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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학제 개편 허들론 제기…교육자 확보 난제 부상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올해 2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실현된 의대 학제 개편의 방향성에 대해 갭이어(gap year) 방식이나 장기추적통합임상실습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서구 선진국에서 시작된 갭이어 경우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생활 시작 전 약 1년간의 유예기를 부여, 이를 적성과 진로를 찾는 적절한 툴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다만 필수의료 관련 전공이나 의대교수를 직업으로 선택하지 않으려는 현재 상황 및 의대 증원 정책으로 늘어난 피교육자 수를 고려하면 학제 개편의 방법론 보다는 교수진 확보가 더 시급한 과제일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인제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윤보영 교수의 '의대 학제개편에 있어서 교육혁신의 기회와 요구사항' 기고글이 대한내과학회 저널 KJM 6월호에 게재됐다(doi.org/10.3904/kjm.2024.99.3.123).앞서 2월 20일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의과대학의 예과 2년, 본과 4년 규정이 폐지되고 각 대학은 학칙으로 학제를 자율 운영할 수 있게 됐다.예과 교육을 자연과학대학에서 맡아 전적으로 운영하는 대학도 있고 예과 교육이 기본 교양교육으로만 이뤄지는 등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았었다.올해 2월 개정된 교육부의 의대 학제 관련 고등교육법 시행령의과대학 평가 인증에서 예과가 기본 의학교육 시기로 분류되지 않아 평가 대상에서 제외된 까닭에 교육자는 예과 과정의 개선에는 신경을 덜 쓰게 되고 학생들은 소속감 결여 및 학업 압박이 시작되기 전에 단순히 쉬는 시간이라고 여겨 그간 의학계는 예과와 본과 구분 폐지 주장해 왔다.이와 관련 윤 교수는 "시행령 개정의 취지는 모든 의과대학이 6년제로 학제 개편을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각 대학이 학제를 자율적으로 선택해 운영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기존 학제를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이어 "학제 개편을 통해 6년을 한 덩어리로 구성해 구조를 짤 수 있다면 의학과 1~2학년에 집중된 임상의학교육을 좀 더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며 "의예과에서 피상적으로 다루던 교양을 의과대학 맥락에 맞게 재편하고 의료인문학을 6년에 걸쳐 의미 있고 심도 있게 나선형으로 구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임상을 더욱 조기에 노출함으로써 학습자에게 학습 동기를 부여하고 현장에서 환자 및 다양한 직역과 의사소통을 익히고 병원을 이해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학습자 개인의 요구와 진로에 맞는 개별화된 교육 과정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해외 의대 사례에서 볼 때 바람직한 진로 및 전공 선택을 위한 '갭이어' 방식 및 학생인턴 기간의 연장은 고려해 볼만 하다는 게 그의 판단.윤 교수는 "여러 외국의 의과대학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한 학기나 일 년의 갭이어를 둬 학습자의 흥미와 진로에 맞는 경험을 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며 "임상 실습 중 의미 있는 학생인턴 기간을 늘리거나 장기추적통합임상실습을 구현하거나 이론과 실습으로 나누지 않고 통합적인 교육 과정을 구사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그는 "미래 의료를 대비한 AI 교육과 빅데이터, 프로그래밍 등 미래 의사로서 갖춰야 할 역량을 갖추기 위한 교육도 필요하다"며 "의과 대학 시절부터 전문직 간 협력 교육과 의료시스템과학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고 밝혔다.다만 의대 내부에서 인적, 물적 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학제 개편이 새로운 도전으로 인식되고 있는만큼 의대 정원 증원 문제와 맞물려 적합한 교육자의 확보가 더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다.윤보영 교수는 "새로운 교육의 주제를 연구하고 실천하기에 앞서 교수자에 대한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며 "예전 방식으로 교육을 받은 의과대학의 교수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면서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대의 학습자를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그는 "우리나라 의료 상황이 교육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고 필수의료의 정의에 대한 논란은 많지만 필수적인 과나 분야에서 종사할 의사들이 줄어들고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고자 하는 의사도 줄어들고 있다"며 "교육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내과 교수들조차 확보가 어렵다"고 우려했다.이어 "의대 교수들은 진료, 연구, 교육, 봉사의 역할을 해야 하지만 현재의 보상과 유인 체계 안에서 교육에 기여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연구에 의하면 의대 교수들의 탈진은 심각한 상태이며 이는 젊은 교수일수록 더욱 심각해 이를 해결하는 것이 교육 개선의 선결 조건이며 가장 해결이 시급한 과제"라고 제시했다.필수의료 공급 부족에 대해 사회는 그 해결을 요구하고 있고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 의사들이 머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까지 맞물려 의사의 수와 의사 양성 교육의 질의 문제까지 대두됐다는 것.윤 교수는 "미래의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시급히 도입돼야 하는 교육 내용을 기존 교육 과정에 추가하는 것은 기존 교육 과정을 비대하게 만든다"며 "따라서 전체적인 교육 과정을 다시 구조화하고 정리하는 작업은 필수적이며 소규모 개정 작업으로는 이를 구현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그는 "학제 개편과 함께 논의돼야 하는 가장 시급한 것은 이를 구현하는 교육자들을 확보하고 개발하는 것"이라며 "공동체가 함께 의사를 양성한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의대는 지역사회의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지역사회는 교육 현장이 지역사회로 확대될 수 있도록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024-06-14 05:30:00학술

사직 전공의와 휴학 의대생이 돌아오는 길

메디칼타임즈=미래의료포럼 상임위원 조병욱 보건복지부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의대정원 증원은 과거 일이라면서 이제 지난 일이니 지금부터 논의를 다시 시작하자고 제의했다. 그렇다면, 지난 100일간 전공의 공백으로 인해 정부가 투입한 1조 원은 전공의에게 지원되어야 했을 금액이니 전공의 급여부터 조정하고 시작해 보자.100일간 1조 원은 한 달에 약 3333억 원으로 1만 명의 전공의 공백이 있었으므로 대략 전공의 1인당 월 3000만 원 정도 급여 인상을 한 후 논의를 시작해 보는 것이 좋겠다. 이게 웬 억지 주장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으면서 사직의 진의가 없다고 근로를 강요하는 것보다는 타당하다.대전협 비대위 박단 위원장이 최근 SNS를 통해 밝힌 것처럼 전공의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지불되지 않아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에도 그래왔고, 최근까지도 지속되어 왔지만, 그들이 단순히 그 이유만으로 현장을 떠난 것은 아닐 것이다.전문의가 된 선배들은 견뎌왔는데 그들은 MZ세대라서 그렇지 않은 것인가? 아니다. 오히려 더 분별력 있고 현명하게 판단하는 그들이다. 2020년 그 아픔을 겪고서도 돌아와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수하고 있어 왔던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뎌왔던 희망의 끈이 사라졌기 때문이다.지난 2월 기습적으로 발표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포함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발표는 전공의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더라도 지켜오던 그것을 짓밟아 버렸다.갈 곳을 잃은 전공의들의 미래의사 인력 공급을 늘리는 이유는 필수의료 패키지를 보면 알 수 있는데, 그 목적은 지불제도 개편을 위한 의료 체계의 변화를 위한 것이다.필자의 과거 글(지불제도 개편이 미래의료에 끼치는 영향)에서 설명하였듯, 정부의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의 지불제도 개편안에 따르면, 1차 의료의 진료 수준을 일반의 수준으로 한정하고 그 수준의 보상을 한다.개원 시장에서 전문의 자격이 가지는 상대적 비교 우위를 사라지게 하는 것으로 전문의들이 개원이 아닌 2차 의료기관 즉,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봉직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필수의료 의료인력을 공급하고 더 나아가 지역의료의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이 과정에서 보상의 적정성이 보장이 된다면 선순환이 되겠지만, 지금까지의 의료정책이 그래왔듯 당연히 그럴리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미 시행 중인 입원전담의제도나 소아응급의료센터 촉탁의 지원사업 등에 책정된 인건비나 지원금을 보면 과연 이 분야에 종사를 하라는 것인지 하지 말라는 것인지 그 진의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대한민국에서 다른 국가와 달리 유독 전문의 취득 비율이 높은 이유는 바로 무너져 버린 의료전달체계와 건강보험으로 인한 손쉬운 의료접근성 때문이다. 의료소비자가 낮은 본인부담금으로 의료이용률이 높고, 높은 이용 횟수에 따른 선택에 대한 차별성을 두기 위해 공급자는 전문의 자격이라는 차이를 가지려고 한다.그리고 최근 20여 년 사이에는 분과 전문의라는 세부 분과까지 더해져 그 차별성을 더해가고 있다.이러한 분과전문의 와 같은 차별화 전략은 1차 의료기관과 같은 의원급에서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상급종합병원과 같은 3차 의료기관에서는 한정적 업무 범위로 인해 상대적 의료인력 부족이라는 폐해를 가져온 것이다. 그래서 지난 아산병원 뇌출혈 간호사 케이스가 발생한 것이다.전공의들이 전문의를 취득하려는 희망의 끈은 개원이든, 취업이든 어느 한쪽에라도 전문의로서 차별성을 가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필수의료 패키지는 전문의로서 개원은 아무런 의미가 없도록 만들어 버렸고, 그렇다고 취업을 하더라도 적정한 보상을 받을 수도 없는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수련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하겠다고 하며 교수들에 대한 충분한 예우, 그리고 전문의 고용을 지원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정작 전공의들이 자리를 비운 현재 정부가 보여준 정책은 사직서 수리금지, 진료유지명령, 간호법 제정, 간호사 PA 투입, 매월 수백억 적자에 대한 몇 십억 지원 및 건보 청구액 선지급이다.이제는 교수들이 바뀌어야 한다.지난 100일 동안 전공의들은 그들의 스승인 교수님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병원을 뛰쳐나와 정부를 압박을 하는 것도 방법일 수도 있고, 아니면 병원 경영진을 상대로 교수들의 대우를 높여 달라고 전문의들을 고용해 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그러나 박단 위원장이 언급했던 '두 개의 축'처럼, 분명히 경영진의 병원장 또한 그 어느 전공의, 그리고 어떤 전문의의 스승인 교수님이었을 것이다.하지만 전공의의 빈 자리에 '의사'대신 'PA'를, 인력 대신 초과근무 당직을 요구하고, 심지어 경제적 형편이 너무 어려워 수련을 포기하고 당장 다른 병원에서 일을 하겠다는 제자의 눈물 어린 읍소까지 외면하고 사직 처리를 해주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입원 전담의가, 응급실 촉탁의가 전임 교수보다, 병원장보다 급여가 높을 수는 없다고 공개 석상에서 발언할 것이 아니라 교수들의 급여를 정당한 보상 수준으로 올려주고, 연구와 교육 또한 철저히 보장해달라고 요구를 해야 할 것이 아닌가.도제 제도로 운영되는 수련 체제에서 전공의들이 바라는 스승의 모습은 환자들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직장에서의 대우 또한 배우고 따라가는 것이다.시대가 바뀌었다. 과거에는 학업 도중 군대를 가거나 휴학을 하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다. 지금은 군의관 보다는 공중보건의를 택하기 위해 의사면허 취득 후 군대를 가거나, 아예 의과대학 재학 중 병사로 군입대를 하는 경우도 있다.수련 도중 육아 휴직을 하거나 출산 휴가라는 것도 최근 들어 가능해진 것이다. 반드시 전문의 취득을 해야만 한다는 인식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기존의 해오던 타성대로 가만히 있으면 전공의가 들어오지 않는다. 전문의로서 미래가 없는데 굳이 수련받는 피교육자 신분이라는 이유로 정당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전공의를 할 이유는 없다. 전공의와 학생들에게 미래를 보여주어야 한다.의대 정원 증원도 확정되어 모집공고가 되어버렸고, 필수의료 패키지 또한 의료개혁특위가 운영되며 진행되고 있다. 전공의들과 학생들을 무엇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할 것인가? 수련을 받아야 하는 이유와 의학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결자해지. 수련과 교육을 담당하는 의사는 바로 교수다. 이제까지는 의정 갈등에 있어서 최후방에서 끝까지 남아 환자를 지켜오던 교수들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때가 왔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미 대한민국 의료의 사망을 선고했다. 죽어버린 대한민국 의료는 의학 교육과 수련을 담당하고 있는 교수들이 나서야만 살릴 수 있다.교수님들 그동안 환자들 보살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는 대한민국 의료를 살려주세요. 그래야 우리의 후배 전공의와 학생들이 수련을 다시 시작하고, 의학을 다시 배울 수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2024-06-03 05:30:00오피니언

