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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사법부 소속인가?

김명성
발행날짜: 2014-12-08 14:06:24

성남 김안과의원 김명성 원장

요즘 의료계 뉴스를 보면 복지부의 주 업무가 의사처벌에 있는 것 같다. 지난 2차 의정협상에서 노인 정액제 개선과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일차의료기관 활성화 대책은 원격진료 실시에 협조해야만 의논하겠다고 의사협회와 흥정대상으로 전락하고, 행정처분심의위원회와 처벌강화법안으로 의사 처벌하는 일에는 사활을 걸고 있다.

리베이트 관련 처벌범위가 정확히 어디까지인지 명확하지 않고, 또 실제 받지 않아도 영업사원이나 제약회사의 증언만으로 다른 증거 없이 경고처분을 하고 있다. 처벌 받지 않으려면 심지어 5-6년 지난 일까지 의사들로 하여금 받지 않았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제출하라고 하고서 소명의 기회를 주었다고 하니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흔히 의료의 공공성과 의사의 도덕성을 거론하는데 현대 사회의 모든 산업이 국민의 생활과 직결돼 있고 국민의 세금과 연관되지 않은 직종이 존재하지 않는다. 공공성과 도덕성을 요구하지 않는 직업이 따로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경제학자들도 의료서비스가 사회전체의 후생을 증대시키므로 공공성이 있다고 한다면 공공성이 없는 재화가 없으며, 배고플 때 빵 한개도 개인의 생산성을 증대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전체의 후생을 증가시킨다고 설명한다.

전 세계 모든 나라에 민주국가와 공산국가를 불문하고 모든 직종에서 뇌물수수가 없는 나라가 없다. 뇌물수수는 부패이므로 당연히 척결돼야 한다. 그러나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의사의 뇌물수수만 따로 검찰에 처벌 팀이 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개업의사 6만여 명에 약 2만 명이 처벌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이 과연 정상인가?

하도급비리와 뇌물수수로 그 금액이 엄청난 건설업계에 대한 건설산업기본법의 처벌조항도 대통령령에 의해 정하게 돼 있고 영업정지시 갈음하는 과징금 부과조항도 있다. 더 나아가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업무에 관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행정처분을 부과하지 않는다(건산법 제82조의 2 제2항).

건설업계 뇌물수수의 처벌기준을 살펴보면 천만원 미만은 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이지만 대개 처음인 경우 사전 경고처분만 한다. 1000만원 이상은 금액에 따라 8개월까지 영업정지 처분이지만 처분기관(관할 지자체)이 50% 범위 내에서 처분기간을 가감할 수 있게 해 놓았다.

건설업자에 대한 처벌조항에 비하면 의료인에 대한 처벌조항은 가히 살인적이다.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경우를 제외한 모든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이 면허자격정지 1년 이하의 처분에 처한다(의료법 제23조의 2). 처벌기준이 복지부령으로 복지부장관의 마음에 달려있으니, 건설업자에게 대통령이 하는 일을 의사에게는 복지부 장관이 하므로 가히 복지부장관은 의사의 대통령인 셈이다.

그 기준도 포지티브 규제로 참으로 후진적이고 공산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조항이다. 개업의사에게는 제품설명회로 식음료(세금 및 봉사료를 제외한 금액으로 1일 10만원 이하로 한정하며, 월 4회 이내만 허용한다) 및 사업자의 회사명 또는 제품명을 기입한 1만원 이하의 판촉물 제공만 가능하다 (의료법시행규칙 [별표 2의3] <신설 2010.12.13.> 허용되는 경제적 이익등의 범위). 영업사원이 가져오는 박카스 한병, 커피한잔 얻어먹어도 처벌하는 규정이다. 한마디로 걸면 걸리는 기준으로 의사가 10만 명이니 마음만 먹으면 매일 얼마든지 의사의 리베이트위반을 잡아낼 수 있다.

과도하게 적용되는 처벌기준이 의사범법자를 양산하는 구조이다. 처벌을 더 강화하는 것으로 결코 리베이트 처벌대상이 줄어들 수 없으므로 유독 의료인에게만 엄격하게 적용된 기준의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 의사 누구도 면허정지를 무릅쓰고 10만원짜리 식사대접과 1만원짜리 판촉물을 받고 싶지 않으므로 아예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병의원 출입을 금지시켜주기 바란다. 판촉물과 견본품은 간단하게 택배로 보내면 되는데 제약회사가 판촉활동을 못한다는 이유로 영업사원의 병의원 출입을 허용하는 것은 잠재적으로 리베이트 사건에 말려들도록 방치하는 것이다.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커브길 도로를 직선화해서 교통사고를 줄일 생각은 않고 교통사고 처벌수위를 높이고, 커브길 속도제한을 더 강화하고, 커브 길에 턱을 만들어 속도를 줄이는 등의 조치가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이제는 의사들의 리베이트 처벌에 대해 헌법에도 없는 도덕성이나 공공성을 들먹거리지 말고 타 직종의 뇌물수수 시 처벌과 같은 기준으로 고치거나,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병의원 출입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보편타당하고 간단한 해결책 대신 처벌강화법안을 만드는 일에만 몰두한다면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을 위한 행정업무보다 의사를 처벌하는 사법부 역할에 더 충실하도록 아예 이름을 보건복지의사처벌부로 개명하기 바란다.



※칼럼의 내용은 메디칼타임즈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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