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교수가 되기 위해, 보다 전문적인 의료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전임의들. 그러나 레지던트보다 못한 수련환경과 저임금, 불안한 미래에 내몰리고 있다. 수련병원 역시 고급 의료인력을 값싸게 이용할 뿐 제도 개선에 나서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메디칼타임즈는 전임의들의 현실을 진단하고, 제도개선방안을 모색한다.
-------------<<<글 싣는 순서>>>------------- <상>전공의보다 못한 값싼 노동자
<중>일용직 신세, 순혈은 또다른 벽
<하>불안한 미래…그래도 꿈은 있다
"전임의가 레지던트 5년차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 오히려 업무량이나 처우는 1년차 보다 못하다고 봐야죠"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근무중인 전임의의 말이다. 교수와 전공의 사이에 위치한 전임의들. 그들은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에 허덕이면서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인내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저임금에 한숨짓는 전임의들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상처"
전임의 A씨는 7일 "동기 봉직의들이 받는 월급의 절반이라도 되면 좋겠다"며 "어머니가 의학박사 월급이 이것밖에 안되냐고 할 때면 정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메디칼타임즈가 만난 대부분의 전임의들은 낮은 임금보다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참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3년차 전임의 A씨는 "3천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고 있는데 이 정도 받아도 중위권 수준"이라면서 "하지만 동기 봉직의들과 비교하면 1/3 수준에 불과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물론 내가 원해서 전임의를 하고 있지만 가끔 가족이나 친지들이 주위 의사들과 비교하는 말을 하면 가슴에 못이 박히는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수련을 받는 진료과가 같다 하더라도 어느 병원에서 근무하느냐에 따라 임금이 천차만별이라는 것도 박탈감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2년째 전임의를 하고 있는 K씨는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대기업계열 병원들과 연봉이 2배 차이가 난다"며 "사실 그 정도 연봉을 받아야 생활이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노동 착취라고 말하는 전임의도 있다.
서울의 유수 대학병원 외과 전임의인 J씨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는데도 월급이라고 해봐야 봉직의의 50% 이하"라면서 "심지어 간호사, 사무직보다도 적어 노동 착취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고백했다.
그나마 유급 전임의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일부 대학병원들은 상당수 무급 전임의를 채용하고 있기 때문. 이들은 의국에서 나오는 교통비 정도로 겨우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K씨는 "일부 유명 대학병원의 경우 전임의 수련을 받고 싶어 하는 전문의들은 넘쳐나자 정원을 늘리고 있다"며 "상당수 전임의들이 무급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학병원들은 해마다 큰 폭으로 전임의를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모대학병원의 전임의를 보면 2007년 239명에서 2008년 255명, 2009년 284명 뽑았다. 이중 무급은 44명, 61명, 79명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또다른 대학병원도 2008년 임상 전임의를 279명 모집했지만 2009년에는 312명으로 크게 늘렸다.
월차·여름휴가는 꿈같은 이야기 "연구할 시간이라도 있었으면"
그렇다면 저임금을 호소하는 전임의들의 수련환경은 어떨까.
월차, 연차를 받고 있냐고 묻자 이들은 허탈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새벽에라도 논문 쓸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하다는 것이다.
외과 전임의 C씨. 그는 3년 동안 단 한번 2박 3일간 여름휴가를 다녀온 것 외에는 병원 밖을 나가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C씨는 "월차, 연차를 간다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며 "대다수 전임의들이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전임의가 없으면 당장 불편한데 교수들이 휴가를 보내주겠느냐"면서 "교수들이 학회에 참석하거나 휴가를 갈 때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도 전임의"라고 한탄했다.
2년전 전임의 과정을 마치고 봉직의로 일하고 있는 B씨. 그는 "수련병원들이 싼 값에 전공의들을 부려먹는 것도 모자라 전임의들까지 착취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레지던트 4년 동안 온갖 잡일만 시키고 수기교육을 전임의 과정으로 올려 다시 2~3년, 길게는 10년간 또 부려먹고 있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렇다고 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도, 휴식이 보장된 것도 아니다. 특히 당직을 서는 전임의들도 많아 오히려 전공의보다 못한 생활이다.
내과 분과 전임의인 D씨는 "밤 12시 이전에 퇴근해본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할일이 없어도 교수 눈치보고 전공의들 챙겨주고 하다보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라면서 "오전 7시에 출근해서 다음날 새벽까지 쉴 틈조차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적은 월급에 시달리다보니 잘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당직을 서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말하는 전임의도 있었다. 어차피 교수들 눈치를 보느라 퇴근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당직비라도 버는 게 좋다는 것이다.
서울의 대학병원에서 근무중인 P씨는 "퇴근하기도 부담스럽다보니 오히려 당직이 있는 날이 더 홀가분할 때가 많다"며 "당직비로 몇 만원이라도 나오면 생활비로 쓸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 아니냐"며 자조 섞인 농담을 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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