우울과 상실의 의료현장

메디칼타임즈=분당차병원 소아응급센터 박수현 교수 팀의 부재 : 혼자 밤을 샌다고 혼자 수술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응급수술이 필요하다고 소견서를 받아온 아이가 있었다. 당직 교수님은 한숨을 쉬며 수술을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문제라고 했다. 전공의만 열명 이상 있다고 해서 수술이 가능한 것도 아니며 교수만 있다고 하여 수술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 병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을 해내며 유기적으로 돌아간다. 결국에 이러한 상황까지 온 것은 '팀'이 깨졌기 때문이다. 환자를 진료하고 수술하고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능숙하게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팀이 중요하다. 오랜 노하우로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팀이 사라졌고, 언제 다시 이러한 팀을 결성하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 진정한 비극이다.하루살이 생활가끔 인계하면서 '오늘도 면허걸고 일했습니다.' 라는 말을 한다. 경련하는 아이, 산소가 필요한 심한 천식 아이, 탈수가 심해 신부전이 진행되고 있는 아이, 패혈증과 같은 중증의 아이들을 보면서 계속되는 경증 환자들을 동시에 진료한다. 중증환자에 대한 부담도 큰데 사회적 신뢰가 깨져 치료에 대한 순응도도 낮고, 불안으로 인해 평소보다 설명 시간도 길게 요한다. 원거리에서 오는 환자들도 늘었다. 응급실에서는 '응급'한 환자들을 처치한다. '응급'해질 수도 있는 환자까지 모두 장시간 지켜볼 수는 없다. 악화될 수 있는 증상을 설명하고 퇴원시키는데, 원거리면 악화 시 재내원도 어렵다. 배후 진료가 원활하지 않으면 입원이나 수술이 어려운데 전원은 더 어렵다. 그 위험성과 부담을 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이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해서 이 사태에 대한 불안과 분노는 모두 의료현장에 쏟아진다. 진료 보는 이들의 피로감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소송을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는 남아 버텼던 이들을 떠나게 한다. 주변의 사직소식이 들려오고 축소운영 하는 병원이 늘어난다. 병이 진행하고 악화되면 그 모든 원인을 무조건 의료진의 책임으로 돌려버리는 시선속에서 남은 이들은 언제든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기저에 깔고 오늘도 하루살이처럼 폭탄 돌리기를 한다. 우울과 상실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짙은 회의감이 느껴진다. 의과대학 교수들은 요즘 말하는 'N잡러'와 비슷하다. 진료는 기본 당직, 대학 강의, 실습 지도, 연구와 논문까지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업무를 수행한다. 다중 역할을 요구하는 자리지만, 진료만 담당하는 진료교수(촉탁의)에 비하면 월급은 적고, 일하는 시간은 길다.그럼에도 그 일 들에는 이유가 있다. 아니 이유가 있었다. 의료는 단순히 지식 전달 외에도 도제식 수업처럼 의료를 ‘전수’하는 시간이 있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시험을 봤어도 그것을 실제 사람의 몸에 적용하고 치료를 하는 것은 다르다. 사람들 마다 같은 치료에 결과 반응이 다르고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난다. 책에 나온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러가지 상황들을 접하고 대처하는 방법까지 우리는 임상과정에서 배우고 전수하면서 소위 말하는 '전문가'를 양성해간다.'대'가 끊긴 기피과      기피과들의 숙제는 바로 '대'를 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가 끊기지 않게 하기 위해 그 과들에서는 많은 대책을 고민하고 제안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그러한 고민이 무색해졌다. 이번 의료대란을 겪으며 우리가 지금껏 겪은 절망은 빙산의 일각이었음을 느낀다. 더 크고 어두운 끝이 아무런 대비없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많은 기피과들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절망적인 것은 이러한 기피과가 많은 수의 환자들의 응급과 중증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의 큰 뼈대이며 중추가 완전히 흔들리고 있다.필자가 몸을 담고 있는 소아 응급만 해도 그렇다. 이곳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소아 응급실 과정을 포함하여 수련과정을 마친 소아과나, 응급의학과 중에서도 소아진료의 경험을 쌓은 전문의가 나와줘야 한다. 물론 그 사람들 중 극히 일부만이 소아응급을 선택하게 된다. 지금의 현실은 소아과 전공의는 그 씨가 말랐고 응급의학과정에 소아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곳도 많다. 수련과정을 개선하고 소아 진료를 확장하기도 전, 기본 인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강제 명령과 같은 당황스러운 상황들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더 이상 전수받을 이들이 없어졌다. 결국 환자의 생명과 가까운 과들은 대가 끊길 지경이 되었다. 기피과들은 명맥을 유지하기 위하여 수련 때 배움의 기회를 늘려주고 과가 선택 받기 위해서 전공의 지원금 및 여러가지 제도적 개선을 제안한다. 아무리 출산율이 줄어도 아이들이 적어져도 소아관련 수가가 낮아도 꼭 존재해야만 한다. 기피과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그 중요도가 높고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간절히 지원을 요청하지만 예산 등의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던 정부는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의료 정책을 고집하면서 수천억을 투입하였다. 이는 소아응급을 비롯한 많은 기피과들을 여러차례 소생시킬 수 있는 중요한 돈이었다. 번아웃, 무기력이 문제교육해야 하는데, 피교육자들이 없다. 진료해야 하는데 팀은 이미 깨졌다. 연구해야 하지만 인력도 시간도 없다. 사회적 존중도 신뢰관계도 없다. 결국 현장에서는 소송의 위험성을 가득 안고 모든 불안과 불신과 욕을 받아내며 최소한의 진료를 유지한다. 수련을 받으라고 설득하기엔 본인조차 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든다. 체력적 번아웃을 떠나 지독하게 무기력하다. 
2024-05-13 05:00:00오피니언

정부는 피로스의 승리를 원하는가

메디칼타임즈=대한일반과개원의협의회 좌훈정 회장 기원전 3세기 경 그리스 북서부 에페이로스의 왕 피로스1세는 로마에 맞서 이탈리아 반도와 시칠리아 원정에 나섰다. 그는 뛰어난 용맹과 전술로써 로마군을 상대로 연전연승을 거두었으나, 많은 병력의 손실을 입은 데다 전략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하여 결국 아무 성과 없이 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에 후세의 역사가들은 싸움에서 이겨도 별 이득이 없이 손해만 큰 승리, 애당초 싸우지 않은 것만도 못한 승리를 '피로스의 승리(Pyrrhic victory)'라고 일컬었다.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사직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헌법에 보장된 직업 수행의 자유까지 부정하면서 수련병원들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못하게 하고 전공의 9천여 명에 대해 3개월간의 면허정지를 처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그러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의 복귀는 매우 미미한데, 그들은 파업이 아니라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수련을 받을 이유를 상실했기 때문에 절망에 빠져 자발적인 사직을 하는 것이며, 그렇게 강요한 것은 오히려 정부라고 외치고 있다. 또한 비슷한 이유로 의대생들 역시 공부할 의욕을 잃고 휴학계를 내고 있는 것이다.필수의료 붕괴의 이유를 아직도 모르는 정부정부와 의사들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근본적인 원인은 필수의료 붕괴의 원인에 대한 시각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인구 당 의사 수가 여타 OECD 선진국들에 비해 적고 새로 배출되는 의사들이 힘들고 위험한 소위 '필수의료' 보다는 비교적 편하고 수입이 나은 미용 성형 등으로 쏠리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의사 수를 대폭 늘려서 미용 성형 등의 시장이 과포화 되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떠밀려 필수의료에 종사할 의사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이렇게 저열한 주장은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생명을 구한다는 자부심 하나로 버티던 '필수의료' 종사자들의 마지막 버팀목을 무너뜨렸다. 살인적인 저수가와 천문학적인 의료배상 요구, 다른 나라들과 비교도 할 수 없이 높은 형사소송 비율 등으로 무너져 내리던 필수의료에 이제는 '낙수의료'라는 차별적 낙인을 찍고 만 것이다.특히 미래의 의료 주역인 전공의들의 충격이 가장 컸다. 알다시피 전공의들은 근로자이기 전에 피교육자라는 이유로, 법정근로시간인 주당 40시간의 두 배인 80시간에서 비공식적으로는 100시간 이상을 저임금에 일하고 있다. 아무리 교육을 겸한 시간이라고 해도 다른 직종의 근로자들에 비해 너무 과도한 시간을 일하고 있으며, 업무 시간이나 강도에 비해 임금 또한 최저 시급을 겨우 넘는 정도로 박봉이다.더욱 황당한 일은 아직 피교육자 신분으로 일하고 있음에도 의료분쟁 시 전문의들과 별 차이 없는 무거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공의는 전문의보다 의학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또 장시간 근무하다 보면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전공의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해줄 생각이 전혀 없고, 오히려 반(反)헌법적인 사직금지, 재취업금지 명령만 내리고 있다.급기야 의대교수님들까지 제자 보호를 위해 나서서 정부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와 함께 의사들과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대다수 의대의 교수들이 투표를 통해 전공의들이 처벌을 받을 경우 사직하겠다고 뜻을 모으고 있고, 이미 많은 교수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 물론 사직서를 냈더라도 당분간은 진료현장을 지키겠다고 선언하였지만, 이미 한 달 이상 전공의 공백을 메우면서 진료하느라 심신이 극도로 피로한 상태이기에, 사직하기 전에 순직하겠다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지금까지 전공의 이탈로 생겨난 의료 공백은 오히려 미미한 것이고, 각 의료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대학교수들까지 과로 때문이든 사직 때문이든 본격적으로 이탈하기 시작한다면 그때부터 진정한 의료 재앙이 될 것이라는 데는 세간의 여론도 동의하고 있다. 의학의 최고봉인 의대 교수들이 진료 현장을 떠나게 된다면, 그 여파는 전공의의 이탈과는 비교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이렇듯 상황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급속히 악화된 이유로는 무엇보다 정부의 비상식적인 강경대응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사태의 초기부터 보건복지부 장차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의사들을 범죄자 취급을 하면서 업무개시명령, 면허정지, 법정최고형 등의 극언들을 쏟아냈다. 심지어 의사를 비하하는 '의새'라는 말이나 '여자 의사는 남자의 0.7'이라는 혐오적인 표현조차 서슴지 않았다.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에만 매진해왔던 의사들로서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더욱이 전공의들은 아직 배우고 있는 입장으로서 지금 우리나라 의료가 망가진 것에 대한 부채가 없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마치 의사를 악마화 하는 듯한 정부의 대응에 질려서, 사태가 일단락되더라도 돌아가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전공의들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는 전공의들, 특히 이른바 필수의료를 전공하고 있는 전공의들이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렇지 않아도 붕괴되고 있는 필수의료 현장이 어떻게 될 것인지 자명하다. 기존의 전공의들뿐만 아니라 올해 인턴 수련 후 내년에 전공의를 지원할 때 '필수의료 과'는 극도로 기피할 것이라는 것 또한 명약관화하다.마지막 기회를 놓친 대통령 담화그런 차원에서 4월 1일 오전의 대통령 담화는 매우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의대정원 증원을 밀어붙이면서 잠시 상승했던 대통령 및 여당의 지지율은 금세 다 까먹었으며, 정부여당의 불통으로 인한 국민들의 실망과 피로가 누적되면서 이제 며칠 남지 않은 총선에서 매우 비관적인 전망이 압도하고 있다. 그나마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대통령 담화에서조차 별다른 입장 변화를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이제 의사들 포함한 국민들은 총선에서 표로 심판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만약 총선에서 정부여당이 참패를 하게 된다면, 의사증원 문제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정책들에 있어서 추진 동력을 상실하게 될 거라고 예측되고 있다. 아직 임기를 3년이나 남겨둔 상황에서 조기 레임덕을 자초하는 자충수를 강행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설령 의대정원을 다소라도 증원하더라도, 그로 인한 이득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증원을 통해 배출되는 의사들이 현장에 투입되는 시기는 거의 10년 이후인데, 그 전에 순식간에 붕괴될 필수의료와 정부에 대한 의료계의 큰 불신, 나아가 국민들이 입게 될 상처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말인가.이번 사안에 있어서 정부여당이 어떤 식으로든 의사들을 굴복시켜 승리(?)를 얻게 되더라도, 그것은 이겨도 별 이득이 없이 손해가 훨씬 더 큰 '피로스의 승리'가 될 것이다.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가 되든 필수의료나 지역의료 기피현상은 심화될 것이고, 많은 인재들이 의료현장을 떠나거나 외국으로 향하는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그걸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되어서야 비로소 잘못된 길이었다고 후회할 것인가. 그 때쯤은 정책의 실패를 책임질 사람도, 다시 바로잡을 기회도 없게 될 것인데도.마지막으로, 피로스1세와 관련된 일화를 하나 전한다. 이탈리아 원정 준비로 바쁜 피로스에게 신하 키네아스가 찾아왔다. 그는 로마가 매우 호전적인 나라라고 말하면서 만약 로마를 상대로 승리하면 어떻게 하실 거냐고 묻자 피로스는 로마를 정복하고 나면 인근의 시칠리아도 정복할 거라고 말했다. 키네아스가 시칠리아도 정복하면 어떻게 하실 거냐고 묻자 그리스 전체를 정복할 거라고 말했다. 그러면 그리스까지 다 정복하고 나면 어떻게 하실 거냐고 묻자 피로스는 편안하게 쉬면서 날마다 즐거운 얘기나 나누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키네아스는 '전하는 지금도 편하게 쉬면서 즐거운 일만 하실 수 있는데 왜 위험한 고생을 사서 하시려고 합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2024-04-03 05:30:00오피니언

