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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대 고창섭 총장vs배장환 전 비대위원장 '청문회 썰전'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이번 의과대학 증원 정책으로 정원이 4배가량 증가한 충북의대의 고창섭 총장과 배장환 전 충북의대비대위원장이 의대증원으로 인한 의과대학 교육 질 저하를 두고 극심한 의견차를 보였다.이들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교육위원회가 16일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관련해 개최한 연석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했다.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준혁 위원(더불어민주당)은 배장환 전 충북의대비대위원장을 향해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증원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이번 의과대학 증원 정책으로 정원이 4배가량 증가한 충북의대의 고창섭 총장과 배장환 전 충북의대비대위원장의 극심한 의견차를 보였다.이에 배장환 전 비대위원장은 "모든 과정이 잘못됐다"고 답했다.특히 배 전 비대위원장은 급격한 의대 증원으로 인한 시설 및 교수 부족으로 의과대학 학생들이 학습권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라 우려했다.배장환 전 비대위원장은 "의대증원이 발생하면 일부 학생들은 해부의 카데바가 어떤 것인지 보이지도 않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는 "현재 실습인원인 6~8명은 적정 수준이 아니라 최대한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1~2명만 더 늘어도 뒤에 있는 학생들은 조직 구조를 구경도 못하고 실습이 끝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어 "정부는 열심히 준비한다고 얘기하지만 계획을 들어봐도 현재 의료시설이나 교지, 학생 1인당 면적, 학생 1인당 교수 수 모두 후퇴할 것으로 절대로 전진할 수 없는 구조"라고 비판했다.또한 그는 "교육부와 총장은 1학년은 예과과정이기 때문에 내년부터 강의실 증설을 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예과과정조차도 학점의 3분의 2 정도가 필수과목"이라며 "어느 대학에 가도 200명 학생을 모아 두고 강의를 하는 경우는 없다"고 강조했다.배 전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국립의대 전임교수 1000명 증원과 관련해서도 "이는 신규 인력을 발령하는 것이 아니고 기존의 병원 돈으로 발령됐던 기금교수를 전임교수로 옮기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교수 숫자는 똑같고 직급 변경만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이어 "그다음에는 병원에서 새로운 교수 1000명을 증원해야 늘어나는 것이지만 그에 대한 대비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새로운 교수를 갖다가 내년에 1000명을 새로 뽑는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고창섭 총장 "기금교수 17명뿐, 전임교수 150여명 충원 계획"하지만 충북대 고창섭 총장은 배 전 비대위원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고 총장은 "우리병원의 기금교수는 17명뿐"이라며 "이들을 학교 교수로 발령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는 교수 150여명 충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또한 그는 "학교는 당초 증원을 신청하면서 200명을 한 강의실에서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계획한 바 없다"며 "2027년 3월 본과 1학년이 시작되는 시점에 맞춰 해부학실험과 종합실험실 등을 보강해 120명 기준으로 2개 반을 편성해 실습을 진행하겠다고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고 총장은 "200명은 한 강의실에서 수업하겠다는 것은 학교 본부가 아닌 의과대학 주장"이라며 "이에 본부는 기록지에 누가 200명 한 강의실을 고집했는지 분명히 기록으로 남겨 달라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2024-08-16 15:07:47정책

