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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간호등급제인가

발행날짜: 2014-03-06 06:10:53
"가끔 우리 병원 간호부장을 보면 안쓰럽다. 특히 대학병원 간호부장과 비교하면 씁쓸해진다."

얼마 전 만난 모 중소병원장은 간호사 채용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이같이 말했다.

간호사 채용이 수월하다 못해 대기 순번까지 매기는 대학병원과 늘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러야하는 중소병원의 현실을 비교한 것이다.

그는 "대학병원의 간호부장은 간호인력을 채우는데 걱정이 없겠지만, 중소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부장은 간호사 한명이라도 더 끌어오기 위해 애써야 하는 신세"라고 전했다.

그런데 중소병원 간호부장의 고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나마 있는 간호사들이 업무 과부하로 이직하지는 않을까 늘 노심초사 지켜봐야 한다.

특히 간호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어쩔 수 없이 2교대로 당직 근무를 서야하는 중소병원은 더욱 그렇다는 게 병원장의 얘기였다.

수년 째 계속되고 있는 중소병원의 간호인력난은 해결방안이 보이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의외로 상당수의 중소병원장은 이구동성으로 간호등급제만 폐지해도 지금의 심각한 간호인력난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쯤되면 과연 간호등급제가 당초 취지에 맞게 흘러가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앞서 간호등급제는 간호서비스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이에 반대할 의료기관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제도는 현실과 괴리가 크다. 간호사 인력은 제한적이고 대학병원은 더 많은 간호사를 채용하려다 보니 간호인력 수급에 차질이 생겼고 급기야 병원 경영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한다.

일부 의료기관 혹은 특정 직역에 유리한 정책은 결국 의료시장을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

의료전달체계에서 허리역할을 하는 중소병원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현재 제도를 점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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