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전 의협회장이 결국 '가처분 신청'이라는 폭탄을 건드렸다.
노 전 회장이 불신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라는 카드를 들고나오자 임총 결과를 수용할 것을 강조했던
시도의사회의 집단 반발 조짐까지 포착되고 있다.
의료계의 분란을 막고 내부 통합을 위한 '대통합 혁신위원회' 구상 제안이 나온지 불과 이틀. 의료계가 다시 '시계제로'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29일 노 전 회장은 대리인을 통해 오후 3시 서울서부지법에 불신임을 의결한 임총 결의 효력정지가처분 신청과 무효확인 소송을 함께 제기했다.
다만 임병석·방상혁 이사의 불신임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은 빠졌지만 수일내 접수한다는 계획.
노 전 회장은 소송을 통해 정관이 정한 불신임 사유에 자신이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대의원들이 정관을 무시하고 기득권 보호 목적으로 협회장을 탄핵시킬 수 없다는 것을 확인시키고 내부 개혁을 마무리하기 위해 소를 제기했다"면서 "불신임은 회원들의 뜻과 크게 다른 결정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마도 대다수 회원들은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 지금의 혼란에 대해 불편해 할 것"이라면서 "혼란에 대해서는 제게 가장 큰 책임이 있고 이에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꼭 겪어야했던 필요했던 혼란으로 생각한다"면서 "지금의 고통을 이겨내고 반드시 새로운 의협으로 다시 탄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기 무섭게 시도의사회장들의 반발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앞서 정총에서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의협 집행부와 노 전 회장은 3월 30일, 4월 19일의 임총 결과를 수용하라"면서 "의협을 분열시키는 행위 역시 당장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불신임을 의결한 4월 19일 결과를 수용하고 가처분 신청 등 의협을 혼란에 빠뜨리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압박한 것.
이에 모 시도의사회 회장은 "시도의사회는 분란을 막기 위해 대통합 위원회 설치를 통한 정관 개정과 중앙대의원-시도의사회 임원 겸직 금지에 찬성했다"면서 "이렇게 한발 물러섰는데도 가처분 신청으로 혼란을 부추기는 것은 싸우자는 소리밖에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큰 표 차이로 불신임이 통과됐으면 민심을 알아차리고 자중하거나 사과를 해야하는데 계속 분란만 일으키려고 한다"면서 "이런 식이면 정총에서 의결된 대통합 혁신위도 물거품이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노 전 회장이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최후의 수단'을 강구하겠다"면서 "노 전 회장이 만일 회장직에 복귀한다해도 의협 회무에 동참을 거부하는 등 실력행사로 맞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좌), 변영우 대의원회 의장(우)
시계제로 상황…보궐선거·대통합 혁신위·신설 비대위 모조리 '물거품'
가처분 신청의 수용 여부가 판가름 나는데는 걸리는 시간은 통상 한달에서 두달. 만일 노 전 회장의 의협 복귀가 확정되면 의료계는 완전한 '시계 제로'의 상황에 빠져든다.
우선 법원이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6월 18일 이전에 받아들이는 경우 노 전 회장이 회장 직위를 회복하기 때문에 보궐선거는 치러지지 않게 된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는 6월 18일 이후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게 된다면 어렵게 차기 회장을 선출해 놓고도 다시 무위로 돌아간다.
보궐선거뿐만이 아니라 대의원회가 제안한 '대통합 혁신위원회'는 시작도 못해보고 파행의 수순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회장과 대의원회 의장이 공동 위원장을 맡기로 한 까닭에 대의원들이 쫓아낸 회장이 의장과 함께 정관을 개정한다는 웃지못할 상황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 전 회장의 회무 추진에 있어 시도의사회의 반발과 신설 비대위와의 마찰 가능성도 예견되는 부분.
노 전 회장은 "회장이 빠진 비대위 구성 자체가 무효"라며 이미 이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게다가 노 전 회장은 최근까지 회원총회 개최를 통한 대의원 개혁론을 강조한 바 있어 복귀가 예상보다 빨라지는 경우 회원총회 추진과 이로 인한 대의원-집행부간 파국은 피할 수 없게 된다.
가처분 신청은 사실상 의협의 내부 혼란의 재현 여부를 결정하는 '시한 폭탄'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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