의대 실습도 3D 프린터 시대…수술 모델 개발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최근 의학 분야에서도 접목되기 시작한 3D 프린팅 기술이 의과대학으로도 스며들고 있다. 의대 실습을 3D 프린터로 진행하는 시대가 열린 것.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백정환 교수팀은 최근 CT와 3D 프린터를 이용한 해부 실습용 3D 측두골 모델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측두골은 사람 머리에서 귀 바로 위에 자리한 관자뼈 주변을 뜻하며 의사들이 복잡한 귓속 구조물을 피해 안전하게 수술하려면 측두골의 해부학적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중이염 수술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측두골 해부학 실습 여건은 녹록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비인후과 의사가 되기 위한 필수 과정이지만 시신 기증이 적은 탓에 1년에 겨우 1~2차례 정도만 실습이 가능하기 때문에 충분한 경험을 쌓기가 어렵다. 백 교수팀이 만든 3D 측두골 모델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향후 측두골 해부학 실습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백 교수팀의 3D 측두골 모델은 실제 사람과 마찬가지로 복잡다변한 측두골 내 구조와 수술시 주의가 필요한 혈관과 신경은 물론 뼈의 질감까지 구현해 큰 호평을 얻고 있다. 최근 열린 제90차 대한이비인후과 학술대회에서 공개된 3D 측두골 모델은 베스트 포스터 프레젠테이션상(Best Poster Presentation Award)을 받기도 했다. 또한 해부실습 상용화에 앞서 3D 측두골 모델의 평가 및 보완사항이 있는지를 알아 보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인체맞춤형 치료물 제작기반 구축 사업과 함께 지난 22일 실시된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의료진의 1차 평가 실습에서도 호평이 쏟아졌다. 오는 6월 24일 각 대학병원의 이과 전문가의 2차 평가가 끝나면 실용화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백정환 교수는 "많은 의사들이 충분한 경험을 쌓고 숙련도를 높이면 결국 환자들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며 "측두골 모델 이외에도 다양한 수술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모델들을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개발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2016-05-30 11:49:15병·의원

성형외과 아침은 매일같이 드레싱 전쟁

메디칼타임즈=박성우 드레싱 전쟁 의학 용어 중 한글로 바꾸면 어색한 말들이 많은데 드레싱이라는 단어가 그렇다. 드레싱은 수술 부위, 상처 등 필요한 부위에 소독을 하고 적당한 물품을 이용해 밀봉하여 감염을 막고 치유를 돕는 술기를 일컫는다. 나는 드레싱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궁금했다. 드레스는 여성들이 입는 옷의 종류인데 드레싱이 옷을 입히는 것이니 의학적 견지에서 옷을 입히는 과정일까 싶었다. 마치 샐러드를 만들 때 야채 위에 뿌리는 소스를 드레싱이라 일컫듯 말이다. 인턴 근무 초반에 "환자분 드레싱 좀 할게요"라고 하면 환자가 무슨 말인지 모를까 싶어서 "환자분 상처 소독 좀 할 게요" 라고 이야기했다. 생각해보면 소독도 하고 다른 추가적인 일도 하니 소독보다는 좀 더 광범위한 의미의 드레싱이 맞는 말이었다. 대부분의 과에서 드레싱은 인턴의 몫이다. 중심정맥관, 가슴관, 담도배액관 등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각종 관들 및 욕창, 상처, 물집 등의 상처들에 대한 드레싱도 주로 인턴들이 한다. 하지만 성형외과의 경우 드레싱 자체가 치료에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에 전공의들이 직접 한다. 창상 치유에 전문화된 영역이어서 병동 입원 환자와 타과 의뢰 환자 모두 특별한 관리가 필요했다. 다른 과에서 해결되지 않는 상처들은 다 성형외과로 오는 것 같았다. 다리 전체를 소독하고 거즈를 대고 붕대를 감아야 하는 환자들도 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엉덩이에 깊은 욕창을 드레싱하려면 낑낑거리며 환자의 체위를 이리저리 변경해야 한다. 반창고를 붙이듯 스윽 하는 간단한 드레싱은 기대하기 힘들다. 본원에는 화상 환자들을 치료하지 않았는데, 화상 전문병원에서 전신 화상 환자를 드레싱하려면 1시간은 족히 걸린다고 한다. 아침마다 성형외과 병동에서는 드레싱 전쟁이 일어난다. 아침 6시부터 시작해서 1시간 넘게 전공의 선생님들과 인턴 3명이 들러붙어 정신없이 진행된다. 