"모두가 외면한 전공의 수장 자리…나홀로 나선 이유는요"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잠은 좀 주무셨나요. 식사는 제때 챙겨드셨나요. 오늘은 무엇을 배웠나요. 환자를 잃진 않았나요. 기분은 좀 어떤가요. 그래서 여러분의 오늘은 안녕하셨나요."젊은의사를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선거에 단독으로 출마한 박단 후보가 동료 전공의에게 던진 질문이다. 그는 현 집행부의 회무를 이어받아 전공의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대전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31일 대전협 27대 회장 선거에 출마한 박단 후보(33, 사진)의 이력과 출마의 변을 공개했다.박 후보는 포항제철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를 졸업한 뒤 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이후 의전원 2학년 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장을 역임했으며 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을 거쳐 지난해부터 응급의학과 레지던트로 근무하고 있다.박 후보는 "수년동안 필수의료를 비롯해 여기저기서 조금씩 대한민국 의료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라며 "2020년 파업 이후 젊은의사들 마저 위축되고 있으며 나아가는 한걸음 한걸음은 한없이 무겁기만 하다"라고 현실을 이야기했다.그는 전공의가 대한민국 의료의 근간을 받들고 있다고 했다.그러면서 "전공의는 전문과목의 지식을 익히는 피교육자 신분인 동시에 환자의 진료를 수행하는 근로자라는 이중적 신분을 지니고 있다"라며 "전공의는 보호받아야 하고 체계적인 수련을 받아야 한다. 이는 곧 우리나라 의료의 질로 직결되는 문제다"라고 밝혔다.박 후보는 "수년전 의대협 활동을 하며 수많은 좌절과 회의감을 경험했던 터라 (출마에) 더욱 고민이 많았다"라며 "집행부 회무를 이어받아 전공의에게 보템이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현재 26대 집행부를 이끌고 있는 강민구 회장은 전공의 36시간 연속근무 개선을 1순위 공약으로 제시하며 전공의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 반영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그 결과 전공의 근무 시간 개선 관련 전공의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며 보건복지부 역시 의료현안협의체 등을 통해 처우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대전협은 앞서 두 차례에 걸쳐 후보자 등록 기간을 연장했다. 당초 일정 대로라면 14일에는 후보자 등록이 끝났어야 하지만 나서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어 선거 일정을 일주일씩 두 차례 미룬 바 있다.박 후보의 등장으로 선거는 예정대로 치러질 예정이다. 오는 14일부터 18일 저녁 6시까지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다. 선관위는 투표가 끝나는 18일 저녁 7시 이후 개표를 시작해 당선인을 공고한다.
2023-08-01 12:05:45병·의원

전공의법 부작용 수면위로...펠로우·교수 업무 과중 현상 심화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전공의 근무 시간을 주 8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는 '전공의법'이 만들어진 후 오히려 임상강사(펠로우)와 교수 업무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는 호소가 국회를 통해서도 나오고 있다. 전공의 근로시간 단축에 모두 공감하지만 이후 업무 분담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위원장 신현영)와 대한전공의협의회, 젊은의사협의체는 17일 오후 국회에서 보건의료인력 근무환경 개선에 대한 간담회를 열었다.더불어민주당 인재근·정춘숙·신현영 의원실과 대한전공의협의회, 젊은의사협의체는 17일 국회 제4간담회실에서 보건의료인력 근무환경개선 토론회를 열었다.신현영 의원은 지난 3월 해외 전공의 근로시간 규정 제도를 참고해 현재 최대 36시간으로 설정된 연속 수련 시간을 24시간(응급상황시 30시간)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은 전공의법 개정안, 일명 전공의 과로방지법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12시간 수련 후 12시간 휴식, 또는 24시간 수련 후 24시간 휴식 등 수련시간 상한 시설을 응급실과 중환자실로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전공의들은 환영의 뜻을 밝히며 전공의 1인당 환자수를 15명 내외로 제한하고 수련병원 전문의 숫자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더했다.그러자 전공의 노동시간 감축으로 인한 노동은 모두 펠로우와 교수에게 돌아오고 있다는 현실적 문제가 나오고 있다. 노동시간이 길고, 노동강도가 높으면 노동자로서 의사의 건강권에도 심각하게 위협이 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서울성모병원 김형렬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전공의 노동시간이 줄어들어서 발생할 수 있는 전문의, 교수의 노동시간이 과해지는 등 다른 쪽으로 전가되는 것은 누구도 바라는 바가 아니다"라며 "과로사 인정기준을 보면 주 60시간 이상 근무하면 자동으로 과로로 인정하고 있다. 전공의법 개선도 중요하지만 한계를 인정하고 근로자성을 제약하는 기능을 중요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그러면서 "현재 노동법에는 보건업이 근로시간 특례 제도에 묶여 있어서 주 52시간제 적용을 받고 있지 않고 있다"라며 "현실에서 의료인은 교대라는 것을 하고 있는 노동의 연속성을 보장받는 시스템에 있다. 52시간 상한을 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젊은의사협의체 한석문 보건정책위원(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임상강사)도 "우리나라 수련병원 특성상 전임의 업무 부담은 교수 보다 더 높을 수밖에 없다"라며 "생명에 직결되는 내과, 외과, 신경외과 등 필수의료과는 전임의 과정이 필수이기 때문에 전임의 업무가중은 필수의료분야 인력 이탈 현상과도 관련이 높다"고 토로했다.한 위원은 고대의대 이영미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팀이 우리나라 의대 교수를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응답자의 약 30.4% 이상이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를 했고 우울감을 호소한 응답자는 38.4%, 자살까지 생각한 응답자는 8%에 달했다. 66.3%가 과도한 근무시간이 원인이라고 답했다.그는 "분과별 전임의 숫자, 근무형태 및 강도, 노동 관련 문제 발생여부 등에 대한 조사는 전무하고 현행대로 노동강도에 대한 규제 없이 수련병원의 자율에 맡긴다면 과거 전공의법 이전 과로했던 전공의에게 발생한 비극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전공의법 개정 이전에 수련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등 대체인력확보 방안을 마련해야하고 임상강사, 젊은 교수 등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의료직역의 노동여건에 대한 조사 및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또 "사실 전공의법도 제대로 준수되고 있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전공의법에서 벌칙 규정이 벌금 500만원 정도인데 이를 강화해서 수련병원들이 법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필수의료 붕괴 직전" 수련비용 국가책임 한목소리간담회 참석자들은 전공의들의 더 이상 '대체인력'이 아니라는 데에 공감하고 있었다. 전공의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인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결국 '돈' 문제가 걸림돌인 상황. 의료계는 꾸준히 정부가 전공의 수련에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김상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감사(경북대병원 외과)는 필수의료가 붕괴하기 직전이라고 토로하며 국가의 재정 지원을 강조했다.그는 "위대한 한국의료가 붕괴하기 직전"이라며 "아주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에 들어오고 있지만 국가가 수련 등에 돈을 쓰지 않고 병원이 부담토록 하고 있어 결국에는 우수 인력이 피부미용쪽으로 빠져 버리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필수의료 붕괴와 의료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꼴"이라고 꼬집었다.그러면서 "수련병원들은 입원전담의를 고용할 여력이 없다. 교수 월급보다 1.5배는 더 줄 만큼의 여유가 있는 병원이 있나"라고 반문하며 "병원 경영이 돌아가야 전공의도 미래에 희망을 갖고 필수의료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김 감사는 모든 트레이닝은 아니지만 국가가 '수련'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인턴과정을 필수의료 수련에 포함 ▲필수의료 진료과를 수련 후 일반의(GP)가 되며 필수의료과 수련기간 중에는 정부가 비용 지불 ▲필수의료 수련기간 1년 중 3개월은 지방 공공의료원에 파견 수련 ▲이 과정을 마친 후 다른 진료과를 수련해 전문의 자격 제공 등을 주장했다.서울성모병원 김형렬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의사의 과로와 건강 관점에서 노동시간 단축 필요성을 주장했다.김형렬 교수도 "복지부는 정책을 수립할 때 해외 사례를 많이 검토한다. 다른 나라는 수련에 대한 국가 지원을 어떻게 하는지 정부는 이미 자료를 갖고 있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나라들이 수련에 국가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그게 어렵다면 필수의료 관련 부분만이라도 우선적으로 재정 투입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밝혔다.유희철 수련환경평가위원장(전북대병원장) 역시 "전공의가 피교육자 및 근로자라는 두 가지 위치에 있지만 첫 번째로는 수련의 과정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전공의 의존형 진료체계는 큰 틀에서 바꿔야 할 때가 됐다"라며 "소위 필수의료 영역은 근무량도 많고 질도 다르다. 그 과정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면 교수가 돼서도 진료를 할 수 없다. 그런 것들이 많은 교육수련 과정은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김 감사는 의료계의 숙원인 '수가인상' 이외에도 수련제도와 면허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그는 "의대 졸업 후 의사 면허를 갖고 바로 개원할 수 있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그들을 GP라고 부르는 곳도 우리나라밖에 없다"라며 "우리나라 이외 모든 나라에서는 2~3년의 수련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의대 졸업 후 1년 동안 인턴 과정을 이수한 후 또는 필수의료 영역 수련 후 개원을 할 수 있도록 면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전했다.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수련환경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복지부의 적극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강 회장은 "상급종병 쏠림 문제, 수평위 위원 구성 등은 복지부가 의지를 가지면 해결할 수 있다. 복지부의 행정철학과 밀접한 문제"라며 "복지부가 인권보호를 위해 어느 정도 힘썼냐고 했을 때 선진국 보다 20~30년은 떨어진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정원을 조정하면서 근무시간은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 정책적 의지만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복지부는 전공의 근로여건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했다.복지부 이기욱 의료인력정책과 사무관은 "지난 1월 필수의료지원대책을 발표하면서 수련강화 등에 대해서 논의하고 관련 협의기구를 구성해서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라며 "수평위와 전공의수련정책협의체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회의체를 통해 수련교육 내실화 등을 위한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또 "펠로우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통로 마련도 검토하겠다"라며 "수련교육 체계를 효율적으로 하고 교육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체계를 정립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수련환경 문제는 한 두가지 원인이 얽혀 있는게 아니다. 여러 전문가가 논의해주면 정책적으로 검토하고 개선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 할 것"이라고 했다.
2023-04-18 05:30:00정책

