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 씨는 2002년 3월 좌측 대퇴골 원위부 골육종을 치료하기 위해 서울의 S대학병원에 입원했고, 그의 아버지는 입원계약에 사인했다.
그러나 김 씨는 그 해 7월 19일부터 입원 진료비를 내지 않았고, 이런 상황은 그가 퇴원한 2010년 11월까지 이어졌다. 김 씨가 퇴원하면서 체납한 진료비는 무려 1억 3426만원.
김 씨는 왜 입원 진료비를 내지 않았을까?
S대학병원은 2003년 김 씨에게 진료비를 내고 퇴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김 씨는 2003년 6월 서울남부지법에 S대학병원의 손해배상책임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며 맞섰다.
S대학병원이 질병을 치료하기는 커녕 오히려 악화시켰다는 게 김 씨측의 주장이다.
여기다가 김 씨 측은 진료를 담당한 S대학병원 D교수의 의료과실을 주장하면서 매일 그의 집으로 찾아가 시위를 했고, 이런 과정에서 양측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김 씨와 S대학병원의 손해배상소송은 2008년 4월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이어졌고, 재판부는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S대학병원이 김씨를 상대로 진료비 소송에 들어갔다.
S대학병원은 밀린 진료비 1억 3426만원을 모두 받을 수 있을까?
지난해 6월 서울남부지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김 씨는 진료비 1억 3426만원과 마지막 진료행위가 종료된 다음날인 2010년 7월 20일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진료비 채권 소멸시효는 3년"
다만 재판부는 "민법상 의사의 치료에 관한 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못 박았다.
이 사건 소송이 제기된 2011년 7월 22일부터 역산해 3년이 경과한 2008년 7월 22일 이전에 발생한 진료비 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함에 따라 2008년 7월 23일 이후 발생한 진료비 채권 7441만원만 납부하면 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양측은 2심에서 소멸시효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폈다.
S대학병원은 "김 씨는 퇴원할 때까지 진료비 변제를 유예해 달라고 요청해 받아준 것이어서 퇴원 다음 날부터 소멸시효 기간이 진행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S대학병원은 진료비 소송을 제기하자 김 씨가 '생활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병원비 일부를 감해주시고,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해 달라. 추후에 분할 납부하겠다'는 답변서를 제출했다고 환기시켰다.
다시 말해 김 씨측이 진료비 채무를 승인했으므로 설사 소멸시효가 완성됐다 하더라도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최근 S대학병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S대학병원의 진료비 청구에 대해 환자가 퇴원할 때까지 변제기를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하지만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못 박았다.
특히 재판부는 "환자가 낸 답변서의 전체적인 내용은 치료가 완료될 경우에 한해 진료비를 지급할 수 있지만 그와 같은 진료비도 일부 감액해 분할납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이와 같은 환자의 의사표명을 들어 진료비 채무를 환자가 승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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