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공단을 상대로 6년째 임의비급여 법정 싸움을 하면서도 심평원의 급여인정기준 제정 근거를 공개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최근 승소한 노건웅 원장이 자칫 길거리로 나앉을 처지에 놓였다.
노건웅 원장은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재산명시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접수했다.
재산명시결정이란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법원이 채무자로 하여금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는 재산과 일정기간 안에서 그 재산의 처분 상황을 명시한 재산목록을 제출하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강제집행을 하기 위해 채무자가 재산상태를 공개하도록 하는 절차다.
이 사건은 2005년 복지부가 노건웅 원장이 운영중인 의원에 대한 현지조사에 착수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복지부는 노 원장이 ▲아토피 치료제로 고시되지 않은 주사제 사용 ▲요양급여기준에서 정한 범위를 초과한 검사 등을 하고, 비용을 환자에게 임의비급여했다며 업무정지 1년 처분을 내렸다.
이와 함께 공단은 임의비급여 9억원을 환수하겠다고 노 원장에게 통보했다.
그러자 노 원장은 업무정지, 진료비 환수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또 2005년 12월 건강보험공단에 2009년 12월까지 8억 8천여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어음과 어음공정증서를 발행했다.
이후 시작된 법정싸움은 아직까지 진행중이다.
2006년 7월 서울행정법원은 노 원장에 대한 업무정지, 진료비 환수 처분을 모두 소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업무정지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하면서도 진료비 환수 처분에 대해서는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논란은 진료비 환수 처분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지 않은 시점에서 채권자인 공단이 지난 4일 채무자인 노건웅 원장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재산명시 신청을 하면서 불거졌다.
노 원장은 서울중앙지법이 공단의 신청을 받아들여 재산상태를 명시한 재산 목록을 제출하라고 결정하자 이의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노 원장은 18일 "만약 대법원이 공단의 진료비 환수 처분이 정당하다고 확정판결한다면 그에 따라 환수 절차를 밟으면 되는데 공단이 왜 이 시점에서 굳이 재산명시 신청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노 원장은 "공단이 몇년째 가만히 있다가 느닷없이 이런 조치를 취하는 것은 보복성이 다분하다"고 못 박았다.
노 원장이 행정소송을 청구한 이후 임의비급여 문제는 의료계의 핵심 현안으로 부상했다.
여기에다 노 원장은 지난 2년간 심평원에 아토피 치료제 급여 인정기준 제정 근거를 공개하라고 끈질기게 요구해 왔고, 행정소송까지 벌인 끝에 지난달 정보공개를 하라는 판결까지 얻어냈다.
이렇게 되자 공단이 자신을 압박하기 위해 강제집행이라는 칼을 꺼내든 게 아니냐는 게 노 원장의 판단이다.
그는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급여기준을 초과한 치료를 했고, SCI 논문을 통해 치료효과를 입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예 씨를 말리겠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9억원 환수처분으로 인해 언제 병원 문을 닫을지 모를 상황에 놓여있는데 이런 보복까지 해야 하느냐"고 따졌다.
반면 건강보험공단은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약속어음은 지급기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면 실효하기 때문에 이런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노 원장에게 감정적 대응을 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이 관계자는 "법원이 재산명시 결정을 내리면 노 원장 재산 압류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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