의료인력 부족 논의에서 빠진 것

메디칼타임즈=이한결 전공의(서울대병원)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안에 이어 선명하게 정의 내리기 어려운 필수의료 관련 지원 대책에 이르기까지 의사 인력 부족에 초점을 맞춘 증원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사실을 체감하는 요즘입니다. 필수의료, 지역사회의료, 응급 의료, 일차의료… 잘 작동되지 않는 영역이 갈수록 더 많이 회자되는 날들이기도 하네요. 의료시스템이 어떤 정상적인 논의가 점진적으로 누적된 바에 따라 틀을 잡은 게 아니라 늘 정치적 합의의 산물로 때에 따라 땜질한 누더기 같은 것인지라 언제 어떤 문제가 공론화되어도 이상하진 않지만 어떤 논의는 수 년간 지속되던 것이 어떤 순간에 급속도로 분출되는 것 마냥 언론에 퍼뜨려지는 때가 있습니다. 여러 이해당사자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지금 이 순간이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는 누군가가 적극적으로 동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겠죠. 짧다면 짧은 만 6년의 의사생활 동안 공중보건의사로, 인턴으로, 가정의학과 전공의로 일해왔습니다. 그간 각 직역에 속해 직접 보고 듣고 읽은 바에 따르면 가정의학과 도입과 공중보건의사 도입은 건강정책적으로 같은 맥락에 놓여있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전국 의사 수 부족으로 의료취약지에서 예방접종이나 단순진료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인력으로 1979년 공중보건의사제도가 신설됐고, 지역사회에서 흔히 접하는 질병을 통합해 돌보고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에 힘쓰는 주치의 양성을 목적으로 1980년 가정의학과 전문의 제도가 도입되었죠. 그러나 2023년 현재 의사 수 증가, 정보망 및 교통의 발달 등으로 인해 의료취약지 수는 현격히 감소했고, 한국의 전문의 비율은 전 세계를 통틀어도 유례없이 높은 정도에 이르러 공중보건의사와 가정의학과 존재 의의가 다소 희석될 정도가 됐습니다. 이로서 채울 수 있는 빈틈을 어느 정도 메웠다고 생각했는데, 의사 수가 줄지도 않고 늘었음에도 여전히 인력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어떤 빈틈은 결코 채울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당면한 문제를 어떤 문제로 파악하고 있는지, 정녕 같은 문제를 문제로 여기고 있는지 확인한 다음에야 대안을 함께 이야기해볼 수 있겠습니다. "예전과 달리 힘든 필수의료과 의사를 지방 소재 병원에서 보기가 어려워졌다"는 문장을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라는 육하원칙에 따라 살펴보는 것이 현재 마주한 인력 부족의 여러 층위를 보다 명료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겠습니다. 살펴볼까요?논란의 중심이 된 전공의 인력 부족다른 생각을 가진 사회 구성원이 공존하는 한 어떤 제도도 모든 사람들에게 공정하고 만족스러울 수 없으니, 빈틈이 없는 완전무결한 제도는 없다는 명제는 아마 참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각기 가진 것을 대조하고 비교해 차이를 따져보려는 습성이 있죠. 보건의료체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비교제도적 관점에서 의료체계를 평가할 때 보통 보건의료 철의 삼각이라 불리우는 접근성, 질, 비용을 살펴보는데 보건복지부도 OECD 보건통계(OECD Health Statics 2021) 주요 결과를 매년 보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건강 수준 및 보건의료 이용 수준은 높고 보건의료 인력규모는 낮다'는 문구를 주된 요약지로 채택하는 편입니다만, 방점은 늘 보건의료 인력 규모가 낮다는 데에 찍히고 있습니다.그 때문인지 복지부도 진료과 전공의 정원에 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각 의학회 소관이었던 전공의 TO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조정을 주문하기 시작한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전공의 인력이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 보건의료체계 유지의 핵심이라는 걸 부처에서도 알아차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3년간 전공의 채용이 불가한 신규 개원병원을 비롯해 전공의 인력 충원이 충분치 않은 병원 내 진료과에서는 전문의 채용이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다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는 의사협회와 달리 너나할 것 없이 전공의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하는 의학회의 모습을 보노라면 전공의 인력 문제가 현행 체계를 지탱하는 주 요소 중 하나임을 알 수 있죠.상급종합병원 필수의료/기피과 전공의 지원률 하락, 의료체계 붕괴의 신호탄?2022년 4분기 기준 요양기관 종별 의료인력현황에 따르면 임상의사 인력은 11만2321명으로 비의료기관 보건의료기관 및 한방의원, 치과병의원에 근무하는 의사를 제외하면 10만9932명이 병의원에 근무 중입니다. 의원에 근무하는 4만8584명 중 전문의는 4만4754명으로 무려 92.1%에 달하지만 전공의의 절대 다수가 근무 중(99.2%, 1만2602명)인 종합병원 이상 수련기관의 전문의는 3만1734명으로 동 기관에 근무하는 의사 4만4674명 대비 71%에 불과합니다. 이런데도 전공의가 부족하다고 하네요. 뒤집어 생각하면 전문의가 부족한 것인데 말이죠.고로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지원률 하락이 정말 의료체계 붕괴를 운운할만한 일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야 의료진 충원이 어렵다지만, 수도권에서조차 전문의 충원이 전공의 노동력의 일부도 대체 또는 흡수하지 못할만큼 어렵다는 건 어딘가 다른데 문제가 있단 뜻이겠죠.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미달은 진료 중 발생하는 난점과 진료 시간/난도에 따른 보상 미비와 더불어 저출산고령화가 겹쳤으니 이상한 결과가 아닌 자연한 현상인 것처럼 보입니다. 평생을 좌우할 수 있는 선택을 두고 개인의 의사결정이 자연한 길을 따라가는 건 당연지사입니다. 헌데 이게 비단 소아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입니다.현재 당면한 문제는 '노동여건 및 교육수련 환경 개선'과 '개선을 위한 제도적 여건 구축' 이라는 두 개의 큰 축을 골자로 한 변화를 합법적으로 모색하고 병원 평가 및 질 평가 지원금 등 제도적 지원 기준에 전 문의 인력 충원 정도를 포함시키는 등의 수단을 통해 수도권 및 광역시 소재 병원의 전문의 인력 충원이 가능해야 해결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 역시 모든 상급종합병원에서 같은 구동력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겠습니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사는 나라에서 특정 직역이 특정 지역에 뿌리내리고 살 것을 국가가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지역의료 살리기: 공동수련 제도 그래서일까요? 복지부는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이 참여하는 전공의 공동수련 제도 도입을 추진해왔고 급기야 얼마 전 시범사업 참여기관 협약식을 진행했습니다. 전공의가 없어 병원 내 전문의가 지역 병원을 떠나는 경우도 많으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정책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는 아이디어에는 일부 동의가 됩니다. 허나 전공의 공동수련제도인데 전공의의 목소리를 최소한으로라도 경청한 것인지 의문인 정책이 또 한 번 시행될 예정이라는 것은 상당히 유감스럽습니다. 혹자는 이에 대해 언제까지 전공의 수련의 질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씀도 하셨더라구요. 전공의 인력을 보는 시선이 이 정도인 것이지요. 지방의료원에서의 파견 수련이 일부 지역사회 친화적인 환경에서 진료 과정을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더욱이 전공의 교육이 비단 교수 직함을 단 전문의가 있는 곳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충분히 이해하고 겪고 있습니다. 모 의료원은 부족한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진료과장님께서 각종 교육을 시행하며 애써주시고 계시거든요. 그럼에도 지방의료원 수련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는 공동수련 시범사업은 선뜻 그 진심을 헤아리기 어렵습니다.'경험상' 근로자 입장이든 피교육자 입장이든 체감상 수련기관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의료원은 규모면에서나 진료건수 면에서나 손에 꼽습니다. 심지어 다수의 의료원 및 보건의료원은 공중보건의를 응급실에 배치시켜 근무하도록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불어 수련기관 지위를 획득한 의료원은 사실상 전공의로 당직 근무를 떼우고 있구요. 물론 해당 기관에 근무 하는 진료과장님들께서 온콜로 백업하는 체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만 그런다손 치더라도 병원 현장에 남겨진 것은 일선의 전공의 뿐입니다. 난망한 인력 충원을 위해 젊은 의료인력을 저가의 손쉬운 인력 수급책으로 삼는 체계를 확대 재생산하는 일련의 시도가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보건의료인력 지원 없이 지탱 불가능한 전문의 중심 의료체계: PA의 등장 전공의의 수련을 위한다는 명목을 분명히 내세우더니 한편으로는 진료지원 인력으로서 PA를 양성화하고 양성하겠다고 합니다. 2022년 4분기 기준 요양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사는 25만2855명으로, 11만2321명의 의사인력 대비 두 배나 되네요. 그 중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는 6만8319명(27%), 의사는 2만2683명(20.2%)으로 세 배나 되구요. 언뜻 봐도 전문의를 추가 채용하는 것보다 기존 근로 중인 간호사의 역할 변모를 꾀하는 것이 쉬워 보입니다. 물론, 정부가 손쉬운 해결책만을 택하고자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한편으로 이는 지난 20년 간 의사직역단체가 보여준 협상 전략의 부재 그리고 협상에서의 실패로 빚어진 결과이기도 하니까요.의료인력 부족 논의에서 빠진 것복잡다단하게 얽혀있는 보건의료인력 및 정책 현황 상, 새로운 정책의 도입에 따라 불가피하게 수반될 변화를 상보적으로 완충할 수 있는 정책 조합이 함께 구현되어야 할 것입니다. 위에 언급한 수도권/지역 의료인력 적정 배치를 위한 대안, 의대 정원 증가 여부, 정부 지원 여부, 입원전담전문의 정책 도입 여부 등이 있겠죠. 헌데 각자가 생각하는 패키지 조합이 영 다름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아직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듯합니다. 근거중심의학을 외치면서도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를 경시한다며 울분을 토하는 의사집단의 언행을 비웃는 분이 적지 않을 줄로 압니다만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해달라는 말은 현장 일선에서 일하는 이들이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까지의 전문성을 가졌으니 우리 목소리 좀 들으라는 의미라 기보단 현실을 몸소 겪어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달라는 아우성에 가까운 것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사람은 본인이 감각하는 수준까지만 대상을 자기 세계로 편입시킬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시간과 자원은 한정적인 바 모든 일을 경험해볼 수 없으니 경험해보아야 비로소 알 수 있는 부분에 관해서는 선험자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얘기죠. 당대의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해 '내 세계 밖의 일', '남의 일'로 치부하다 여기까지 온 것 같기도 하지만요.비관에 빠지기 전에, 다시 의문을 제기했던 '의료인력이 정말 부족한가?'로 돌아와봅시다. 인력 부족에만 초점을 맞춘 논의에서 무엇이 빠졌는지 보이시나요? 상급종합병원 내부 인력구조 재편과 맞물려 전공의 근로여건 개선을 꾀하면서 지역완결형 필수의료 확충을 위해 지원해야 할 대상과 방안은 무엇인가? 하는 것도 물론 좋은 질문입니다. 그러나 기저에 있는 높은 보건의료 이용 수준과, 그에 따라 머지 않아 도래할 건강보험 재정 고갈 이슈는 비교적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죠.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재정 문제를 가장 우려하고 있을 정부도 아직 이에 관한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구요. 과로사의 문턱을 넘나드는 과중한 업무가 부여된 상황이 항구적이라면 인력 부족 또한 변수가 아닌 상수로 취급되는 것이 당연하겠습니다만, 지금의 의료 이용량은 정말 정상적인가요? 지역사회 소아과 외래 진료나 사내 의원의 무료 진료 이용 행태를 보면 무엇이 진정 문제인지 즉각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마지막 연차 전공의로 근무를 개시한 지 이제 만 하루가 지났습니다. 제 앞가림 하기 바빠진 때가 되니 비극적 결말을 두고 할 수 있는게 없을지 고민하는 것도 사치라는 생각이 이따금씩 듭니다. 없는 미래 세대를 상정하고 하는 이야기에 어떤 값어치를 매길 수가 있을까요. 그럼에도 현실을 긍정해야 한다는 말에 이제는 조용히 쓴 웃음을 짓게 됩니다.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이 말을 믿고 살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일은 중도에 잘 매듭지어야만 사모하는 무언가로 남겨둘 수 있다는 것과, 사모하기를 그만두어야만 하는 일도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된다는 오래된 문장 대신, 모든 절이 싫은 게 아니라 특정한 절이 싫은 것이라면 절을 옮기면 되는구나, 하는 새로운 결론에 쉬이 다다르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생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각자 선 자리에서의 최선을 선택하며 살아야하지 않겠습니까.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이냐에 따라 생각하는 최선이 다를 수는 있겠습니다.제도와 정책 대안을 형성할 수 있는 참여자들이 정책의 도입 목적 및 당위와 더불어 고려해야할 것은 개인이 내리는 선택이 개별적으로 합리적이면서도 집합적으로 최적인 결말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점일 겁니다. 사회 안전망을 형성하고 지속가능한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원체 많은 비용이 드는 와중에 '내가 사모하는 일이 이전과 같이 사모하는 일로 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여러모로 아름다운 결말임을 정녕 누구도 알지 못하는걸까요. 2023년 이미 온 봄날에, 우리가 같은 곳을 보며 함께 걷고 있는 것이길 바라며 우리에게도 봄이 찾아오길 꿈꿉니다.
2023-03-13 05:00:00오피니언
인터뷰

