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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용어 표준화 작업 "실효성 없는 재정 낭비"

박양명
발행날짜: 2014-08-18 05:33:42

의료계, 청구코드와의 일치여부 한계 지적…"현실성 결여"

정부의 의료용어 통합 작업을 두고 업무 중복에 따른 예산낭비뿐 아니라 실효성도 없다는 의료계의 지적이 높다.

보건복지부는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과 최근 '보건의료 용어표준안'을 공개하고 의료법에 근거해 국가표준으로 고시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건의료 용어표준안은 우리나라 의료기관에서 의무기록 작성에 필요한 포괄적인 용어의 집합체다. 질병, 수술, 검사 등 9개 분야 총 19만3721개 용어가 들어있다.

보건의료 용어표준안 자료구조 예시
국제표준 및 질병사인분류(KCD) 등 국내 표준과 상호 호환을 위해 코드도 부여했다.

이에 대해 업무중복으로 인한 예산낭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의료심사평가 용어 순화 작업을 추진한 바 있다.

심평원은 지난해 하반기 44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의료심사평가 용어순화를 통한 국민접근도 향상 방안 마련'을 주제로 연구용역을 발주해 보고서까지 만들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정부는 정부대로 용어표준집을 만들고 심평원은 의료심사용어만 쉽게 또 따로 정리하겠다고 한다. 국가 재정의 비효율적 지출의 전형적인 예"라고 꼬집었다.

그는 "통계청은 예전부터 국제질병분류를 기준으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작업을 해오고 있었다. 여기서 보건의료 부분만 떼서 보건복지정보개발원에 연구용역을 주고 예산을 배정해 연구하게 하는 것도 비효율"이라고 비판했다.

의료심사평가 용어 순화작업을 진행한 바 있는 심평원 관계자는 보건의료 용어표준작업과는 다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보건의료 용어표준작업은 전문용어를 표준화하는 것이라면 의료심사평가 용어 순화작업은 국민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양기관'이라는 말 대신 '병원'이라고 쓰는 게 국민입장에서 더 쉽다는 것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쉬운 것 몇개라도 바꿔보려고 시작된 것인데 용어가 바뀌는 작업은 건강보험법까지도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라며 "현재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단일보험 상황에서는 필요없는 작업" 비판

의료계는 또 국내 표준과 상호 작용을 하기위해서 부여한 코드가 EDI 코드와도 맞물리는지 않는 등의 이유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있다.

의협 관계자는 "나라마다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용어 표준화 작업은 WHO 주관으로 하는 것이다. 청구코드는 돈을 지불하는 방법론이다. 우리나라처럼 단일보험 상황에서는 이 두가지가 맞물려야 하는 데 그렇지 않으면 (용어표준화)는 필요없는 작업"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의료계의 요구를 100% 반영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청구코드는 비용청구만을 위해서 쓰이는 코드인데 비해 용어표준화는 의사들이 진료기록 등 텍스트로 사용하는 용어를 기반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복지부 의료제도개선팀 관계자는 "청구코드는 우리나라만의 코드라서 100% 반영한다는 건 어렵다"며 "현장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는 용어들을 기준으로 표준화하고 청구코드와 일치시키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용어표준화는 질병통계를 위한 것일 뿐 의료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의협 관계자는 "진단명은 교과서에 나오는 것과 다르다.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용어표준화는 국가단위의 질병통계를 위해 필요하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번 용어표준안이 '사전'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말의 의미는 같은데 표현형식이 다르다. 이를 정리해서 많은 것이 용어표준화안이다. 외국에서는 50년이나 걸린 작업이다. 하루아침에 되는게 아니라 기틀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00% 완벽하다고 장담하지는 못한다. 말그대로 이번 작업은 기본이자 핵심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받아서 꾸준히 업데이트 작업을 거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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