는 점, 의료법상 소아청소년과가 아니거나 대학병원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아동에게 적절한 발달장애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다만 이 건은 최근에 문제 제기된 분야인 만큼 다른 건처럼 유의미한 결과가 충분히 나오지는 않았다.지금까지 지면을 빌어 간략하게나마 대표적인 실손보험 분쟁 동향과 그 대응방법에 대해 작성해보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는 일의적인 참고사항일 뿐이고, 실제 분쟁을 접할 경우 사안마다 사실관계가 다르고, 기준이 되는 약관 내용도 다르므로, 전문가의 세밀한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한편 분쟁 중에는 학회나 의사회에서 자정 대상으로 평가하는 악의가 다분한 보험사기 사례도 있고,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보험사기가 성립할 여지가 있는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이 경우 대응 방법은 앞서 기재한 사례와 전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조력을 구할 것을 당부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점은 문제되기 이전에, 의료인 스스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자정의 노력을 하여 분쟁의 소지를 줄이는 것이다. 의료인들을 둘러싼 대외적 환경은 날로 악화되어 가고 있고, 특히 개원가에서 느끼는 부담은 더욱 클 것이라 생각된다. 본 기고문이 어려운 의료 환경에서, 특히 개원한 의사들이 환자-실손보험사 등과의 올바른 관계를 정립하고 안정적인 경영 상태를 유지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2024-01-22 05:30:00오피니언

거듭되는 미봉책 유감

메디칼타임즈=외과의사회 이세라 회장 보건복지부는 21일 오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제3차 상대가치 개편 세부 추진방안'을 심의 의결했다. 주요 내용은 제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방안. 예고됐던 것처럼 검체와 영상 분야는 보상을 낮추고 수술과 처치 분야 보상을 높였으며 내과‧소아청소년과‧정신건강의학과 입원료 가산은 폐지된다. 이번 개편에 따른 상대가치점수는 오는 2024년 1월부터 적용된다.복지부는 "이번 3차 개편은 행위별 수가 지불제도와 연동돼 양적 보상에 집중된 기존의 제도를 정비하고 중증 수술·입원 등의 수가를 개선해 필수의료 확충에 기여하고 건강보험 체계를 효율화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후 상대가치점수 검토 주기를 단축하고 의료기관에서 확보한 비용 자료를 바탕으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수가 결정 구조를 준비해 건강보험과 필수의료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는 보상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2001년 도입된 상대가치점수는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을 위해 의료인력 투입, 시설·장비 운영, 재료 소모, 위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비교 가능한 점수로 나타낸다.상대가치점수는 지난 2008년과 2017년 두 차례 개편을 진행했지만 분야 간 불균형이 여전해 수술과 입원분야 등 필수의료서비스 공급 불균형과 의료인력 확충에 어려움을 유발시킨다.정부는 개편안을 통해 의료 환경과 진료행태 변화 등으로 도입 취지가 약화된 의료기관의 가산제도를 정비하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분야의 수가 불균형의 개선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진료 현장에서 체감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기본적으로 현재의 상대가치 제도는 필수의료 분야 특히 수술분야의 저수가를 전혀 개선하지 못한다. 의사의 행위료(의사업무량)에 대한 평가절하가 문제다. 또한 질병의 발생빈도나 행위의 발생빈도를 고려하지 않은 점은 물론이고 의사의 숙련도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늘어나는 의료분쟁과 그에 따른 민사 보상금액 등은 건강보험 진료를 통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3차 개편에서는 행위 유형별로 종별가산제도를 다르게 적용해 수술·처치 분야 보상 수준을 높이고 검체·영상검사 분야 보상을 하향했다. 확보 재정으로 복강경·흉강경 등 내시경 수술수가를 인상한다. 이것은 의료현장의 불균형을 개선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건강보험을 통한 수입은 현재 정부가 원하는 의대정원 증원이나 공공 의전원의 신설, 공공의료기관 설립 같은 정책에 모두 투입된다. 그런데 공공의료기관의 하나인 성남시 의료원은 적자라고 한다. 적자 내용은 충격이다. 23년 예상 의료수입으로 419억원, 의료외 수입 291억원, 예상 지출액은 1063억원으로 추정된다. 민간 의료기관은 견딜 수 없는 적자다. 대부분의 외과계 의료기관들도 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보험기준만으로는 적자라는 의미다.상대가치제도 외에 의료기관들의 운영을 더 어렵게 하는 제도들이 있다. 비급여진료비 신고와 보고제, 수술실 내 CCTV설치, 실손보험 청구 대행 같은 제도다. 그리고 의사들의 민사배상금액 증가와 형사 처벌 같은 법률적인 문제들이다. 외과계는 이제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것이 대부분의 생각이다.건강보험법과 상대가치제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나오는 정책들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특히 필수의료 분야를 담당하는 외과계 의료기관에는 수십년 간의 규제가 훨씬 강하고 많기 때문에 왠만한 지원책으로는 정책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 상대가치개편을 통해서 필수 의료 분야의 불균형을 맞추려는 노력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다.