"전공의는 값싼 노동력 아냐" 아낌없는 투자 나선 이대목동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2022년 6월 11일, 이대목동병원에는 전공의 중 가장 막내라고 볼 수 있는 '인턴' 전원이 병원에 없었다.그들의 빈자리는 비록 하루지만 레지던트와 전임의, 교수들이 채웠다. 인턴들은 이날 팀 빌딩 일환으로 경기도 과천으로 콧바람을 쐬러 나갔다. 팀 빌딩은 팀원의 작업 및 커뮤니케이션 능력,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켜 조직 효율을 높이는 조직관리 방법이다.이대목동병원 인턴들은 수련 100일이 되면 당일치기로 병원을 벗어나 서울 근교에서 팀 빌딩의 기회를 가진다. 겉으로는 팀 빌딩이라는 그럴듯한 주제가 있지만 이 날 만큼은 환자 걱정은 뒤로하고 병원을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다.이대목동병원은 인턴 수련 100일을 기점으로 전체 인턴 팀빌딩 교육을 진행했다.뿐만이 아니다. 이대목동병원은 총 1년의 인턴 수련 기간 동안 수련 100일 단위로 이들을 보다 끈끈하게 묶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0일에는 진로 선택을 위한 진료과 설명회를 했고, 300일에는 수련환경 발전 워크숍을 앞두고 있다. 워크숍 주제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로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해 인턴들에게 허심탄회한 병원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는 것이다.이 같은 프로그램 중심에는 정경아 교육수련부장(52, 산부인과)이 있다. 그는 전공의의 목소리를 최대한 듣고, 이를 수련환경 개선에 반영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정 교육수련부장은 인턴 사이에서 '인턴맘'이라고 불린다.인턴 수련 과정에서 숨통을 틔워주는 외부 활동 외에도 전공의 수련법 준수 및 개선을 위한 TFT 회의를 2주마다 하고 있다. 명목은 TFT 회의이지만 사실상 익명으로 들어오는 전공의들의 다양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교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자리다.정 교육수련부장은 "전공의 법이 생기고, 요즘 젊은 의사들은 개인을 우선시한다고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사실 이들의 고민은 잠을 못 잔다, 밥을 못 먹는다 같은 1차원적인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그러면서 "그들이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감당해야 할 때 민원을 제기한다"라며 "잠을 못 자고, 밥을 못 먹더라도 의사로서 환자를 위해 버틸 수 있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 어떤 실수를 하더라도 책임감 있게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 된다"고 말했다.의사 면허를 딴 후 인턴으로서 처음으로 임상 현장에 투입되면 전공의 스스로도 자신의 능력을 전혀 믿지 못하기 때문에 환자를 만나는 것부터가 두렵다. 수련의 과정을 거치면 의사로서의 자신감도 생긴다는 경험의 중요성을 정 교육수련부장도 그 과정을 지나온 선배 의사로서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이다.이대목동병원이라고 하면 이화여대를 나온 '여성'이 주로 지원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도 인턴과 레지던트의 절반 이상은 이화의대 출신이다.구체적으로 인턴 39명 중 74%, 레지던트 122명 중 59%는 이화여대 출신이다. 타교 출신 여성 전공의 비율은 4%, 35% 수준이다. 남성 전공의는 인턴과 레지던트에서 각각 23%, 26%를 차지하고 있다.소수인 남성 전공의를 위한 인프라 개선도 신경 쓰고 있다. 일례로 최근 산부인과는 남성 전공의를 위해 샤워실을 만들고 있다.정 교육수련부장은 "자교 출신 우선주의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남성 전공의를 비롯해 타교 출신 여성 전공의 비율도 커져가고 있다. 출신 학교가 다양해지는 것은 고무적"이라며 "과거보다는 선발 기준이 객관화 돼있어 오히려 타교 여성에게는 이대목동병원이 블루오션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또 "남성과 여성 전공의 비율이 역전된 구조다 보니 오히려 힘을 써야 하거나 어려운 일들을 여성 전공의들의 도맡고 있다"라며 "수련 후 사회로 나갔을 때 적어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교육에 투자" 의료원·동문회 방향성 일치로 기금 조성이대목동병원은 전공의가 더 이상 '값싼 노동력'이 아니라는 시각을 갖고 수련환경을 바꿔 나가고 있다.대표적인 기피 진료과인 외과계열뿐만 아니라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방사선종양학과, 핵의학과 등 진료지원과 수련 활성화를 위해 특별기금을 마련했다. 기금으로 전공의가 없는 진료과에 월급을 더 주는 것. 기금은 동문회를 비롯해 전공의가 부족한 진료과에서도 들어온다.정 교육수련부장은 "전공의 3명이 할 일을 혼자 하고 있다면 업무량에 대한 보상을 비용으로라도 더 받아야 한다"라며 "외과계열도 전공의 부족이 문제이긴 하지만 진료지원과 전공의 부족도 심각히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이어 "진료지원이 안되면 대학병원의 고유 기능인 연구가 힘들어질 수 있다"라며 "전공의가 없으면 결국 트레이닝의 부재로 이어져 양질의 전문 인력을 양산할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외과계 수련을 위해서는 환자만을 대상으로 수련을 받는 술기 교육 과정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술기 교육 현실화를 위해 투자하고 있다. 의대생일 때부터 고가의 교육장비로 실습교육을 하는가 하면 전공의 때는 추가적 수술 교육 프로그램 및 로봇수술 시스템의 가상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한다.이대목동병원은 로봇수술 시스템의 가상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해 수술을 간접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정 수련교육부장은 "실제 수술 현장 참관 및 보조와 시뮬레이션 교육을 병행하면 전공의, 전임의의 학습곡선(learning curve)은 현저하게 빨라질 것"이라며 "암묵적, 도제식으로 수련을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충분한 교육 목표를 향상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즉, 실제 환자 100명을 수술해야 얻을 수 있는 경험치라면 시뮬레이션 교육으로 10건만 해도 배움의 속도를 올릴 수 있다는 소리다.중환자의학과·입원전담의학과 신설 "전공의 삶의 질 유지 중요"전공의가 '수련'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중환자의학과와 입원전담의학과도 따로 만들어 전문의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입원전담의학과는 소화기내과를 메인으로 하는 내과 병동을 전담할 내과 및 가정의학과 전문의 4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임상전문교원 신분이며 사학연금 가입 등으로 고용의 안전성을 더했다. 연봉은 세전 2억4000만원이다.전문의를 확보함으로써 입원환자 관리를 피교육자 신분인 전공의에게 고스란히 맡기지 않겠다는 병원의 의지인 셈이다.정경아 교육수련부장정 교육수련부장은 "전문의가 입원 환자를 전담하면 인턴과 레지던트는 환자를 보다 더 안심하고 볼 수 게 된다"라며 "전공의는 수련을 받아야 하지만 또 하나의 생활인이고 직업인이다. 경제적 지원이 따라야 하고 이들의 삶의 질이 유지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정 교수의 말처럼 전공의에 대한 시선 변화를 '실행'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결국 비용이 필요하다. 전공의 대신 전문의를 확보하고, 수련을 위한 교육 환경을 마련하는 활동 모두 비용과 연관 지어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그는 "교육은 눈에 보이는 이득이 없다. 보이지 않는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라며 "당장의 이득이 보이지 않는 의학 교육에 아낌없는 앞선 투자가 지속돼야 한다. 다행히 병원 경영진뿐만 아니라 이화의대 총동문회의 방향성이 같아 수련 관련 기금 확보가 잘 되고 있다"고 전했다.내년도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있는 현재, 정경아 교육수련부장은 이대목동병원 수련의 장점으로 경증부터 중증까지 다양한 환자를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그도 그럴 것이 이대목동병원은 종합병원이기도 했다가, 중증도가 높은 상급종합병원으로 진입했기 때문에 환자 폭이 넓은 편이다.그는 "이대목동병원이 다양한 환자를 경험할 수 있는 적절한 규모라고 생각한다"라며 "수련을 통해 교수도 할 수 있고, 검진센터 등 1차의료로의 진로를 선택할 수도 있는 곳"이라고 밝혔다.나아가 정 수련교육부장은 수련교육의 '상향평준화'를 위한 정부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정 교육수련부장은 "의사수를 늘린다고 환자의 생명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의사의 수가 그만큼 늘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많은 환자를 책임감 있게 살릴 수 있는 의사 한 명을 수련하기까지 예상보다 엄청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이어 "크고, 환자가 많은 빅5 병원으로 전국 의대 졸업생이 몰려드는 것은 행정적 장치로 막을 수 없는 변화"라며 "전국의 수많은 수련병원이 적정 수준 이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전공의 수련교육의 상향 평준화가 이뤄져야 한다. 전공의법 등으로 절대적 수련 부족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장치와 교육의 기회가 확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2-11-21 05:30:00병·의원

