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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모르는 교수와 전공의, 책임결여 당연"

이창진
발행날짜: 2007-05-24 07:43:43

상이한 임상지침 ‘혼선’초래...'버티면 된다'식 부정론

<긴급진단>병원군별 총정원제 무엇을 남겼나

2002년 전공의 수급 불균형 해소와 질 향상 차원에서 실시된 병원군별 총정원제가 5년간의 시범사업을 마쳐 적용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9개 병원에서 실시된 이번 사업은 전공의 확보와 다양한 임상경험이라는 성과를 도출했으나 소속감과 책임감 저하 등 풀어야할 숙제를 남겼다. 지난 22일 복지부와 병원협회, 가톨릭중앙의료원 주최로 열린 ‘병원군별 총정원제 최종 공청회’ 토의내용을 정리해 총정원제의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의학회 김건상 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솔직한 경험담을 중심으로 총정원제를 세밀히 진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한의학회 김건상 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시범사업을 체험한 가톨릭중앙의료원 원장과 수련부장, 주임교수와 전공의 등 직역 대표와 이 사업을 제안한 이무상 교수 등이 참석해 1시간이 넘게 열띤 토론을 벌였다.

먼저, 가톨릭대 성가병원 김형민 원장은 총정원제에 대한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책임감 결여를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김형민 원장은 “총정원제로 인해 전공의 책임감 문제가 발생한 것은 교실과 주임교수의 역할이 축소된 부분도 크다”고 언급하고 “전공의 확보에 성공했다고는 하나 병원들이 전공의 유치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의문”이라며 순환근무 병원들의 무책임성을 질타했다.

김 원장은 “6개월 순환하는 이번 전공의 교육 방식이 소속감과 책임감 결여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된다”며 “주지도병원이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나 순환근무의 기간을 연장시켜 전공의 소속감을 증가시키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의정부성모병원 권호 수련부장은 “전공의 수련을 위한 지도전문의가 가톨릭중앙의료원에서는 큰 역할이 없었다”고 전하고 “전문의 시험시 지도전문의 평가서와 추천서를 반영하고 인성교육을 강화하면 총정원제에 따른 소속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도전문의 역할 강화를 주장했다.

권호 수련부장은 또한 “이번 시범사업에서 절실했던 것은 복지부와 병협, 학회 등 유관단체의 협조와 참여가 병행돼야 한다는 부분”이라며 “표준화된 교육과 인성 교육을 정립한다면 전공의와 환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형민 원장, 권호 수련부장, 손호영 내과 주임교수(사진 위쪽부터)
"남대문시장 일꾼 방식 총정원제 문제있다"


그렇다면 총정원제라는 새로운 전공의 모집방식을 경험한 진료과 수장의 생각은 어떨까.

내과 손호영 주임교수는 병원별 상이한 임상교육이 전공의 교육에 혼선만 부추겼다며 교육개선을 피력했다.

손호영 주임교수는 “내과 176명의 전공의에 대한 만족도 조사결과, 각 병원별로 순환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며 “여기에는 병원별 상이한 임상진료지침이 적잖게 작용해 전공의들이 수련에 혼선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손호영 주임교수는 따라서 “명확한 진료지침서를 토대로 책임지도병원이나 자문교수제도 등을 도입하면 순환 근무에 따른 전공의 질 향상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하고 “8~9개 분과로 나뉘어진 내과의 특성상 총정원제의 트레이닝에 문제가 상존되어 있으나 수련병원별 통일된 교육방식 등의 제도보완을 실시하면 해볼만한 제도라로 생각된다”며 총정원제 문제점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책을 주문했다.

외과 장석균 주임교수는 생명을 다루는 외과의 특성과 집중도가 떨어지는 순환근무의 문제점을 강력히 성토했다.

장석균 주임교수는 “외과는 전공의에게 일을 시키려는 과가 아니라 사람생명을 가르치는 진료과”라며 “외과 전공의 30% 이상이 중간에 수련을 포기한 부분을 차지하더라도 남대문 시장에서 인꾼을 데려가는 것과 같은 방식의 총정원제는 고난도의 진료과에는 적합하지 않은 수련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장석균 주임교수는 “얼굴과 이름도 모르는 전공의를 대하는 교수들과 개업하면 된다는 식의 전공의 사이에서 책임감을 바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제하고 “스탭의 책임감을 고조시키기 위해서는 병원 고정과 더불어 전공의들의 인식전환도 병행돼야 한다”며 외과계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방식을 주문했다.

교수진와 달리 윤재호 전공의(내과 4년차)는 “총정원제에 대한 솔직한 입장은 긍정적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순환근무로 인해 교수와 전공의 사이의 소속감과 유대감을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재호 전공의는 “9개 병원을 돌아야하는 수련교육은 질적인 부분이나 접근도 차원에서 병원별 적잖은 차이가 있다”고 토로하고 “표준화가 부재한 수련방식은 ‘조금만 버티면 된다’는 식의 사고를 유발시키는 등 부정적 이미지가 크다”며 순회교육에 따른 전공의들의 회의감을 피력했다.

장석균 외과 주임교수, 윤재호 전공의, 이무상 의학교육평가원장(사진 위쪽부터)
"복지부·병협, 의학회 믿고 전공의 전권 맡겨라"


우여곡절 끝에 실시된 총정원제의 제안자인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이무상 교수(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는 지난 5년의 성과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무상 교수는 “가톨릭중앙의료원의 시범사업이 많은 성과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9개 병원의 순환은 너무 많다는 여겨지고 강남성모병원과 성모병원 등 2개 병원으로 순환근무를 했다면 어떻게 변모됐을까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해 과다한 순환근무에 따른 문제제기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특히 이무상 교수는 “가톨릭중앙의료원의 시범사업에서 많은 성과와 개선점이 발견됐으나 총정원제는 전공의 수급과 질 향상을 유도할 수 있는 충분한 모형”이라고 전제하고 “이번 시범사업에 만족하지 말고 의학회 주관으로 1개 전문과목을 채택해 총정원제 시범사업을 확대할 것을 복지부에 긴급히 제안한다”며 총정원제의 진료과 확대를 주창했다.

이 교수는 “소속감과 책임감 결여 등 시범사업에서 나타난 많은 불만은 당연한 결과”라며 “복지부가 더 이상 전공의 평가와 전문의 시험 등 의료인력 규격화를 고집하지 말고 대한의학회에 모든 책임과 역할을 맡기면 현재와 더 개선된 제도가 정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무상 교수는 “총정원제 병원들도 균등화와 균분화에 매몰되지 말고 병원별 능력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고 “의대수를 늘리지 않고 전공의 수급 문제와 질 향상을 꾀하려한다면 의학회를 믿고 복지부와 병협이 지원하는 방안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며 전공의 선발권의 의학회 이전을 강력히 촉구했다.

토론회를 마치며 좌장인 의학회 김건상 회장은 “지난 5년간 실시한 병원군별 총정원제가 성공적이나 개선해야 할 부분도 많이 나타났다”며 “가톨릭중앙의료원이 몸소 체험한 성과를 중심으로 개선점을 찾아나간다면 지금의 전공의 선발이나 수련방식보다 훨씬 효과적인 값진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공의 선발의 신모형인 총정원제의 의미를 높게 평가했다.

총정원제의 지난 5년간 성과를 놓고 ‘거대한 가톨릭중앙의료원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한계론과 ‘지방과 중소병원에 총정원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부정론 등 다양한 분석이 제기돼 전공의 수급난 해결까지 풀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반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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