건강보험료와 국고 지원금 등 한정된 재원으로 운영되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원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의료서비스 이용을 제한하거나 의료기관에 과도한 제한을 완화하는 등의 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특히나 바이탈을 담당하는 혹은 외과계를 대표하는 필수의료과는 행위료를 지나치게 낮게 책정한 것이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가치 개편을 하겠다면 행위료를 상대가치제도에서 분리해야 한다. 젊은 의사들은 의사업무량(행위료) 7만5003원짜리 충수절제술을 하고 스트레스 받으며 사는 것보다 덜 벌고 덜 스트레스 받는 분야를 선택한다. 조삼모사 미봉책보다 훨씬 많은 발상의 전환과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3-09-25 05:00:00오피니언

CCTV법 시행 20일 앞두고 헌법소원…환자단체 "실망"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수술실 CCTV 의무 설치 법 시행을 앞두고 의료계가 헌법소원을 제기하자 환자단체가 유감을 표시하고 나섰다. 의료계의 반대 목소리에도 정부는 예정대로 법을 시행할 예정이다.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7일 "CCTV 의무 설치 및 제한적 촬영으로 내용으로 하는 법 시행을 20일 앞두고 헌법소원을 청구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행보가 유감"이라며 "해당 법은 환자 안전 및 인권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앞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 및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그러면서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인의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과 초상권 등 헌법 상 기본권 침해, 환자와 의사 신뢰 관계 훼손, 방어진료 야기 등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 침해 등을 주장했다.자료사진. 환자단체는 수술실 CCTV 설치 반대 목소리를 내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의료계를 향해 "실망"이라고 밝혔다.환자단체연합은 "의협과 병협의 주장은 지난 8년 동안 반복해왔던 수술실 CCTV 법제화 반대 근거"라며 오히려 개정된 의료법의 입법 취지가 반감됐다고 지적했다.구체적으로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 사유를 폭넓게 허용했고, 환자가 요청하더라도 수술에 참여한 의료인 등 정보주체 중 한 명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촬영한 영상 정보의 열람 또는 사본 발급이 안된다는 점을 짚었다. 수술실 CCTV 촬영을 환자나 보호자가 촬영 요청을 해야만 가능한 점, 영상 보관 기간을 촬영일로부터 30일로 정한 점도 환자에게 불리하다고 했다.환자단체연합은 "환자나 보호자가 촬영한 영상정보 확인을 통해 형사고소나 민사 재판,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의료분쟁을 조기에 종결시키고자 하는 입법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라며 "환자가 CCTV 촬영요청서를 내고 싶어도 치료상 불이익을 입지 않을까 불안해 제출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비판했다.또 "촬영일부터 30일로 보관기간을 정한 것은 너무 짧다"라며 "영상 정보가 유령수술, 무자격자 대리수술, 성범죄 여부 판단 등 수술 중 발생한 의료사고 진실 규명을 위한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촬영일부터 90일 이상으로 하거나 적어도 영유아보육법처럼 60일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환자 입장에서도 수술실 CCTV 의무화법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불만이지만 관련법이 시행된다는 점에 의미를 둬야 한다고 했다.환자단체연합은 "의협과 병협은 정부가 운영했던 수술실 CCTV 설치 방안 협의체에 각각 2명의 위원을 추천해 2년의 유예기간 동안 사회적 논의를 했음에도 법 시행 20일을 앞둔 시점에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행보가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그러면서 "의료인과 환자 모두 불만인 법이지만 지난 8년 동안 사회적 논의를 통해 우여곡절 끝에 법이 개정된 이상 우선 시행해보고 문제가 나오면 그때 개선하는 게 합리적 대응"이라며 "범죄행위와 비윤리적 행위를 사전 예방하고 의료사고 관련 증거를 사후 확보하기 위해 수술실 CCTV 의무를 법에 최초로 신설했다는 점에서 환자 안전 및 인권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3-09-07 11:52:42병·의원
분석