전공의가 본 필수의료 "이미 붕괴…지원율 더 추락할 것"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전공의들이 피교육자 입장에서 느낀 필수의료 붕괴의 원인을 지적하며 수가 현실화와 의료전달체계 확립 필요성을 강조했다.4일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대한의사협회 용산임시회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피교육자 입장에서 느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문제와 필수의료 붕괴의 원인을 하나하나 짚었다.우선 대전협은 최근 과로로 인한 의료진 사망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한 상황을 짚었다. 대전협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죽음을 특정 세력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상황을 경계하면서도, 최근 과로로 사망한 신촌세브란스병원 중환자 전담의 송주한 교수에 애도의 뜻을 밝혔다.대한전공의협의회 필수의료 붕괴 위기 대책 촉구 기자회견 현장■심화한 상급병원 쏠림현상…PA제도로 기형적 구조 악화대전협은 최근 몇 년 새 10~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수십 배 많은 환자들이 수련·종합병원으로 몰아닥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당 병원은 그 이유를 지적하기보다는 수요를 소화하기 위한 거대병원으로 탈바꿈했다는 설명이다.실제로 지난 2017~2020년 90일 이상 장기처방은 2017년 1409만 건, 2018년 1596만 건, 2019년 1823만 건, 2020년 2061만 건으로 매년 증가세다.특히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에서의 90일 이상 장기처방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직행해 자주 방문하기 어려워 생기는 현상이라는 판단이다.대형병원의 3분 진료 관행도 악화하고 있다. 실제 서울대병원 전체 외래환자 114만 명중 45%인 51만 명이 평균 3분대 진료를 보고 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공의가 예전처럼 교육 받을 시간이 줄었고 몰려드는 환자를 소화하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대전협은 환자들의 수요가 전공의 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많은 병원이 PA제도를 도입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는 직역을 추가하며 의료 현장의 기형적인 구조가 심화했다는 진단이다.■전공의가 바라보는 내·외·산·소 문제는?대전협은 전공의들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진료과에 지원하지 않게 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봤다. 이로 인해 각 진료과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개별적으로 짚기도 했는데 우선 산부인과의 경우 대도시가 아니라면 분만이 가능한 산과 의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과실이 없는 불가항력적인 분만 사고라고 해도 의사가 보상금액의 30%를 의무 지급토록 하는 의료분쟁 특례법이 있기 때문이다.이 밖에도 전공의들이 산부인과에 지원하기엔 많은 문제가 산적해 다른 과를 찾는 실정이며 산부인과 전공 지원율은 3년 연속 정원의 75%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이 같은 문제에 저출산 기조가 더해지다 보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도 부족해지는 상황이다. 더욱이 소청과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행하는 검사와 처치는 한정적이고 비급여 항목도 거의 없어 수입이 제한적인 상황이다.저출산으로 환자 수가 더욱 감소하는 것이 확실시되고 코로나19 여파가 더해지면서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이에 소청과 지원율은 2019년 88%에서 올해 23%로 추락했다.외과 계열 역시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해 개원하거나 요양병원·한방병원에 취업하는 형국이다. 지원율 역시 일반외과의 경우 3년 전 70%의 지원율에서 올해 62%에 감소했다. 흉부외과는 특히 심각한데 지난 10년간 240여 명의 전문의 배출하는데 그쳤다. 여기서 선천성 심장병 수술이 가능한 소아 흉부외과의사는 전국에 20여 명으로 더 적다.내과의 상황은 그나마 낫지만 절반 수가 개원가로 유출되고 있으며 개원이 어려운 경우 건강검진센터에 들어가 위·대장 내시경만 하게 된다.특히 위·대장 내시경은 4~6만 원의 수가에 그쳐 관련 장비를 세척하는데 책정된 비용이 없다. 술기 중 불가피하게 생기는 합병증으로 소송이 걸리기는 경우도 다반사다.이 같은 문제의 대안으로 입원전담전문의 사업이 마련됐지만, 정부 지원은 전문의 인건비의 47%에 불과해 병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는 게 대전협의 설명이다.여 회장은 이중에서도 특히 소청과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봤다. 한 번 지원율이 떨어지면 메꾸기 어려운 전공의 특성상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진단이다.여 회장은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소청과다. 전공의가 없지만 병원 입장에선 소청과를 운영해야 하니 교수들이 당직을 서는 실정이다"라며 "위에 연차가 없으면 그 일까지 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래 연차가 지원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전공의 지원율은 한번 구멍이 나면 메꾸기 어렵다"고 말했다.■겉도는 필수의료 살리기…"전폭적으로 지원해야"대전협은 부족한 정부 지원으로 의료 공급체계에 구멍이 생기고 있으며 의료진의 과로로 사망하고 있는 것이 그 결과라고 꼬집었다. 특히 기피과 문제가 심화하고 있으며 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바이탈과 지원율이 계속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병원들이 이 같은 문제를 회피하는 상황도 문제로 지적했다. 환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저수가로 의사 인력을 고용하기엔 어려움이 있어 PA를 무분별하게 늘리고 있다는 것.대전협은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전공의가 바라보는 근본적인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전체 인력이 부족하지 않은 상황인 만큼, 필수의료분야 확대와 근무 환경 및 일자리 확충이 답이 돼야 함에도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와 관련 대전협 여한솔 회장은 "전공의들은 바보가 아니다.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를 하고 싶어도 맞닥뜨린 현실이 참혹하기 그지없기 때문에 지원할 수 없는 것이다"라며 "그들처럼 갈리기 전에 현명하게 다른 과를 하거나 본연의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탈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어 "이런 기형적인 의료시스템은 소아심장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흉부외과 의사들을 하지정맥 클리닉으로, 뇌출혈을 치료할 수 있는 신경외과 의사들을 척추통증클리닉으로, 칼을 잡아야 할 외과 의사들을 요양·한방병원으로 내몰았다"며 "또 십 수 년이 넘는 트레이닝 과정을 거친 이들을 미용클리닉의 세계로 빠져들게 했다"고 말했다.바이탈이 아닌 진료과를 선택하는 것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 각 분야 전문의보다 미용만 하는 일반의가 더 편하게 많은 수익을 내는 세상을 설계한 이들이 비난 받아야 한다는 비판이다.대전협은 대부분의 분야를 민간에 맡기고 희생을 강요하는 현재의 의료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문제가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생명을 살리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전공의들이 필수의료 붕괴의 원인을 다각적으로 짚었다.■무너진 의료전달체계…지역 간 의료격차 해법은?의료전달체계 확립을 해법으로 꼽기도 했다. 모든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린 상황을 보면 지난 정부의 의료정책을 그대로 이어가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는 교통이 더욱 편리해지고 무조건 큰 병원을 선호하는 풍조가 자리하면서 악화하는 문제기도 하다.대전협은 1·2차 병·의원에서 경증과 만성환자를 중심으로 관리하고, 3차 병원은 응급환자나 중환자를 위주로 치료하는 것이 국민의 의료접근성을 효율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1차 의료기관에서 기본적인 진료를 받은 뒤에 100~300병상 병원으로, 그 다음 중증종합병원 순으로 단계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허들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관련 제도와 시스템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의료이용에 대한 안내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여 회장은 "그간 대한민국 의료정책은 풍부한 의료인적 자원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인 수가로 필수의료를 홀대했다"며 "결국 미용과 성형 등 비급여 진료가 난무하는 왜곡된 의료시장이 형성됐는데 이를 인정하는 것부터가 의료전달체계 문제를 해결하는 단추"라고 강조했다.지역 간의 의료격차 문제도 조명했다. 특히 암 환자의 경우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진료를 받은 비율이 60.7%다. 하지만 이는 서울을 제외할 경우 53.9%로 감소하며 지역별로 보면 세종 21.0%, 경북 28.2%, 충남 37.3%, 충북 42.1%, 광주 46.2%, 경남 48.5%로 떨어진다.암 환자의 수도권 의료기관 집중현상은 의료비 외에도 기타 비용과 시간의 소비를 초래해 지역의료 발전의 불균형 현상을 악화하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이를 완화하기 위해  환자요인, 진료요인, 접근성 등 기타요인에 대한 포괄적 분석과 이에 맞는 정책적 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는 것.또 이 같은 문제의 원인은 지방에 인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환자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리도록 한 기형적인 시스템에 있다고 봤다. 하지만 아무도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아무도 지지 않고, 언론과 정치권이 의사를 문제로 지목하거나 의대 정원을 늘리자는 식으로 접근하는 상황을 지적했다.여 회장은 "돈보다 생명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아끼지 말고 국민의 생사를 책임질 수 있는 의료현장에 아낌없이 지원해 달라고 간청한다"며 "필수 과를 담당하는 의료진이 국민 건강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는 자존심을 지킬 수 있도록 대우와 처우의 개선을 해달라"고 호소했다.이어 "의료계는 항상 돈 문제, 의료전달체계 문제만 되뇐다고 핀잔을 들었던 적이 있다"며 "하지만 이것이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기에 이를 개선해 달라고 다시 한 번 간곡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부족한 수련·대학병원 전문의…열악한 근무환경도 문제대전협 강민구 부회장은 구체적인 요구안을 제시했다. 우선 단기적으로 수련병원, 대학병원 내 전문의 채용을 위한 수가 및 예산 확대를 강조했다. 특히 교수 입원전담전문의, 촉탁의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특히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전공의 근무환경이 열악하다고 짚었다. 주요 선진국은 공적 재원을 활용해 전공의 수련비용을 지급하는데 반해 국내 의료비 지출 비중은 GDP 대비 8% 내외로 낮은 수준이다.이를 해결하기 위해 36시간 연속 근무 시 24시간 이후 추가 12시간에 대해선 당직으로 인정해 관련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주당 88시간 가까이 일하는 의료진에 대한 급여 및 수당 개선도 필요하다고 봤다.강 부회장은 "책임 있는 정부와 정치권이라면 젊은 의사들의 고충과 필수 의료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다시 한 번 재고하고 적절한 수준의 근무 강도와 보상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다. 세계 10위권 경제력을 갖춘 대한민국에서 이런 현실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의사 정원 확대?…"동료의 죽음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강 부회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으로 의대 정원 확대 주장이 나오는 것을 작심비판하기도 했다.강 부회장은 "최근 계속되고 있는 의료진 사망은 이미 한계 노동을 하고 있는 필수의료의 단면을 보여준다. 양식이 있는 보건의료인이라면 안타까운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의과대학 정원이 늘어난다고 뇌혈관을 할 수 있는 의사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은 연관성이 부족하다. 시스템적으로 발생한 문제를 특정 직역의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이어 "의사는 모든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지만 신이 아니다 특히 뇌출혈같이 분초를 다투는 질환은 수술한다고 모두 치료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이번 사고는 오히려 뇌혈관외과 전문의를 보호하고 후학양성을 도모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마지막으로 대전협은 필수의료의 중요성을 논하는 데 있어 취약성과 필요성의 관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업무가 과중하고 치료과정에서 소송이 자주 발생하며 생명에 보다 직접적으로 연관된 진료과를 우선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강 부회장은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원한다면 투자가 불가피하다. 현재 의료진의 노동 강도가 너무 가능한데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사명감으로 의료를 지탱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젠 보상이 필요하다. 여러 영역을 선진국과 비교해 부족한 부분은 수가를 신설하는 등 세부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08-04 18:34:15병·의원

"코로나 전담병원 수련 파행 지속…대책 마련 시급"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 코로나19로 점점 악화되고 있는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일부 코로나 전담병원은 대다수 전공의가 학회 및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실시하는 수련환경 평가에서 정하는 과별 수련 기준에 맞는 환자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는 신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12일 밝혔다.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 관계가 없습니다. 전공의는 노동자이자 피교육자 신분을 모두 갖고 있는 직군으로 '전문의'가 되기 위해 적절한 수련을 받는 것이 수련 중 가장 선행돼야 한다. 대전협은 "코로나 전담병원에서 코로나 환자를 보지 않는 일부 과는 환자수 부족으로 4년간 수련 과정 중 환자를 통해 트레이닝 돼야 할 지식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고 있다"라며 "코로나19 상황이 2년이상 지속되면서 단순히 이런 미봉책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코로나 전담 환자만 보던 전공의가 추후 전문의가 됐을 때 임상 경험이 부족한 전문의가 양성된다는 것. 대전협은 민원으로 들어온 '서울의료원' 사례를 꺼냈다. 대전협은 "서울의료원은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수련 파행상태"라며 "해당 진료과 의국 과장의 무더기 사직과 전공의 수련에 대한 무관심으로 해당 과 1년차 신입 전공의가 모두 사직했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의 무관심으로 남은 전공의 수련상태가 매우 악화됐다"라고 토로했다. 대전협은 전공의 수련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전환한 병원 전공의를 만날 예정이다. 여한솔 회장은 "의료원 소속 전공의 민원이 계속되면서 보건복지부와도 얘기를 나눠봤지만 뚜렷한 대안도 없고 성의없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라며 "지금 당장 피해를 보고 있는 인원이 있는 만큼 전공의 파견 현실화 대책이나 이동수련 등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입원전담전문의 등 전문의 추가 채용으로 전공의 수련이 보장받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라며 "정부는 전공의 수련 환경을 보장하고 해당 전공의의 다양한 환자군 경험을 위해 신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2022-01-12 15:32:47병·의원