한 명은 다리를 받치고 있고 또 다른 한 명은 사진을 찍고 있다. 한명은 드레싱이 끝난 환자를 병실로 모셔다 드리고 다음 환자를 처치실로 이동시켜 드레싱을 준비한다. 아침마다 드레싱 전쟁을 치루고 나면 큰일을 하고 운을 떼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고약한 고름 냄새도 살이 썩은 냄새도 익숙하지 않았다. 움푹 파여 근육이 훤히 보이는 상처들, 감각이 저하된 당뇨환자의 족부 궤양은 죽은 조직을 박박 긁어내고 나면 밑에서 빨간 피가 송송 맺힌다. 과연 상처가 나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지난 3주 동안 환자들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고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하는 것은 보았다. ‘온 병원의 상처를 보러 다니는' 성형외과 일도 의미가 있었다. 명성에 걸맞을 정도로 힘들었던 성형외과 인턴이었기에 시간이 흐른다는 걸 느끼지 못했다. 해부실습 준비를 위해 병원에서 잠시 나와 의과대학 건물로 향하는 사이 잠시 여름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서늘한 수술실 안에서 지내느라 느낄 수 없었던 2011년의 여름. 곧 지하 2층 해부 실습실에 가서 준비를 해야 했지만 매미 우는 소리마저 반가웠다. [36]편으로 이어집니다. ※본문에 나오는 '서젼(surgeon, 외과의)'을 비롯한 기타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저서 '인턴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2016-05-25 05:00:30오피니언
기획

"해부학 교수 가운데 아나토미 전공은 없다"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 의사에게 해부학을 질문한다 어느해보다 따뜻한 올 겨울. 달콤한 동면기에 젖어있던 의대생들이 3월 개강의 시작종을 준비하며 기지개를 펴고 있다. 특히 예과를 마친 학생들은(의학전문대학원 1년차 해당) 의사가 되기 위한 본격적인 과정에 입문하는 4년간의 고행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중 본과 교육의 첫 과정인 ‘해부학’(Anatomy)은 매년 그랬듯이 예비의사에게 커다란 산으로 다가가고 있다. 모든 의사에게 잊을 수 없는 과정이자 지워지지 않은 불안감과 긴장, 희열을 가져다 준 학문인 ‘해부학’이 의학계에 던지는 질문은 무엇일까. 의대생을 가르치는 교수들의 시간여행을 통해 의사에게 각인되어 있는 해부학의 의미와 중요성 그리고 풀어야할 과제를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①지워지지 않은 추억 '해부학' ②해부실습 현장에 가다 ③진화중인 해부학, 교육론 '변화' -------------------------------------------- 해부학 교수 중 해부학을 연구하는 학자는 거의 없다. 서울의대에 전시된 유골의 모습, 수 십 년째 답보상태에 머물던 해부학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서양의학 도입으로 해부학이 한국에 첫 발을 내딪지 100년이 지나지 않은 현재 해부학계는 교육이냐, 연구냐 아니면 이를 병행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에 빠져있다. 해부학교실 교수 대부분이 해부학이 아닌 신경학, 면역학 등 학문명과 동떨어진 세부전공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서울의대 해부학 교수 9명 중 1~2명만이 해부학과 직접 연관된 세부전공을 하고 있을 뿐 나머지 교수들은 개별적 관심사를 연구하는 변형된 분과 제도의 양상을 띄고 있다. 본과 첫 학생교육으로 의학의 관문이자 영원히 풀어야할 숙제로 인식된 해부학이 왜 이런 문제점을 안고 있을까. 여기에는 수 천 년 거슬러 올라가는 해부학의 장구한 역사속에 해부학은 이미 파헤쳐지고 해부당해 더 이상 세간의 관심을 끌 수 없다는 학계의 자괴감이 내포되어 있다. 서울의대 해부학 모 교수는 “왜 해부학을 선택했냐구요? 글쎄, 마땅히 전공할 게 없어서..”라며 “해부학 내부에서도 교육기능으로 만족할 것인가, 연구기능을 보강할 것인가를 놓고 매번 논의하고 있다”고 말해 해부학 교수들이 느끼는 고민을 내비쳤다. 또 다른 교수는 “해부학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지 논의중이나 연구보다 교육에 집중하는 양상을 띄게 될 것”이라고 전하고 “해부학계는 최근 전국 의과대학에서 실행중인 해부학 교육실태를 파악해 실습과정이나 평가의 표준화를 모색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과거와 다른 해부학의 추세를 피력했다. 진료를 위한 통합적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해부학 교과서에 실린 다리 해부 모식도. 죽은자로 시작하는 의학교육 올바른가? 