대동맥박리 놓친 전공의, 의료법위반 징역형 판결 전말은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은 60대 여성 환자 진료 과정에서 '대동맥박리'를 잡아내지 못한 응급의학과 전공의 1년 차에 대해 법원이 징역형(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업무상과실치상), 진료 기록을 조작했다(의료법 위반)는 혐의를 인정한 것.의사 입장에서 청천벽력 같은 판단은 현재로부터 약 10년 전인 2014년에 벌어진 일이다. 당시 1년 차였던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현재 전문의 자격을 따고 수도권의 한 중소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일하고 있었지만 수 년째 이어지고 있는 법적 분쟁의 부담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대동맥박리 진단이 늦어서 식물인간 상태에 놓여 있는 환자 측은 의료사고 이후 A대학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먼저 제기했다. 민사 법원도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 병원 측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여기에 힘을 얻은 환자 측은 이후 당시 전공의 1년 차였던 의사 K씨를 특정해 형사 소송까지 제기했다.의료 사고의 시작,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무슨 일이?10년 전인 2014년 9월 10일, 서울 A대학병원 응급실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의사가 어떤 처치를 하고, 어떻게 대응했길래 과실이 인정된 것일까. 메디칼타임즈는 민사 및 형사 소송 판결문을 입수해 환자의 증상, 의사 K 전공의의 처치를 확인해 봤다.2014년 9월 10일 밤 11시 30분. 60대 여성 S씨는 자다가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을 호소했다. 그는 1999년 고혈압을 진단 받고 A대학병원을 꾸준히 다니고 있었다. 1999년에는 뇌경색을 겪었다.2014년 9월 11일 새벽 12시 55분. 그가 다니던 서울 A대학병원 응급실에서 K 응급의학과 전공의에게 증상을 설명했다. 명치에서 흉골에 이르는 부위의 지속적인 가슴통증, 누운 자세에서 통증이 심해지고 앉은 자세에서 좋아지며 식은땀, 오심, 구토가 있다고 했다. S씨는 혈액검사, 심전도검사,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는데 심전도 검사에서 1도 방실차단, 엑스레이에서 심비대가 관찰됐다.새벽 2시 5분. K전공의는 급성 위염으로 추정 진단하고 환자에게 소화성 궤양용제(라니티딘) 및 진통제(메토클로프라마이드)를 투약했다.새벽 3시 30분. 환자 S씨의 보호자인 딸은 환자가 등 쪽으로 뻗치는 방사통 등 새로운 증상을 호소하고 기존의 가슴 통증도 심해졌다며 심장내과 의사의 진료를 받아봤으면 좋겠다고 요청했지만 K전공의는 거부했다. 흉부 CT 등 추가 검사도 하지 않았다. 환자의 딸은 A대학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였다.새벽 4시. 환자가 계속 통증을 호소하자 K전공의는 2년차 전공의에게 "심근효소검사 결과가 정상임에도 환자가 통증을 계속 호소하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며 진료에 대한 의견을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선배 전공의는 K전공의에게 흉부 CT 검사를 해보라고 권유하기도 했다.새벽 4시 22분. 환자는 여전히 가슴 통증을 호소했고 K전공의는 진통제(케토락)를 추가로 투약 했다.새벽 5시 28분. 환자의 가슴 통증이 다소 완화되자 K전공의는 라니티딘 등을 처방해 퇴원토록 했다. 이때 남겨진 의무기록은 응급실 기록, 의사지시 기록, 투약기록, 간호일지, 간호정보조사, 퇴원간호계획 등이었고 경과기록은 따로 없었다. 퇴원계획에는 '경증의 의학적 문제만 있는 환자, 치료 후 상태 호전 시 귀가'라고만 적혀 있었다. K전공의는 S씨가 응급실에서 퇴원하고 13일이 지나서야 병원 의무기록시스템에 접속해 '간헐적 통증이 있어 흉부CT를 설명했지만 보호자 중 한 명이 지켜보겠다고 함'이라는 내용을 기재했다.오전 10시 59분. 환자 S씨는 집에 가서도 가슴 통증을 호소했고 갑자기 등 부위 통증을 호소하면서 누운 자세에서 토할 것 같은 행동을 하다가 바로 의식이 저하, 다른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의료진은 심장초음파 검사로 심낭압전 및 심낭삼출액, 대동맥박리를 확인했다. CT 촬영을 추가로 한 결과 상행대동맥박리(스탠포드A형) 진단을 내렸다. 의료진은 상행대동맥 인조혈관치환술을 하고 체외순환기도 가동했다.2014년 9월 17일. S씨에게 뇌MRI 검사를 한 결과 저산소성 뇌 손상을 보이는 전반적 대뇌 및 소뇌의 손상이 관찰됐다. S씨는 거동이나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식물인간 상태다.대동맥박리 조기 진단을 놓친 전공의, 그가 소속된 병원은 민형사 소송에 휘말렸다.민사 및 형사 소송에 휘말린 병원과 의사, 결말은?이후 환자와 병원, 환자와 K전공의 사이 소송전이 시작됐다.환자 측은 우선 A대학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을 맡은 수원지방법원 제14민사부와 2심을 맡은 수원고등법원 제2민사부는 병원 측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배상 책임이 1심 50%에서 2심 25%로 줄었다. 덩달아 손해배상 액도 1억9820만원에서 1억1223만원으로 감소했다. 양 측은 2심 결과를 받아 들고 모두 상고를 포기하면서 민사 소송 결과는 확정됐다.재판 과정에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S씨의 수술을 담당한 의료진은 모두 조기에 대동맥박리를 진단하고 수술했다면 현재와 같은 합병증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한 재판부는 "환자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면서 오심이나 식은땀을 보이면 꼭 급성심근경색을 의심해야 하고 심전도 검사 등을 시행해 이상이 없다면 급성 흉통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면서 정상 심전도를 보이는 급성심근경색, 대동맥박리, 기흉, 식도파열, 장천공 등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음 단계 검사를 진행하는 게 보통"이라고 설명했다.시점만 놓고 보면, K전공의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 접수는 민사 소송 1심 결과가 나온 이후다. 서울중앙지방법원도 공판 과정에서 민사 법원 판결문을 증거로 채택했다. 형사 재판부 역시 K전공의의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인정했다. 1심과 2심 모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했다. 