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전공의 때보다 더 힘든 것 같다. 이대로 가다가는 몇 달안에 선배 교수들 중에 누군가 쓰러지지는 않을지…"
지방의 한 대학병원 비뇨기과 교수가 근황을 전하며 건넨 첫 마디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씩 꾸는 악몽이 재입대 듯 전문의들에게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 있다면 바로 전공의 1~2년차일테다.
밀려드는 업무에 늘 부족한 수면시간. 잠시 눈을 붙이려 하면 여기저기서 울려대는 호출로 비몽사몽인채 1~2년을 버텨야 하는 그 시간은 전문의들에게 악몽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이제 흰머리가 자연스러운 시니어 교수가 꺼내놓은 전공의 때보다 더 힘들다는 말은 무게감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실제로 그의 생활은 전공의 시절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일주일에 3일은 외래 진료를 보고 2일은 수술방에서 나오지 못한다.
주말에는 토요진료에 나서야 하고 주중에 하루, 운이 안좋은 경우에는 이틀씩 당직을 서고 있다. 해서 당직을 서는 날에는 한두시간 자리에서 눈을 붙이고 또 다시 밀려드는 환자들을 진료하는 것이 그의 일상이다. 퇴근 후에 온콜, 즉 호출을 받는 것도 이제는 일상다반사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모두가 알고 있다. 바로 전공의가 없기 때문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때우듯 교수가 전공의 업무를 하며 1인 2역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교수들이 전국에 즐비하게 널려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비뇨기과 전공의 충원율은 29%에 불과하다. 쉽게 말해 수련병원 10곳 중 3곳만 겨우 전공의를 받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며 비뇨기 질환 환자들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교수 혼자 진료와 수술, 당직과 병동 관리까지 하는 것도 이제는 한계다. 비뇨기과 의사들이 날마다 단발마를 내는 이유다.
사실 이러한 단말마는 비단 비뇨기과에서만 냈던 것이 아니다. 흉부외과와 외과, 산부인과에서도 같은 비명이 들려온 적이 있었다.
그 비명을 외면한지 십수년. 흉부외과와 외과, 산부인과는 지원 기피과로 커다란 낙인이 찍혔고 결국 수술할 의사가 없어 환자들은 이리저리 전원을 계속하며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 분만할 병원이 없어 차를 타고 1시간 여를 달려야 하는 것도 이제는 흔하디 흔한 일이다.
결국 여론에 밀린 정부가 서둘러 분만 산부인과 지원책을 내놓고 수가를 최대 100%씩 인상하며 전공의 확보에 나섰지만 이미 곤두박질 친 그래프는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널판지 하나로도 고칠 수 있었던 외양간을 수십년간 방치하고 나니 이제 와서 티타늄 합판을 들고와 외양간을 고쳐도 외양간에 넣을 소가 없는 셈이다.
천만 다행인 것은 그나마 비뇨기과 외양간에는 아직 소가 남아있다는 점이다. 비록 널판지 하나로 고칠 수 있는 시점은 놓쳤지만 지금이라도 망치질을 서두르면 몇 마리라도 소를 지킬 수 있다는 의미다.
널판지를 들고 망설이는 지금도 지천명을 넘은 교수들이 육탄 방어로 나가는 소를 막아내고 있다. 전공의 같은 생활을 감내하며 구축한 이들의 방어선이 뚤리기 전에 주판을 놓고 망치를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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