임상과 교수진도 해부학의 한계와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이다. 서울대병원 내과 중견 교수는 “살아있는 인간을 진찰하고 치료하는 의사가 학생시절 처음 접하는 환자가 죽은 환자인 ‘카데바’라는게 아이러니 하다”며 “인간을 오래 살게 하는게 최종목표인 의사의 시작을 죽은자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은 해부학이 고민해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캐나다 유명 의과대학은 학생의 첫 실습교육에서 교통사고나 총상을 입은 환자의 모습을 담은 시청각 교육을 실시하는 등 살아있는 환자를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고 말하고 “해부실습이 예비의사에게 던지는 물음과 고민은 크나 환자중심으로 변하는 진료패턴과 시스템을 적응할 수 있는 교육방법이 강구돼야 할 것으로 본다”며 새로운 접근을 주문했다. 또 다른 내과 교수는 “해부학의 선구자인 이탈리아 베잘리우스는 공동묘지 시체를 이용해 해부학을 연구했으며 로마시대 의사들은 검투사간 경기에서 패해 사형당한 검투사의 시신을 직접 실습용으로 사용하는 등 지난 300년간 해부학이 의학을 주도해왔다”며 “지금 의학교육 과정도 해부학에서 출발해 생리학, 생화학으로 발전해 나간 의학의 역사와 동일 선상에서 차례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해부는 인체를 부분으로 보나 의사는 환자 머리에서 발끝까지 전체를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해부학이 의사들에게 주는 의미는 크나 진료현장에서 익힌 학문을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키지 못했다”며 통합론에 기초한 해부학 교육방법을 제언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해부학을 암기과목에 불과하다고 격하시키는 의사도 있으나 인체암기가 의사에게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며 “오랜 진료경험을 통해 환자가 내원하면 얼굴만 보고 어디가 아프고, 어느정도 경과했는지 진단할 수 있는 것에는 해부학에서 배운 인체기능과 명칭이 크게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서울대병원 외과 모 교수는 “매일 수술이 생활화되다 보니 과거에 배운 해부학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하고 “현대 외과학은 단순한 해부학 차원을 넘어 수술적 접근법에 기반을 둔 치료에 심혈을 기울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부학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해부학의 원서 교재와 국문 교과서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해부학의 대표적인 영어 교재. "외과계 방식의 수술적 해부법 접목해야" 성형외과 교수도 “해부학 실습을 단순한 인체용어와 기능 암기로 국한하지 말고 외과계 교수들이 참가해 수술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절개하고 어떻게 접근하는가라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강의가 필요하다”며 “모든 외과책의 책머리는 해부를 시작으로 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학문이나 이를 어떻게 가르쳐 의사로 육성시킬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교수는 이어 “국문으로 변화된 해부학용어는 진료현장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전하고 “해부학자만의 만족감을 위해 인체 명칭을 국문으로 사용한지 모르나 수술실과 검사실 등 긴박감 넘치는 현장에서 한글로 된 인체명으로 사용하는 대학병원은 한 군데도 없다”며 한글 용어변경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진료과 교수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기초학문으로써 해부학을 바라보는 정부와 의학계의 시선이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대 경우, 전체 대학원생 30여명 중 M.D는 1~2명에 불과할 뿐 나머지는 자연계를 전공한 Ph.D로 구성되어 있어 향후 교수진 배출시 의사출신을 찾아보기가 거의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변화하는 의료환경속에서 과거의 구태인 해부학의 교육방법을 개선시켜야 한다는데 동의하나 개념적 변화를 요구하는 내과계와 수술중심의 교육적용을 주장하는 외과계의 시각차를 해부학계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지켜볼 일이다.