의사 K씨는 상고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재판부는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환자에게 생긴 흉통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흉부CT 검사 등의 추가적인 진단 검사를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환자가 수술 등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었다"라며 "K씨는 단순히 급성 위염으로 추정 진단하고 진통제 등만 처방한 채 환자를 퇴원 시켜 조기에 대동맥박리 진단을 상실케 했다"고 밝혔다.또 "환자는 가슴 통증을 호소하면서 오심이나 식은땀을 보였고 대동맥박리의 위험인자인 고혈압 병력을 오랫동안 갖고 있었으며 심비대 증상이 있었다"라며 "의사는 흉부CT 검사 등 추가적인 진단 검사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진료기록도 위조했다고 판단했다. K씨는 환자 S씨가 응급실에서 퇴원한지 13일이 지나서야 경과기록을 썼다. 법원은 "K씨가 환자 보호자에게 CT검사를 두 번에 걸쳐 권유했다면  환자가 단순 급성 위염이 아닌 대동맥박리, 폐색전증과 같은 중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 다른 질환 때문에 흉통을 의심했다는 것인데 환자 퇴원 당시까지 작성된 진료기록부에 관련 기재가 전혀 없다"라며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운 업무처리 과정에서 경과기록을 작성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이어 "환자 측에 민사상 손해배상금이 지급되기는 했지만 K씨에 대한 형사 처벌을 원하는 의사가 철회된 것은 아니다"라며 "특히 K씨는 자신의 업무상 과실을 숨기기 위해 환자 진료기록부에 허위의 사실을 기재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 죄질이 심히 불량하다"고 양형의 이유를 판시했다.의료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에 이어 형사적 책임까지 져야 하는 현실에 의료계는 허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의사 K씨는 의료법 위반이 인정됐기 때문에 의사면허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 한 임원은 "형사 소송이라는 게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했다는 건데 정말로 길 가다가 누구를 찌른 것도 아니고 응급실에서 정상적인 업무 수행 중에 정상적으로 마무리가 되었던 진료 행위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토로했다.대한개원의협의회는 21일 성명서에서 "우리나라 사회와 법원은 의료사고에서 과도한 책임을 묻고 무리한 벌을 내리고 있다"라며 "의사 처벌을 앞세우는 강하고 억누르는 힘만으로는 대한민국 의료계가 처한 문제가 더욱 악화될 뿐이다. 의료분쟁에 대한 중재 및 배상 보험 체계의 강화, 고의 과실이 아닐 때는 처벌하지 않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정당한 진료의 형사법 면책 등의 햇살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23-08-22 05:30:00정책

수술 기피하는 정형외과 후배들…원인·해결책 명확

메디칼타임즈=한승범 위원장 최근 대한 정형외과 학회에서 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바가 있다. 설문의 주 내용은 "수술적 치료를 할 의향이 있는가"였다. 설문 결과 충격적인 사실은 미래의 정형외과를 이끌어갈 젊은 전공의들이 수술에 대한 관심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수술은 전공의 4년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문의 자격 취득 후 세부 전공을 선택하여 최소 1~2년간의 전임의(fellowship 펠로우쉽)과정을 수련하며 경험 많은 선생님의 지도 감독 아래 수술집도를 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며, 그런 후에도 많은 경험이 쌓여야 비로소 성공적으로 정형외과 수술을 해 낼 수 있는 집도의가 될 수 있다.  아래 설문조사 결과에서 보듯이 전공의들의 약 12%는 아예 수술과 관련된 일들을 할 생각이 없고, 63%는 응급을 필요로 하는 세부 전공을 택하지 않겠다고 답하고 있다. 학회에서 조사한 전임의 지원자 수의 대폭 감소가 이를 확증하고 있다. 이는 미래 수술을 담당해야 할 전문의 수의 감소를 보여주며 실로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수술로써 골절이나 근골격계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손상된 신체 기능을 회복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때의 짜릿함을 보람으로 생각하는 필자로서는 매우 후배 제자들의 생각에 안타까운 마을을 금할 길이 없으나, 그들의 판단이 십분 이해가 간다.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지난 번 칼럼에서 필자가 기술한 대로 외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술 수가(경제 상황이 비슷한 국가에 비해 1/5수준), 그리고 의료 사고시 형사 처벌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선한 의도로 수술을 해도 사고 시 업무 상 과실치상 이나 과실 치사범으로 경찰서의 강력계에서 조사를 받고 기소 및 형사 처벌이 되는 몇 안되는 나라다. 의료 분쟁 시 수술비에 비해 과도한 민사 소송 보상액을 개인 의사가 떠 앉아야 하는 구조 역시 그렇다. 의료 분쟁 보상액은 환자가 입은 신체적 장애나 손상에 비례해야 하지만 지불한 치료비에도 비례해야 한다. 반면 영국의 국가 의료 보험에는 의료 사고 시 보상액의 상한선이 정해져 있으며 그 액수는 매우 낮다. 공적 보험으로 저렴한 치료를 받았으니 합병증이 발생했을 때 보상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합리적인 이유이다.