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의 심부전 환자가 독감 백신을 접종하면, 치매 위험과 입원율이 줄어든다는 최신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22일 이탈리아 플로랭스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ESC) 산하 심부전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두 건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계절성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한 70세 이상의 심부전 환자에선 그 효과가 더 컸다.
해당 인원에서 독감 백신 접종 경험이 적어도 3회 이상인 경우, 치매로 진행할 확률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
여기엔 대규모 아시아인종을 대상으로 한 장기간 관찰연구도 포함돼 있어 기대를 모은다.
대만, 12년 2만여명 관찰…70세·접종 3회 이상
대만에서 2만명 이상의 만성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첫 연구결과에선, 백신을 전혀 접종하지 않은 환자에 비해 치매의 진행 위험이 35% 낮아졌다. 이들은 최소 한 번 백신 접종을 한 경우였다.
세 번 이상 접종한 70세 이상의 고령 환자에서는 치매 위험도가 55%까지 떨어졌다.
즉, 백신 접종이 늘수록 독감 예방효과에 더해 치매의 발생 위험까지 낮춘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는 2000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12년에 걸쳐 만성 심부전을 진단받은 60세 이상의 고령 환자가 대상이 됐다.
이들 중 9712명은 독감 백신 접종 이력이 단 한 차례도 없었으며, 1만 797명은 적어도 한 번 이상 백신을 접종한 경우였다.
주저자인 대만 타이페이의대 Ju Chi Liu 박사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염증반응은 뇌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으며, 치매로 진행될 수 있다"며 "특히 이러한 염증반응은 심부전 환자에서 뇌의 혈역학적인 장애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영국, 23년간 5만 9000여명 관찰…75세·입원 위험↓
두 번째 연구는 '최신임상연구 세션'에서 공개됐다. 1990년부터 2013년까지 영국에서 시행된 해당 연구에는 5만 9000여명의 심부전 환자의 의무기록이 분석됐다.
대상이 된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75세로 고령이었다.
결과적으로 독감 백신 접종군에선 심혈관질환이 원인이 된 입원율이 30% 줄었다. 또 호흡기감염으로 인한 입원 위험은 16% 감소했으며, 모든 원인에 의한 입원 위험도 4%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저자인 영국 옥스퍼드대학 Kazem Rahimi 박사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심혈관사건에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연쇄반응을 촉발시킬 가능성은 있다"며 "이러한 방아쇠효과(trigger effect)가 백신 접종으로 조절될 수 있다면, 해당 환자의 입원율에 적잖은 영향을 나타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가 근거수준이 높은 무작위비교 연구까지는 아니었지만,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은 입원 예방효과에 강력한 근거가 될 것이란 의견이다.
학계는 "지난 2001년 이후 심부전 환자의 독감 백신 접종이 유의하게 늘고 있는 상황과도 결부된다"며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해당 환자에서 백신 접종은 혜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개정된 유럽 심부전 진료 가이드라인에서도, 고령의 해당 환자에선 독감 백신 접종을 언급하고 있다. 이번 결과는 이에 근거가 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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