2007-02-09 06:42:10병·의원

카데바와 포르말린 향...짧지만 길었던 120분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 기증된 시신의 유골을 모신 곳과 서울의대 해부실습실 및 해부중인 모습.(사진 위쪽부터) 의사에게 해부학을 질문한다 ---------------- ①지워지지 않은 추억 '해부학' ②해부실습 현장에 가다 ③진화중인 해부학, 교육론 '변화' ------------------------------ 2007년 1월 25일 오후 3시 서울의대 해부학교실의 협조를 받아 의학전문지 기자로서는 처음으로 해부실습장에 발을 내디뎠다. 3월초 개강을 앞두고 학생교육을 준비중인 해부학 조교들의 실습교육을 참관한 기자에게 2시간의 취재는 짧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날 실습은 황영일 교수의 지도아래 강재승 조교수를 중심으로 박유현(여·29세, 동물자원과 전공), 김선미(여·25, 생물공학), 김혜민(여·26, 유전공학), 김성진(남·29, 생명과학) 등 조교 4명이 '카데바'(cadaver. 실습용 시신)에 대한 다리 해부로 시작됐다. 이들 조교들은 3월 첫째주에 열리는 본과 1학년 실습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이번달까지 매주 두 차례씩 4~5시간 동안 해부 실습을 시행하고 있는 상태이다. 실습용 가운과 장갑, 마스크를 착용한 조교들은 40~50대로 추정되는 골격이 장대한 남성의 카데바를 실습교재로 다리 조직과 엉덩이 조직을 해부용 매스와 가위로 조금씩 절개하며 조직 하나하나를 분리해나갔다. 학생들의 실습과 동일하게 4명이 한 팀을 이뤄 1명은 카데바 옆에 탁자를 놓고 해부실습지침서(국문)에 적힌 해부순서를 읽어나갔으며 2명은 이에 맞춰 해부를, 1명은 카데바를 잡고 해부에 요구되는 자세잡기와 고정하기 등 각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4명 1팀, 해부용 매스·가위로 '절개' 시신 기증 후 포르말린 용액이 혈관에 투여된 카데바는 냉동실에 보관된 후 실습실로 이동돼 핏기가 전혀 없는 검고 노란 피부색을 보여 불안감을 느끼게 했다.(다행히 다리해부인지라 천으로 얼굴을 가린 상태로 진행돼 궁금하기도 했지만 카데바의 얼굴이 잔상에 남지 않았다) 황영일 교수와 함께 조금 늦게 도착해 이미 해부 실습이 진행중인 상태여서 그런지 카데바는 뒤로 돌아 눕은 자세로 발목에서 시작해 종아리와 허벅지에 이어 엉덩이 부분으로 해부해가는 과정이었다. 냉동된 카데바의 피부에 이어 조직을 한꺼풀, 한꺼풀 벗겨낼 때마다 유관으로 비친 검은색에서 분홍빛으로 변모하며 인체의 신비를 조금씩 알려주기 시작했다. 조교들이라고 해도 해부가 말처럼 쉽지 않아 보였다. 고관절인 ‘넙다리뼈 머리’를 해부하기 위해 조교들은 강재승 조교수와 함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때까지 다양한 방법의 접근법을 시도했지만 좀처럼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했다. 이를 지켜보던 황영일 교수가 조언자에서 자세를 바꿔 실습용 장갑을 끼고 다리 근육의 움직임을 체크하면서 조교들에게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자 1~2분간 지속된 매스와 가위질 끝에 새하얀 고관절인 ‘넙다리뼈 머리’(기자가 정형외과 교수연구실에서 본 모형과 동일한 모습이었다)가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들 ‘와’하는 기쁨의 탄성을 질렀다. 25개의 실습대를 갖춘 서울의대 해부 실습실은 지난해부터 학생들의 집중도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카메라를 이용해 해부장면을 칠판에 위치한 스크린과 벽에 달린 대형 TV로 연결하는 교육방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날도 조교들의 손놀림이나 카데바의 위치 등 모든 해부 과정을 스크린에 연결해 확대된 영상을 보여주며 실습을 진행했다. 시간경과로 긴장감 '고조'...근육과 신경 드러나 지난해 선발된 대부분의 조교들은 1년 동안 실습과정을 거쳤으나 일부 서투른 모습을 보여 실습 50분 경과시점에서 해부중인 오른쪽 다리를 아예 절단해 가벼운 상태(?)로 해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시간이 경과하자 냉동된 카데바가 해부중인 부분을 중심으로 녹아내리기 시작하면서 포르말린 용액과 지방질이 실습대 앞으로 흘려내려 조교들의 긴장을 더욱 높였다.