전공의들의 삶의 질에 대한 생각이 변하고 있다. 수술의 고된 노동 강도를 차치하고도, 퇴근 후 병원에서 전화라도 한통 오면 가슴이 철렁하는 것이 외과의사다. 즉 수술이 끝나도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니고 회복과정에 대한 전적인 책임(의사로서의 직업적인 책임 뿐 아니라 민형사상의 책임을 포함)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또 숙달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피부 미용 등 비급여 치료의 대부분은 많은 보상을 떠나서 숙달까지의 시간이 훨씬 짧다. 힘들고 오래 배워야하는 것에 더 작은 보상이 있다면 누가 하겠는가? 특히 정형외과의 수술비는 시간당 수익이 외과의 40~80% 정도로 매우 낮다. 응급 수술을 요하는 경우 더욱 억울하다. 응급 수술을 요하는 외상이나 질환은 환자의 신속한 치료를 위해 대기를 해야 한다. 그러나 수가도 낮을 뿐 아니라 대기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다.위와 같은 이유로 수술을 포기하는 정형외과 의사들이 점차 늘고 있으며, 이외에도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생각하는 수술실 CCTV법 역시 한 몫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문제들은 보건 당국에서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믿으며, 또한 3차 상대 가치 개편에 반영도 돼있다(내과계 입원 가산료 폐지와 영상 및 검체 검사비용의 일부를 수술 등의 행위료로 전환: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에 지나지 않으나). 그러나 여러 차례 대한정형외과학회에서 의견 개진한 바와 같이 이정도 정책으로 수술 기피의 흐름을 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상대 가치의 틀을 뛰어넘는 과감한 재정 투입 등의 정책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촉구하는 바이다.※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전문의 취득 후 원하는 업무 형태 설문 결과
2023-08-07 05:00:00오피니언

"의료행위 징벌적 분위기가 응급실·소청과 줄줄이 이탈 원인"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의료계에서 관련 논의가 탄력을 받았다. 분만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필수의료 현장에서 의료 소송 부담으로 인한 인력 이탈문제가 심화하는 만큼, 의료사고처리특례법도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다.7일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와 신현영 국회의원은 '의료행위에 대한 징벌적 접근,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는가'를 주제로 첫 의료현안 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와 신현영 국회의원이 '의료행위에 대한 징벌적 접근'을 주제로 첫 의료현안 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주제발표를 맡은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의사 형벌화에 대한 국제 경향을 비교해 우리나라 현황과 문제점을 설명했다.우 소장은 최근 대두한 필수의료 문제로 소아청소년과 의료 붕괴,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조명했다. 지난해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이 10%대로 떨지는 등 기피과 현상이 심화하고 있고 이는 소아응급에도 영향을 미쳐 맞물려 5살 아이가 사망하는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 밖에도 환자가 응급실을 찾지 구급차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로 인한 의료 소송 부담이 커지면서 응급의학과 의사의 탈응급실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는 우려다.우 소장은 실제 2010~2019년 경찰·검찰의 주요 처분 결과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과실치상죄에 대한 경찰 기소의견이 높고 이는 검찰 입건 송치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중 전문직 비중이 22.7%에 달하는데 그중에서도 의사가 73.9%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 이는 의료분쟁조정중재제도가 시행된 이후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해당 제도가 시행된 2012년 업무상과실치상이 3557%, 업무상과실치사는 192.7% 증가했다.그 원인을 보면 의료 감정과 관련해선 ▲수술 42.8% ▲처치 23.9% ▲진단 14.1% 순이었으며 1심 형사재판에선 ▲수술 41% ▲술기 16% ▲응급조치 8% ▲전원 8% 비중을 보였다.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이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이와 관련 우 소장은 "입법취지와는 달리 이 제도는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법적 책임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민사 책임인 의료과오 소송에 미치는 영향은 없었다"며 "의료분쟁조정제도의 실효성 및 관련 제도의 지속성 제고를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반면 영국의 경우 2007~2018년 중과실치사로 인한 경찰접수는 151개에 불과했으며 이중 의사는 27명에 그쳤다. 이중 검찰기소까지 이어진 경우는 연 평균 0.8명이었다. 미국 역시 1990~1999년 의료행위 관련 중과실치상은 약물 과다 처방 및 사용 위반이 대부분이었으며 수술·술기상의 처벌은 없었다.