코로나 여파 내과 전공의 10명 중 7명 "수련교육 질 저하"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 코로나19 병동 출입시에는 레벨D 보호장구를 필수 착용한 후 출입해야 하고 병동에 들어간 후에는 보호장구 착용 후 전자기기가 제안되는 경우가 많아 코로나 병동 밖에서 발생하는 환자 상태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코로나19 병동 업무과중으로 '내과' 전공의 수련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 관계가 없습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국 수련병원 내과 전공의 12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병상 운영 관련 실태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14일 공개했다. 대전협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병동은 88.8%가 중환자실로 운영되고 있지만 병원별로 중환자 관리를 위한 장비 등의 부족으로 기존 중환자실을 분리해 코로나 병동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병동 입원 환자에 필요한 처치도 지연되고 있었다. 95%의 병원에서 야간에 코로나 병동을 담당하는 내과 전공의가 1명만 있었다. 이 중 74%는 다른 병동 환자들까지 동시에 담당하고 있었다. 코로나19 병동 출입시에는 레벨D 보호장구를 필수 착용한 후 출입해야 하고 병동에 들어간 후에는 보호장구 착용 후 전자기기가 제안되는 경우가 많아 코로나 병동 밖에서 발생하는 환자 상태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전공의는 "코로나 발생 이전에는 인공호흡기까지 유지하고 있는 환자가 중환자실 자리가 부족해 일반 병동에 있었던 적은 없었다"라며 코로나 병상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이 중환자 치료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호소했다. 환자 처치뿐만 아니라 전공의 수련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었다. 설문에 참여한 내과 전공의 중 91.7%가 수련 교육의 질적 저하를 경험했고 72.9%는 근무시간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수련 교육의 질 저하가 발생한 이유로는 ▲감염내과 수련 과정에서 다양한 환자를 보면서 경험을 쌓아야 하나 주간에 코로나 병동만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환자를 볼 기회가 적다 ▲행정명령으로 급하게 코로나 병동이 마련되어 구체적 지침이나 교육 없이 무작정 코로나 병동에 투입되는 경우가 대부분 ▲코로나 환자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내용들은 대부분 중환자실 수련을 받으며 배울 수 있는 내용과 중복 ▲특정 분과에 편중된 업무만 하게 되면서 다양한 임상 경험을 접할 기회 감소 등을 꼽았다. 대전협은 코로나19 전담 치료병상 운영이 장기화 될 것을 고려해 내과에 국한하지 않고 응급의학과, 가정의학과 및 각 병원 전공의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코로나 업무 지원에 차출된 전공의의 민원을 접수해 추가적으로 조사해 나갈 예정이다. 대전협 여한솔 회장은 "코로나 병상을 확보하라는 정부의 갑작스런 행정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충분한 정부 지원이나 대책없이 코로나 병상만 늘린 결과 전공의 특별법 조차 준수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내과 전공의들이 수련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 환자를 포함한 모든 환자의 안전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나아가 피교육자 신분인 내과 전공의를 값싼 코로나 대응 인력으로 내몰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내과 수련 환경을 마련해 향후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을 책임질 수 있는 내과 의사로 키우기 위한 아낌없는 투자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2021-10-14 16:55:34병·의원

"한국의대교육 코로나 계기로 더 발전할 것"

메디칼타임즈=황병우 기자 2020년 한 해를 관통한 코로나19가 의료계에 크고 작은 영향을 준 것처럼 의대교육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의도한 선택은 아니지만 모든 의과대학이 온라인강의를 통한 비대면교육을 실시했고,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의대교육에도 모멘텀을 마련했다는 평가. 특히,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으며 내년 상반기 의대교육도 물음표가 가득한 상황에서 더는 땜질로 버티는 것이 아닌 올해 경험을 바탕으로 큰 그림을 그려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메디칼타임즈는 한국의학교육학회 안신기 학술이사(연세의대 의학교육학교실)를 만나 코로나19로 변한 의대교육과 미래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의학교육학회 안신기 학술이사. "어려움 겪은 2020년 의대교육…교수‧학생 모두 새로운 도전" 코로나19로 인해 의대교육 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이 겪은 공통적인 어려움은 교육자와 학습자가 만나는 접근성이 차단됐다는 점. 또한 의대의 경우 다른 대학보다 개강이 빨리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선제적인 대응이 불가피 했다는 게 안신기 이사의 설명. 그렇다면 새로운 교육 형태가 안착된 것인가? 라는 질문에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답변한 안신기 이사는 성과도 있었지만 반대로 어려움도 많았다고 밝혔다. 안 이사는 "의대의 경우 개강 2주전 전격적으로 전환하는 경험을 했고 교육자 피교육자 모두 힘든 경험을 한 것은 틀림없다"며 "현장의 경험에 근거한 학습과 실습이 중요한 의대교육 특성상 이에 대한 교육을 어떻게 할지를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이 마련돼 있지 않은 의대는 서버의 문제나 단순히 PPT슬라이드를 보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불만도 있었지만 반대로 교수들 또한 한 강의에 투자하는 시간이 기존의 2~3배가량 늘었다는 설명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IT를 기반 교육에 대한 교수들의 저항이 줄어들었다는 점. 안 이사가 속한 연세의대를 기준으로 했을 때 많은 교수들이 자료를 바탕으로 목소리를 입히는 강의를 채택했다면 3주정도가 지난 시점에서 60%이상이 라이브로 학생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강의를 선택했다. 결국 이러한 인식의 전환으로 절반가량은 코로나19상황 이후에도 다시 이전의 교육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IT를 적절이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안신기 이사가 직접 구매한 영상 장비들. 올 한해 의대교육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안 이사는 "전통적으로 어느 특정 장소에서 한번밖에 교육이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부분을 다시 볼 수 있다"며 "교육의 시간과 공간 확장이 가능해 졌고 학생 또한 자기주도 학습이 가능해졌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보였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의대교육을 되돌아봤을 때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 등 부정적인 요소도 이슈가 됐던 상황. 안 이사는 온라인 강의가 장기적인 큰 그림을 그리려면 고민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준비된 상태로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수들은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고 여전히 학생들의 반응을 알고 관계성을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은 부족했다"며 "이를 효과적으로 지원해주기 위한 전략 마련을 위해서 적극적인 역구와 투자는 필요하고 개별 교수가 아닌 전체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가져다준 의대교육 고민 '무엇을‧어떻게' 가르칠까? "코로나19는 의대교육 시스템의 변화와 동시에 'How to teach', 'What to teach'에 대한 고민을 근본적으로 하게 됐다고 본다" 2021년 의대교육도 여전히 온라인 혹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이 채택될 것이 유력한 가운데 안 이사는 어떻게 무엇을 가르칠지가 새로운 화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안신기 이사. 안 이사에 따르면 의학지식이 2배가되는 시간이 과거에 150년이었다면 지금은 3달이 채 되지 않는 지식 폭증의 시대. 그만큼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교육을 따라올 수 있을지 없을지는 고민하는 것을 넘어서 많은 의학지식을 어떻게 선별해서 전달할지 고민해야 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식 폭증의 시대에 학생이 필요한 지식을 다 가르칠 수 없고 속도도 쫒아 갈 수 없다. 지도를 중심으로 한 자율학습 방식 등 정보적용 방식이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에 교수들도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국의학교육학회의 올해 경험 통한 큰 그림 계획 한편, 한국의학교육학회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교육 상황을 겪은 회원들을 대상으로 전체 설문조사 등 밀도 있는 분석을 통해 코로나19 이후에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안 이사는 이 과정에서 단순히 의학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떠나 역량 바탕 교육과 정체성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도 고민해보겠다고 언급했다. 안 이사는 "의대에 들어온다는 것은 공부 외에 전문가 공동체에 입문해 선배와 교수들로부터 보이는 것 외 의료현장의 경험을 얻는다"며 "의사로서 전문가로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도 논의의 방향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학생들이 코로나19에 더해 사회적 이슈로 큰 홍역을 치렀고 소위 트라우마에 가까운 경험을 의미 있는 경험이 될 수 있도록 교수들이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어느 한 대학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학 간의 자원을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2020-12-21 05:45:50병·의원

교육전담간호사 도입하니 신규 간호사 이탈 줄어

메디칼타임즈=황병우 기자 신규간호사 교육을 위한 교육전담간호사 제도가 현장에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향후 민간병원으로 확대,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교육전담간호사는 신규간호사의 교육과 관리업무만을 담당하는 간호사를 배치해 인건비를 1인당 월 320만 수준으로 지원하는 제도. 지난 2019년 7월부터 시작해 올해 말까지의 진행해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교육전담간호사는 신규간호사의 교육과 교육과정을 총괄하는 유형1 교육전담간호사와 신규간호사의 임상 교육 수행 및 평가 등 기존에 프리셉터의 역할을 대신하는 유형 2전담간호사로 구분된다. 다만, 현재는 국공립병원급을 대상으로 병상에 따라 ▲300병상 미만 1명 ▲500병상 미만 2명 ▲700병상 미만 3명 ▲900병상 미만 4명 ▲900병상 이상 5명 등으로 배치가 가능하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국공립기관 52개소에서 254명의 교육전담간호사가 활동하고 있으며, 예산집행률 또한 97.7%로 높은 참여와 활용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장의 간호사들은 교육전담간호사제도 적용 이후에 신규간호사 이탈이 체감적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칠곡경북대병원 A교육전담간호사는 "병원의 경우 제도시행이 1년이 안 돼 구체적인 통계를 낼 수는 없지만 선배와 신규간호사 모두 도움이 된다고 느낀다"며 "프리셉터의 업무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2주정도 담당하는 시간이 줄어 업무 강도 또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9년 5월 보건복지부의 교육전담간호사 유형 발표내용 발췌. 기존의 프리셉터는 자신의 업무를 하면서 교육까지 병행하다보니 교육자와 피교육자 모두 힘든 상황이 반복됐고 간호계는 그동안 교육만을 전담으로 하는 간호사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교육전담간호사 제도가 안착하면서 이런 부담이 줄었고 실제 그 효과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의미. 또 다른 서울 국공립병원 소재 B교육전담간호사는 "졸업 후 현장에 나오면 교과서와 다른 부분이 너무 많지만 생명을 다루는 특성상 처음부터 여유를 가지고 알려주기가 쉽지 않다"며 "교육을 전담으로 하면서 신규간호사도 부담 없이 다가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분명한 장점이 있기 때문에 교육전담간호사 지원을 민간병원으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은 지난 6일 교육전담간호사 확대 및 국가지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특히, 교육전담간호사의 2021년 지원예산을 받아야 하는 시점에서 관련 법안까지 발의되는 등 예산이 증액될 여지도 남아있어 실제로 민간병원 확대가 가능할 지도 주목을 받고 있는 상태다. 예산의 증액을 두고 차이는 있지만 만일 현재 약101억 정도 되는 예산을 최대 90억 원 정도 증액된다면 민간의료기관 382개소까지 확대가 가능해진다. 간호계는 그동안 신규간호사 이직을 줄이기 위해 교육전담간호사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보건복지부 또한 관련 예산 증액에 수용입장을 전달할 상태로 교육전담간호사 제도가 빠르면 2021년도부터 민간병원까지 확대될 여지가 남아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교육전담간호사 지원사업 성가평가 연구가 12월까지 진행해 결과를 바탕으로 민간의료기관까지 대상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예산안이 결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진행여부를 말할 순 없지만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민간병원 확대 필요에 대한 의견은 밝힐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2020-11-19 05:45:56병·의원
초점

