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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 당선자에게 거는 기대와 우려

권용진
발행날짜: 2012-04-30 10:20:15

서울대병원 권용진 교수

전의총을 비롯한 상당수의 회원들이 노환규 당선자를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지만 사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정기대의원 총회 내빈으로 노 당선자가 전면에 나서서 선거운동을 도왔던 문정림 국회의원을 제외하고 정관계 인사 및 심지어 관련단체까지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는 노환규 사단이 일도 시작하기 전에 이미 왕따가 되었음에 대한 심각한 경고가 분명하다. 의사 출신 국회의원들마저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은 실로 치명적이다.

덧붙여 그런 대의원총회의 결정이 더 주목할 만하다. 회장선출 방식의 직선제 전환이나 중앙윤리위원회 구성을 집행부에 위임한 것은 전의총이 입법부(대의원총회), 행정부(의협 집행부), 사법부(윤리위원회)를 모두 접수하는 쿠테타에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만호 집행부에게 감사를 TK에게 의장을 내어주고 일반대의원과 윤리위원회를 취하고 있는 형태다.

노환규 당선자가 기업 경영을 통해 전문가가 되었다는 딜의 기술과 80년대 민주화운동을 하던 시위대를 향해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했고 극우단체가 주최하는 3.1절 대회에 청년대표로 참석했었다는 과거 행적이 이번 쿠테타의 결과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이런 모든 사건들은 현재 의사협회에 새로운 전기가 시작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충분하다. 분명한 것은 전의총이라는 정치세력이 의사협회를 완벽히 점령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처음 있는 것은 아니다. 신상진 회장은 의쟁투 강경 세력들이, 주수호 회장은 민주의사회의 지지를 통해 당선되었었다.

그러나 그들은 대의원총회나 윤리위원회까지 좌지우지 하지는 못했다. 아니 그런 딜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옳다. 그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 분명한 것은 시작도 하기 전에 왕따가 되었다는 것인데 이것도 신상진 집행부의 출범시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파업투쟁 이후 정부와 언론이 사실상 파트너로 인정하기 않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내외부적인 정치적 상황이 악화되어 있지만 비슷한 일은 계속 있어왔다. 지난 12년간 의협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다. 회원들은 김재정 의쟁투 위원장을 시작으로 신상진, 장동익, 주수호, 경만호, 노환규 당선자까지 더 강한 투사를 요구하며 그들의 대리인을 바꿔 왔다.

경만호 회장의 경우는 좀 다르다. ‘투쟁은 이제 그만!’을 외쳤던 보수 세력들의 지지로 당선되었으나 보수의 가치라고 할 수 있는 윤리문제에서 낙제점을 받으며 더 강한 투쟁세력의 등장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노환규 당선자를 지지한 회원들이 노환규호에 거는 기대는 두 가지다. 하나는 지난 12년간 줄기차게 주장했던 의료제도 특히 건강보험 제도의 개선이다. 그 방법은 더 강력한 투쟁이다. 협상은 전문가라고 했으니 알아서 잘 해주리라 믿을 뿐이다.

다른 하나는 윤리적이고 투명한 경영이다. 후자는 개인적인 횡령문제만 없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12년간 많은 회장들이 첫 번째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나쁜 평가를 받았다는 점과 그들 모두 당대 최고로 유능한 사람들로 평가받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들 모두 그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환경과 역사적 한계’를 거스를 수 없었기에 첫 번째 과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번에는 회원들의 참을성이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아마 협상도 잘 한다고 했으니 조금 더 시간이 주어질지 모른다. 사실 노환규 당선자의 공약에 회원들의 참을성을 잠재울만한 특별한 것은 없다.

지금까지 나와 있던 얘기들의 종합선물 세트일 뿐이다. 그러다보니 부분적으로는 공약간의 충돌도 있다. 역대 팀 중에 정책전문가나 전략가가 가장 부족한 팀임에 분명하다.

이런 노환규호가 회원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대부분이 노당선자의 개인기에 의존해야 한다.

상황은 명확하다. 사회가 노환규호를 버렸는지 노환규호가 사회를 버렸는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은 이미 갈라서 있는 것이 분명하다. 노당선자는 의협을 완전히 장악했으나 상당한 개인기를 발휘해서 이미 갈라서 있는 사회를 설득해 정책을 바꿔야만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이대로라면 갈라서 있는 사회를 바꾸고 국민을 설득해 정책을 바꾼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워낙 개인기가 뛰어난 당선자이니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지 기대되기도 한다. 회원들의 기대가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노 당선자의 능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번에는 회원들의 참을성이 분노로 바뀌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본 칼럼은 메디칼타임즈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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