(시간이 지날수록 상호간의 말수가 줄어들며 해부과정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발목에서 허벅지로 이어지는 오금근 힘줄, 박막근, 넙다리 두갈래근 등 다양한 힘줄을 일일이 해부해 확인하는 과정은 인체속에 숨어있는 근육과 신경의 신비로움을 확인시켜준 광경이었다. 황영일 교수는 조교들에게 “학생들의 실습과정 교육시 명칭 암기식의 무조건적인 해부가 아니라 각 기관이 어떤 움직임을 하는지, 어떤 기능을 하는지 개념을 알고 인체를 이해할 수 있게 도움을 줘야 한다”며 실습 조교의 교육자세를 강조했다. 해부실습 2시간이 지나자 조교들의 가운은 수 백 번 반복된 해부용 매스와 가위질에 집중된 노동력과 긴장감으로 얼굴과 가운 모두 흥건히 젖은 모습을 보였다. 이날 처음으로 카데바의 해부과정을 지켜본 본 기자는 실습실을 나오면서 해부과정을 놓치지 않으려 취재수첩을 빼꼭히 적어나간 정신없던 실습시간에 대한 긴 여운과 함께 포르말린 냄새에 대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b1#
2007-02-08 07:12:16병·의원
기획

본과시절 첫 경험, '땡시험'을 기억하십니까

메디칼타임즈=이창진 기자 의사에게 해부학을 질문한다 어느해보다 따뜻한 올 겨울. 달콤한 동면기에 젖어있던 의대생들이 3월 개강의 시작종을 준비하며 기지개를 펴고 있다. 특히 예과를 마친 학생들은(의학전문대학원 1년차 해당) 의사가 되기 위한 본격적인 과정에 입문하는 4년간의 고행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중 본과 교육의 첫 과정인 ‘해부학’(Anatomy)은 매년 그랬듯이 예비의사에게 커다란 산으로 다가가고 있다. 모든 의사에게 잊을 수 없는 과정이자 지워지지 않은 불안감과 긴장, 희열을 가져다 준 학문인 ‘해부학’이 의학계에 던지는 질문은 무엇일까. 의대생을 가르치는 교수들의 시간여행을 통해 의사에게 각인되어 있는 해부학의 의미와 중요성 그리고 풀어야할 과제를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①지워지지 않은 추억 '해부학' ②해부실습 현장에 가다...동행취재 ③진화중인 해부학, 교육론 '변화' -------------------------------------------- 의사들에게 학생시절 해부실습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최근 들어 TV 드라마로 의학소재의 메디컬드라마가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모든 드라마나 영화에 빠지는 않은 의사가 기존 엑스트라에서 주인공으로 국민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과거 의학드라마가 응급실과 앰블런스에 불과한 소품 수준에 불과했다면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는 거대하고 섬세한 수술장의 모습과 의사의 땀방울, 여기에 의사사회의 이면을 대학병원이라는 웅장한 스케일 속에서 인간미를 가미해 녹여내고 있다. 그러나 방송사들의 이같은 새로운 시도에 일반 시청자들은 탄성을 보낼지 모르나 의사들은 드라마 소재로 의사가 채택됐다는데 위안을 삼으면서도 브라운관에 비친 자신들의 모습이 의사의 참모습을 담아내는 ‘오마주’(hommage, ‘존경’의 프랑스어)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바랄지도 모른다. 의사의 모습이 과거 선망의 대상에서 일반 직업명으로 회자되고 있는 오늘날, 모든 의사들에게 잊혀지지 않은 본과생 시절 교육과정은 단연 '해부학'(Anatomy)일 것이다. 내과부터 외과, 영상의학과 등 모든 임상의사에게 해부학은 어떤 의미로 기억되고 있을까. 실습대에 놓여진 카데바(cadaver, 실습용시신)의 모습과 포르말린 냄새로 상징되는 해부학은 시니어 교수에게도 선명히 기억되는 예비의사로의 첫 걸음이다. 이대 동대문병원 신경외과 박동빈 교수(62, 고려의대졸)는 “해부학요? 당연히 ‘땡 시험’이죠”라며 기자에게는 생소한 단어인 ‘땡시험’을 설명했다. 해부학 실습시간은 많은 의사들에게 인체의 신비와 경외감을 느끼게 했다. 사진은 신체 모형도. 의사되기 위한 '필수과정' 땡 시험은 해부학 실습시험을 일컫는 의대생간 용어로 실습대에 놓여진 각 인체 부위별 50가지 구조물의 명칭과 기능을 30초마다 ‘땡’ 소리와 함께 이동하며 풀어야 해서 붙여진 별칭이라는 것. 박동빈 교수는 “본과 1학년인 1968년 유신시절, 한일회담으로 학생들의 잇따른 집회가 이어지면서 11월에 실시될 해부 실습시험이 연기돼 (눈이 많이 내린)그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서울의대 해부 실습실(현 서울의대본관)에서 땡 시험을 본 기억이 난다”며 “그 때 해부학의 마지막 과정인 브레인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어 너무도 기분이 좋아 졸업 후 신경외과를 선택하게 된 것 같다”고 말해 40년전 해부실습의 기억을 또렷하게 그려냈다. 