전공의 빠지면 수술·외래 중단하는 병원 정상일까

메디칼타임즈=이지현·박양명 기자|메디칼타임즈=이지현·박양명 기자| 대학병원에 전공의가 빠지면 셧다운 직전에 이르는 상황이 정상일까. 최근 의료계 총파업 이후 의료계에 던져진 질문 중 하나다. 실제로 전공의가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지 일주일째 접어들자 서울대병원 등 일선 대학병원 교수들은 사실상 셧다운 직전의 위기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게다가 전문의 자격을 취득 후 세부전문영역을 배우기 위해 존재하는 소위 펠로우라고 하는 전임의까지 빠져나가면서는 수술부터 외래까지 줄줄이 차질이 빚어졌다. 의료총파업을 주도한 전공의. 이들의 의료공백으로 여전히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의료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왜일까? 지난 2015년 제정된 전공의특별법에서는 전공의는 병원의 의료인력보다는 피교육자의 권리를 찾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전공의 주80시간 근무 등 수련 패러다임이 변했다고들 한다. 그런데 왜 여전히 일선 대학병원에 전공의가 빠지면 수술은 물론 병동, 외래까지 마비되는 것일까. 의대교수 대비 전공의·전임의 수 1:0.8 수준 일단 전공의 머릿수를 따져보자. 메디칼타임즈가 빅5병원을 대상으로 교수진과 전공의, 전임의 숫자를 확인한 결과 그 비율이 거의 1:0.8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전임의, 즉 펠로우는 세부 전문분야를 갈고 닦고자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간 병원에서 근무하며 술기도 익히고 연구에 집중하는 인력. 이들 또한 교수의 지도가 필요한 의료인력으로 치면 가르침을 줘야 할 교수의 숫자보다 배워야할 의료진의 숫자가 훨씬 많은 셈이다. 병원별로 살펴보면 서울대병원 교수(부교수, 조교수, 임상교수 등 전체 포함)는 약 700여명 수준. 여기에 전임의, 전공의는 각각 320여명, 500여명으로 총 820여명에 달한다. 다시 말해 임상교수 인력보다 전공의, 전임의 등 피교육자 신분을 겸하고 있는 의료인력의 비중이 더 크다는 얘기다. 다른 대형병원도 마찬가지다. 서울아산병원도 임상교수 660명이지만 전임의 300여명, 전공의 500여명으로 총 800여명을 훌쩍 넘겼으며 삼성서울병원도 임상교수는 520명에 전임의 260명, 전공의 497명으로 총 757명에 이르는 수준이다. 세브란스병원도 전체 임상교수는 580명. 이는 전임의 290명에 전공의 460명을 합친 750명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전공의법 제정됐지만 여전히 전공의 의존도 높은 현실 이번에는 전공의 한명이 돌봐야 하는 환자 수를 따져보자. 복수의 병원에 따르면 전공의 1명당 배정되는 병동 환자수는 대략 15~30여명 수준. 전공의는 환자 입원부터 퇴원까지 모두 관여한다. 입원환자의 입원기록을 비롯해 치료외 퇴원기록을 챙겨야 한다. 수술 환자에 대해서는 2~3개의 관련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데 설명하는 데만 20분씩 걸린다. 수술 전 준비과정, 수술 보조 역할도 전공의가 맡는다. 전공의들은 병동 환자를 돌보는데 여전히 전담인력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에 따르면 환자 30명당 전공의 2명을 배정한다. 하지만 당직, 출산휴가 등 일부 빠지는 인력이 있어 전공의 1명이 30명의 병동환자를 맡아 케어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대형 대학병원은 의료진이 많은 만큼 환자 수 또한 많기 때문에 업무 로딩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 전공의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공의, 전임의가 '파업'에 나서면 전체 의사 인력의 절반이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져 의료공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내과계 교수는 "사실상 전공의 1명당 돌봐야하는 병동환자 수가 너무 많아 그들이 빠지면 당장 마비가 될 수 밖에 없다"며 "병동 환자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외래에서 수련받을 수 있는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외과계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은 중증도가 높기 때문에 의사 혼자서 일을 해낼 수가 없다. 철저히 분업이 돼 있다"라며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로딩이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하면 교수가 아침에 회진을 돌면서 환자를 파악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역할이라면 환자의 상태가 어떻게 좋아지는지. 나빠지는지 그 과정을 챙기는 것은 전공의가 하고 있는 것이다. 아주대병원 내과 교수는 "교수는 회진을 돌고 나면 외래진료에 수술에 시술, 내시경, 각종 검사 등을 하게 된다. 그럽 입원환자 관리 대부분은 전공의가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일선 수련병원 교수들은 이번 의료 총파업 사태에서 드러난 여전히 전공의에 대한 높은 의존도의 원인으로 과거에 머물러 있는 의료제도를 꼽았다. 서울대병원 한 교수는 "전공의법을 만들면 뭐하나. 여전히 전공의는 병동환자를 돌보느라 제대로 수련을 받지 못하는데…지도전문의 제도를 만들면 뭐하나. 교수가 전공의를 수련시킬 시간이 없는데…모두 서류상에만 존재할 뿐"이라며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전공의 수련비용은 물론 교육전담교수를 둘 비용을 지불할 생각은 없이 제도를 만들었는데 왜 지키지 않는지만 추궁한다"고 꼬집었다. 입원료에 의사기술료 40%…간병인 인건비에도 못미치는 수준 또한 병동에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원인을 알려면 입원료에 의사 인건비 비중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의료계를 이를 계기로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의료현실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입원료는 5인실 기준으로 상대가치 729.87점에 환산지수 76.2원으로 약 5만5616원. 이는 의사인건비에 해당하는 의학관리료 2만2246원(40%)에 간호사 인건비 1만3904원(25%)와 병원관리비 1만9465원(35%)을 모두 합친 액수다. 다시 말해 환자 1명당 본인부담금을 포함한 입원료를 다 합쳐도 5만원 수준으로 1개 병동(30개 병실 기준)에 환자 30명으로 계산하면 하루 약 170만원 수준. 이를 한달(30일)로 계산하면 1개월간 1개 병동을 움직이는데 건강보험을 통해 지급되는 비용은 5,00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병동을 움직이려면 간호인력 10여명에 의사(교수, 전임의, 전공의, 인턴 등) 여러명을 투입하는 것을 감안하면 5,000만원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대학병원 교수들은 월 5,000만원 수준으로는 의료진이 아닌 간병인 인건비로도 운영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다고 입을 모으는 상황. 이들은 입원료에 의학관리료 등 인건비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으면 현재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병원 한 교수는 "정부는 목적에 맞게 의료제도를 바꾸고 있는데 의료계는 대응이 안되고 있다"며 "의료계도 목적성을 갖고 한목소리를 내야하는데 이번 총파업에서도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일선 대학병원 교수들은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입원전담전문의를 꼽았다. 국내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처음 주장한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는 "미국의 경우 전공의가 피교육자로 정착해 그들이 빠진다고 해도 환자진료에 영향이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전공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전공의법을 제정했지만 현실에선 여전히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아쉽다"고 전했다.
2020-09-14 05:45:59병·의원

"사직서 쓰자" 교수도 파업 조짐…최악의 의료대란 오나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 연세의대 유대현 학장: 응급실, 중환자실 및 코로나 관련 진료를 제외한 모든 진료의 축소, 단계적 파업, 교수사직서 제출 등 강력한 대응을 준비하겠다. 한양의대 교수협의회: 제자들을 끝까지 보호할 것이다. 교수들은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다. 28일 보건복지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전공의에 대한 고발 조치에 돌입하면서 해당 의과대학 교수들이 즉각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다. 연세의대 학장은 28일 교수 평의원회에서 대처방안을 논의한 결과라며 향후 집단행동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앞서 "제자들의 불이익에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한 데 그쳤지만 이번에는 '진료 축소'는 물론 '교수 사직서'까지 언급하는 등 한층 수위를 높였다. 한양의대 또한 복지부에 고발당한 전공의를 언급하며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집단행동의 방식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격양된 입장을 전했다. 지금까지 의대교수들은 전공의, 전임의들의 빈자리를 묵묵히 채워왔지만 28일, 복지부가 전공의, 전임의에 대한 고발조치에 나서면서 "참을 이유가 없어졌다"며 급속하게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의 '법대로 처분'이라는 강경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 서울대병원 전임의가 1인 시위를 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전공의에 더해 전임의까지 사직서를 제출한데 더해 각 의과대학 교수들까지도 지지의사를 보이며 의료계의 결속력은 더 커지는 양상이다. 만약 교수들의 집단행동까지 현실화되면 전국 수련병원의 진료체계가 지난 한 주 전공의와 전임의에 집단행동으로 임계점에 달한 상황에서 최악의 의료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병원서 시작한 교수 진료축소, 전체로 번지나 대한의사협회의 주도로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2차 전국의사총파업이 진행됐지만, 엄밀히 말하면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주도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즉 정부와 의료계 중에서도 젊은의사가 강대강으로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변수로 등장한 것이 서울대병원 내과. 이들은 오는 31일자로 외래 신규환자 진료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이후 변화가 없을 시 외래 진료 중단을 검토 중이다. 국가병원인 서울대병원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내과가 파업에 동참한다면 젊은의사들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사립의대 교수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 서울대병원 비기금 임상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190명은 28일 오후 늦게 대국민을 향한 호소문을 통해 "정부의 고발조치는 국가 의료시스템을 심각하게 마비시킬 것"이라고 경고하며 "이들은 의사로 보람을 느끼며 일하기를 희망하는 청년이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적폐 세력이 아니며, 이번 파업은 밥그릇을 지키려는 투쟁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는 "잘못된 정책 입안과 추진에 대한 반성은 없이 사상 최대의 화재가 발생했는데 소방관이 화재앞에서 파업하는 것과 같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혹세무민하는 왜곡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피교육자 즉 전공의가 피해를 보는 것은 의대교수의 자동적인 참전을 유발하는 것임을 엄중 경고한다"며 집단행동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복지부는 집단행동을 벌인 젊은의사 중 전공의 10명에 대한 고발 조치를 강행했다. 고려의대 교수의회는 교수진(조교수 이상) 4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전공의 파업에 대해서는 90.8%, 의대생 휴학에 대해서는 85.3%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특히 전공의 처벌 발생시 사직서 제출 및 반대 성명에 참여하겠다는 교수는 97.6%에 달했고, 단체 행동에도 참여한다는 교수들은 91.2%에 달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이나 서울아산병원 등 수도권 대형병원뿐만 아니라 충남대, 전남대병원 등 지방 대학병원 교수들도 내부적으로 전공의나 의대생 피해시 파업에 동참하겠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의대증원 정책 철회는 없다고 못 박은 상태에서 전공의와 의대생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의대 교수는 선택의 여지 없이 '사직서'를 낼 수 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고려의대 한 보직교수는 "최악의 의료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 강대강 감정싸움 안에서도 상생이나 타협하는 봐야 한다"며 "그러나 전공의나 전임의, 의대생들이 무사히 병원이나 학교로 돌아온다면 무엇이든 못하겠나. 중대한 선택이지만 이들이 다치면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고 의견을 분명히 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병원의 외과 교수도 "복지부의 업무개시명령이나 고발 조치는 젊은의사를 협박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피교육자 신분인 인원들과 이렇게 까지 할 일인가.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다"고 사직서 제출 의사까지 보였다. 거점병원 역할 중소병원 의사마저 부글부글 지금까지는 수도권 대형병원 중심으로 의사들이 집단휴진을 해오던 모습이었다면 이제는 지방 거점병원 역할을 해오던 중소병원에 근무하던 봉직의들도 정부 정책에 저항할 태세다. 아직까지 대학병원 교수들처럼 전공의들의 지지성명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집단휴진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주목할 만하다. 한 대형병원 전공의들의 모습이다. 중소병원 봉직의들도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지지하면서 참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소병원 중에선 분당제생병원이 가장 눈에 띈다. 분당제생병원 소속 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압박과 회유에도 흔들리지 않고 정당한 주장을 하기 위해 가운을 벗고 병원 문을 나선 전공의를 응원하고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분당제생병원의 한 봉직의는 "수련병원으로 70명의 전공의가 집단행동에 들어가면서 120명의 전문의가 외래와 병동, 응급실, 선별진료소 모두를 커버하고 있다. 여기에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전원되는 환자가 늘어나면서 상당히 힘든 상황"이라며 "파업이 길어져 힘들지만 정부의 행태가 도를 넘어섰다. 소속 의사 투표를 통해 후배들을 지지해주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중소병원에서 근무하는 봉직의들을 중심으로 의대증원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며 집단휴진에 동참하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중소병원의 경우 병원장 차원에서 봉직의들을 다독거리며 진료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봉직의들의 집단휴진 참여도 언제든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의 중소병원에 근무한 한 외과의는 "전공의나 의대생의 문제제기가 틀렸다고 어느 의사가 말할 수 있나"라며 "처음에는 정부가 기피과나 공공의료를 확충한다고 해서 사람이 더 많아질까라는 기대도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시민단체 선발 등 일련의 정부 정책을 바라면서 기대를 접은 지 오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2020-08-29 05:45:59병·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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