독일의 경우 1990~2000년 전국에서 4450건의 법의학 감정서가 검사에게 제출됐는데 이중 사망과 의료과실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된 건수는 189건에 불과했다. 일본은 경찰신고 및 형사재판 횟수 자체가 우리나라보다 현저히 적었다. 연간 기소 건수로 보면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265배 많았다.우 소장은 우리나라 필수의료 의사는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격일로 26시간 당직하는 등 업무강도가 센데 이는 의대생들 이 필수의료를 지망하지 않는 이유가 되고 있다는 것.실제 대한의사협회가 의사 1159명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각각 ▲낮은 의료수가 ▲과도한 업무부담을 대표적인 필수의료 문제의 원인으로 꼽았다.우 소장은 관련 대책으로 필수의료에 대한 형사처벌을 면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필수의료특례법 제정하고 기존 의료분쟁조정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그는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필수의료를 지키라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의료사고 전담부서 설치 및 기소권 남용을 제한하는 등 경찰과 검찰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사법부 역시 판례가 필수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판결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신현영 의원 역시 주제발표를 통해 의료사고 국가보상 및 착한사마리아인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보건의료 키워드를 보면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필수의료 붕괴 ▲수술실 CCTV ▲의료사고·의료분쟁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의사와 환자 간의 불신을 키우는 악순환의 원인이 된다는 것.무과실 분만 사고에 대한 보상을 국가가 전액 배상하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봤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5월 신 의원이 대표 발의한 내용으로 기존 70%였던 국가 배상책임을 100%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애초 기획재정부는 예산 문제로 반대 입장이었다. 하지만 저출생 문제가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로 부상하고, 산부인과 의료환경 개선 필요성에 보건복지부가 동의하면서 본회의 문턱을 넘게 됐다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국회의원이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다만 신 의원은 아직 해결해야 할 현안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착한사마리아인법을 담은 응급의료법 개정안 ▲응급실 폭력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 ▲필수의료 범위 및 국가 지원책임을 담은 필수의료제정법 발의 등에 나서겠다는 것.특히 필수의료제정법은 ▲전국민 필수의료 제공 권리 ▲3년 주기 필수의료 실태조사를 통한 구체적 대안 마련 ▲필수의료 종사자 양성 및 전공의 수련비용 국가 지원 ▲필수의료 종사자 전문성 향상 및 근무환경 개선 ▲합리적 보상체계 기전 논의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형사처벌 감경 및 면제, 국가보상체계 강화 등의 내용을 담았다.신 의원은 "무과실 분만사고 국가책임법이 통과됐다고 끝이 아니다. 보상을 위한 재원확대와 이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며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보상 강화가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를 회복할 단초가 될 것이다.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문제 의사를 더 단호히 처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이라고 강조했다.이어진 토론에서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은 이미 저출산으로 가라앉던 소청과에 징벌적 접근이 구멍을 냈다고 평가했다.김 이사장은 "사법적인 요소가 첫 번째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이대목동 사건 등 징벌적 접근이 서서히 가라앉던 배에 구멍을 냈다"며 "현재 응급실과 병동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전공의들이 응급실·신생아실 진료를 굉장히 꺼린다. 여기서 당직을 서야한다는 내용이 있으면 아예 지원을 안 할 정도다"고 설명했다.이어 "이 때문에 지방의 경우 아예 전공의가 없는 곳이 20%가 넘었고 내년에는 40% 이상으로 늘어날 것. 특히 소청과는 보호자들의 걱정과 요구사항이 엄청 크다"며 "분만 이후 첫 번째로 국가보상 범위가 확대하는 것의 필수의료여야 한다. 환자 생명이 위험해 의료사고 가능성에도 해야 하는 경우와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경우를 동일선상에 두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대한응급의학회 최성혁 이사장은 응급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제언했다. 그는 "응급의료 문제가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막막하다. 정부 컨트롤타워 의료진 배치, 소방문제, 상급종합병원 응급외상센터 경증환자 제한, 배후진료 보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 응급실은 배후진료가 안 돼 환자를 쥐고만 있어 악순환이 계속되는 실정"이라고 우려했다.이어 "하지만 국민 정서상 경증환자의 응급실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라며 "암 환자가 감기로 약을 처방 받으려면 담당 의사에게 진료 받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정부뿐만 아니라고 시민단체·언론이 함께 나서 이런 부분에 국민적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3-06-07 12:21:41병·의원