박 교수는 “과거에는 행려환자의 사체가 많아 카데바 4구 중 1구가 행려환자일 정도로 해부 실습에 풍족함(?)을 느낄 정도였다”고 전하고 “시신에 대한 묵념과 함께 팔과 다리를 면도 후 해부에 들어간 첫 실습시간은 여학생과 일부 남학생까지 긴장감과 두려움으로 쓰러지는 일들이 많았다”며 해부학에 대한 추억과 감회를 피력했다. 칼을 들지 않은 진료과 의사에게 해부학이 지닌 추억과 의미는 무엇일까.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용태 교수(50)는 “해부학하면 떠오르는 것이 하나로 딱 잡히지는 않는다”고 언급하고 “실습 첫 시간부터 팔, 복부, 다리, 머리 등 실습 과정에서 시험까지 모든 순간이 영화 필름처럼 머릿속에서 한꺼번에 스쳐 지나간다”며 해부학의 느낌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김용태 교수는 이어 “눈이 시릴 정도의 포르말린 냄새와 사람을 해부해야 한다는 생각에 역하고 힘든 생각이 들지만 실습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학생들이 자연스러워지고 일상생활처럼 느꼈다”며 “나중에는 해부학이 지닌 불안감과 긴장감이 인체에 대한 신비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같은 병원 진단방사선과 최병인 교수(58)는 “특별한 종교를 갖고 있지 않으나 본과 1학년 해부실습에서 느낀 점은 인간을 창조해낸 조물주에 대한 경외심 이었다”고 회상하고 “근육과 신경, 뼈, 피부, 장기 등 모든 신체 구조들이 어쩌면 이렇게 섬세하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 교수로 성장한 지금 생각해도 첨단과학으로도 풀 수 없는 오묘함이 숨어있다”며 학생시절 실습과정에서 다가온 새로운 세계에 대한 소감을 피력했다. 기증자의 이름과 사연이 적혀있는 서울의대 해부 실습실에 놓여있는 유골의 모습. "해부학은 의사에게 동반자 역할" 그렇다면, 일반 진료과와 달리 진료현장에서 해부를 통한 치료를 하고 있는 외과계 의사들은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을까. 서울대병원 외과 노동영 교수(52)는 “해부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실습과정보다 수 천 개의 인체용어를 빠른 시간내 모두 외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다”며 “실습교재와 의학사전을 놓고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암기를 반복했던 기억이 떠올라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고 말해 유방암 외과의로 변모한 교수에게 해부학은 긴장감이 아닌 용어암기 과정으로 희석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와 달리 성형외과 민경원 교수(56)는 “해부학이 의사에게 던지는 의미는 교수인 지금도 뗄 수 없는 큰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전하고 “의과대학에서 수 십 년째 반복되는 ‘땡 시험’을 이상하게 여길지 모르나 지금도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위해 시간싸움을 하고 있다”며 의사의 정확하고 신속한 판단에 숨은 공로자인 해부학을 높게 평가했다. 인터뷰에 응한 서울대병원 교수진 모두가 해부학의 중요성에는 공감대를 표했으나 진료과에 따라 해부학이 주는 이미지와 시사점은 사뭇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에 대해 내과 김성권 교수(59)는 “해부학의 첫 느낌은 포르말린 냄새로 시작되나 의사가 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큰 산이라는 깨달음”이라며 “본과생부터 교수직인 현재까지 해부학은 훌룡한 의사로 거듭나기 위해 배울게 많음을 가르쳐준 학문”이라고 피력했다. 서울의대 해부학교실 황영일 교수(50)는 “해부학은 인체구조를 공부하는 화학의 주기율표와 같아 의학에 바탕이 되는 학문”이라고 설명하고 “일부 의사에게는 과거의 추억이나 단순 암기과목으로 기억될지 모르나 해부학은 환자 진료를 위한 모든 의사에게는 학생 때나 지금이나 동반자로 발전해야 할 불가분의 관계”라며 해부학이 지난 의미를 강조했다.
2007-02-07 06:52:22병·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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