인터뷰

공공기관 변호사로 13년 차 "수익 줄지만 가치 충분해"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업무가 재미있다."변호사 면허를 갖고 공공기관인 건강보험공단에 몸을 담은 지 13년째를 맞은 임현정 선임전문연구위원은 여전히 일이 재미있다고 했다.임 연구위원은 2011년 1월, 건보공단 소속 '변호사'로서 일을 시작했다. 어느덧 12년이 넘도록 시간이 훌쩍 지나 건보공단에서 근무하는 변호사 14명 중 안선영 변호사 다음으로 고참이다.임 연구위원은 변호사 배지를 단지 3년 차로서 그 역량이 꽃을 피우기 시작할 때 진로를 고민했다. 사법연수원을 나온 후 로펌에서 기업과 기업 사이 분쟁, 피해자가 200명이 넘는 분양사기 사건 등을 맡으면서 승승장구하고 있을 때 "이 길이 맞나" 하는 번아웃이 동시에 찾아온 것.그는 "최대한의 능력으로 증거를 끌어내 변론을 했고, 의뢰인에게 좋은 결과를 안겨주다 보니 업무가 몰렸다"라며 "기업 변론을 주로 맡았는데 공판을 갈 때마다 피해자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악마의 변호사라는 악담까지 들어봤다"라고 회상했다.그러면서 "변호사라면 의뢰인을 위해 변호를 하는 게 맞지만 나의 능력을 이렇게 쓰는 게 맞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라며 "사기업 사이 민사 소송은 돈을 달라고 하는 쪽과 뺏기면 안 된다는 쪽의 다툼인데 재판부의 시각은 양측 모두 욕심쟁이라는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본다. 적어도 공기업인 건보공단을 대리해서 법원에 가면 적어도 사적 이익을 채우기 위한 게 아니라는 당당함이 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도 그는 "공익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다"라며 여러 차례 손사래를 쳤다.건보공단 임현정 선임전문연구위원다만 "건보공단이 상대방에게 환수 처분을 한다고 해서 그 비용이 개인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게 아니다"라며 "사익을 위해서 일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분쟁으로 원료합성 약제비 환수 소송을 떠올렸다. 당시 건보공단은 제약사들에게 높은 약가로 얻은 부당이득금을 돌려받겠다고 수십 곳의 제약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원료합성 특례는 제약사가 원료까지 직접 합성해 약품을 생산하면 동일제제 중 최고가 품목과 같은 상한 금액으로 팔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건보공단은 1심에서 이겼다가 2심에서 줄줄이 '패소'했다. 그런 와중에 임 변호사는 대법원 상고 이유서를 써보라는 임무를 받았다. 80장에 달하는 상고 이유서를 써냈지만 원심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그는 "결과적으로 건보공단이 패소했지만 제도에 대해 열심히 고민하면서 심혈을 기울였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임 연구위원은 공공기관에 소속된 변호사라고 해서 로펌에 있을 때와 업무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그는 "변호사는 도움을 주는 위치에 있다"라며 "건보공단에 소속돼 있으니 각종 정책에 대한 법률적 검토, 법률 자문을 한다. 로펌에 있을 때만큼 시간 사용이 자유롭지는 않지만 업무영역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고 근무 환경을 이야기했다.건보공단은 2011년부터 KT&G 등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일명 담배소송. 2014년부터 시작된 소송은 약 10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2심에 머물러 있다. 임 연구위원도 소송 초기부터 직접적으로 관여해왔다.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에서 약 2년마다 한 번씩 재판부가 바뀌는데 사건 자체가 대형인데다 쟁점이 많은 소송을 다년간 끌고 가는 것은 본질적으로 어려운 게 현실이다. 건보공단 변호인단은 담배 전문가가 아닌 만큼 공부를 하면서 재판부를 설득했는데 재판부가 바뀌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설명하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해야 했다. 1심 결과는 '패소'.임 연구위원은 "건강보험은 건강 전문가라면 모를까 담배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소송을 진행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 소송을 건보공단이 단독으로 하는 게 아니었고 학계 전문가와 함께 했다"라며 "재판부가 바뀌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설명해야 하는데 그 횟수만도 수차례다. 증거만도 300개 이상이었다"라고 토로했다.이어 "담배 제품, 회사에 대한 국내 연구가 거의 없다 보니 구조를 공부하고, 어떤 성분으로 만들고 첨가제는 뭘로 만들고 해외 소송 및 연구를 바탕으로 공부하면서 소송을 했다"라며 "대학원에서 석사 논문까지 쓸 정도로 몰두했다"고 덧붙였다.그는 "1심 판결 후 반성을 많이했다"며 절치부심을 거쳐 2심에서는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임 연구위원은 "2심에서는 외부 대리인까지 추가 선임해 협업해서 좀 더 강하게 주장하려고 한다"라며 "소송법이 허용하는 모든 입증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개인이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소송에 쏟다 보면 동력이 떨어져서도 못할 건데 공공기관이니 긴 시간을 끌고 갈 수 있는 것"이라며 "건보공단이 불필요한 소송을 진행해서 담배회사에 면죄부를 줬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그동안 진행해온 소송 중 건강보험료 소득월액 재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공공기관 소속 변호사로서 보람을 찾을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소득월액은 직정가입자의 월급 이외 수익에 건강보험료를 매기는 것이다.임 전문위원은 "2012년 6월에 제도가 처음 실행됐는데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소송이 들어왔다"라며 "제도 도입 초기이기 때문에 판례, 선례도 없어서 소송 제기한 사람의 주장 하나하나를 모두 반박했다. 나중에는 판사와 쟁점을 논박할 정도였다. 결론은 승소했는데 제도 도입 초기 반대 목소리를 법적으로 잘 막아내면서 제도가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그는 "공공기관 변호사로서 근무한다는 것은 전문직으로서 받을 수 있는 수익적인 부분이 급감하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강조하며 "국가가 보험자인 우리나라나 건강보험 제도는 전세계에 유일무이한 제도다. 변호사로서 전문성을 발휘하면서 제도의 개선, 보안을 위해 역할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보람차다"고 했다.
2023-05-08 05:10:00정책

대법원, 말기암 환자에 산삼약침 주사 한의사 상고 '기각'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대법원은 말기암 환자에게 산삼약침을 주사한 한의사와 사무장 등에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피해자들이 문제를 제기한 지 10년만에 마무리 지어졌다.대법원 제3부는 13일 A한방병원 S원장과 A한방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대표이사, 또다른 한의사 K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환자를 기망한 사기죄, 과장광고, 무면허 의료행위교사, 무자격 의료기관개설 혐의를 대법원도 모두 인정한 것.지난해 11월 2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S원장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벌금 1500만원, P대표이사는 징역 1년 6개월, K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해당 선고는 무죄를 판단했던 1심 판단을 뒤집은 결과이며, S원장과 P대표이사는 법정구속됐다.A한방병원은 2013년 한방병원으로 이름을 바꿨으며 말기암 환자를 대상으로 자체 개발한 산삼약침, 면역약침, 동충하초 약침을 정맥주사했다. 산삼 등에서 정제 추출한 약물을 주사기로 혈맥인 정맥에 일정량씩 상당히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주입해 암 등의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 일부 한의학 대학에서 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며 2010년경 이후에는 대부분 한의사가 실시하고 있다.2심 재판부는 "혈맥약침술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이를 부정하는 주장도 다수 제기되고 있다"라며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은 바 없고 건강보험에서 급여나 비급여 대상으로 지정된 바도 없다"고 지적했다.이어 "전통적 한의학 기구가 아닌 주사기로 다량의 약물을 투입하는 행위는 전통적 한의학에서 인정돼 왔던 한의사의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다"라며 "한의사의 면허 영역에 속하는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더불어 "A한방병원 측은 환자 상담과정이나 진료계약 체결 과정에서 산삼약침액에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거의 들어있지 않음에도 들어있다고 말했다"라며 "CT 촬영 결과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하고 있음에도 반대로 말하거나 내용을 과장하건, 알려줄 의무가 있는 내용을 묵비, 은폐하는 등의 방법으로 환자를 기망했다고 넉넉하게 인정된다"고 밝힌바 있다.A한방병원에 대해 민사 소송을 제기한 환자 측 변호를 맡고 있는 장성환 변호사(법무법인 담헌)는 S원장 등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나오자 의료기관 폐쇄명령 등의 행정처분이 뒤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장 변호사는 "2013년 산삼약침 피해자를 대리해 형사고소한지 10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라며 "법적 분쟁 중에도 10년 전 의원이었던 A한의원은 병원급으로 규모를 확대하고 산삼약침이 암 환자에게 효능 있다는 광고를 계속 해왔다. 업무정지 명령이나 의료기관 폐쇄명령 등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이어 "보건당국은 인체에 직접 투입되는 약침에 대해 철저하게 안전성과 유효성 임상을 거쳐야만 제조, 시판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라며 "눈으로 보이지도 않고 검증도 거치지 않는 비과학 영역이 의료행위로 포장돼 대중을 현혹하고 사기행위를 조장하거나 방조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2023-04-13 12:48:25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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