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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사무장에 대한 부당이득 청구

김범한 변호사
발행날짜: 2011-05-30 06:10:14

김범한 변호사(종합법률사무소 서로)

영업허가를 받지 않은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에는 낸 밥값이 부당이득?

그 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사무장병원에 대한 부당이득 환수의 문제에 있어서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을 근거로 의사에 대하여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해왔다.

그런데, 최근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의사뿐만 아니라 사무장에 대해서도 민법상 부당이득 혹은 불법행위를 이유로 환수처분을 했다.

이와 관련하여 병원사무장이 부당이득반환 혹은 손해배상 채무의 부존재를 구하는 민사사건에서 법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러한 법원의 판단이 과연 정당한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인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사무장에 대한 부당이득의 환수통보는 행정청의 상대방에 대한 침익적 행정행위로서 처분에 해당한다. 행정청의 처분은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법률유보 원칙의 적용영역에 대하여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지만, 침해행정의 경우에는 법률유보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국가의 행정이 국민의 자유와 재산권에 대한 침해가 문제되는 경우에 법률의 근거가 필요한 것은 헌법 제23조 제1항, 민주주의원리, 법치국가원리에 비추어 보더라도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행정청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병원사무장에 대한 침익적 처분인 부당이득환수처분은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병원사무장에 대하여 부당이득의 환수처분을 할 수 있는 근거는 건강보험법은 물론 다른 법령에서도 이를 찾아볼 수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단지 민법상 부당이득 혹은 불법행위를 이유로 침익적 행정처분을 한다면, 이는 법률유보의 원칙에 반하는 처분으로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여 무효에 해당한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당이득 혹은 불법행위인가?

위의 논의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과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사무장병원에 지급한 요양급여비용을 두고 이를 민법 제741조의 원인 없는 부당이득으로 볼 수 있는지, 아니면 사무장병원이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손해를 가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우리는 논의에 앞서 국민건강보험의 목적 및 구조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민건강보험은 보험원리에 의거 국민들이 평소에 보험료를 내어 기금화하였다가 보험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험급여를 해줌으로써 국민상호간에 위험을 분담하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보장제도이다.

개인의 건강은 사회적 책임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사회연대성 원리에 따라 보험가입이 법적으로 강제되고,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보험가입자의 대리인 역할을 담당한다.

즉,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험자, 국민이 보험계약자로서 보험계약이 성립하고, 국민의 상병(傷病)이라는 보험사고가 발생하여 국민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진료비 중 일정부분을 국민을 대신하여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구조가 바로 국민건강보험제도인 것이다.

의료기관과 국민간의 진료계약을 살펴보면, 의사는 국민에게 의료법상 면허 있는 의사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여 진료를 해줄 채무를 부담하고, 국민은 진료에 대한 대가로서 의료기관에 진료비를 지불할 채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진료계약의 당사자인 국민에게 있어 의료기관이 사무장병원인지 여부는 진료계약에 있어 중요한 내용이 아니고, 의료법상 면허가 있는 의사에 의한 진료인지 여부가 중요한 내용이 된다(실질적으로 사무장병원에서의 의사의 진료와 의료법상 적법한 의료기관에서의 진료가 질적으로 다른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무장병원이라는 사실이 진료계약을 무효화 할 수 없음은 물론, 환자가 의료기관에 지불한 진료비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지급한 요양급여비용 또한 면허 있는 의사의 진료에 대한 정당한 대가인 것으로 이를 부당이득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 그 식당이 식품위생법 제37조 제1항의 영업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해서 음식값을 지불하지 않거나, 혹은 지불한 음식값을 되돌려달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손님이 식당에서 밥을 먹은 이상 손님이 지불한 비용은 음식에 대한 정당한 대가이기 때문이다. 손님이 밥값을 내고 그에 상응하는 음식을 제공받은 이상 어떠한 손해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물론 허가를 받지 않고 영업한 식당에 대하여 행정청이 식품위생법상 영업정지나 과징금, 과태료 처분을 할 수는 있지만 이 또한 식품위생법상에 근거가 있어야 함은 법률유보의 원칙상 당연한 것이다.

과징금의 부과에 있어서 식품위생법 제82조 제3항 제3호 ‘과징금 부과기준이 되는 매출금액’의 규정에서 알 수 있듯이, 과징금은 행정상 제재금으로서의 기본적 성격에 부당이득환수적 요소도 부가되어 있는 것처럼 허가 없이 한 영업에 대한 제재로서 영업이익을 박탈할 때에도 법적 근거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식당에서 밥을 먹은 손님에게 있어 손해란 식당에서 밥을 먹고 배탈이 난 경우 등 음식물 자체에 하자가 있는 경우를 말할 것이고, 단지 영업신고를 안했음을 이유로 손님에게 불법행위 혹은 부당이득에 있어서의 손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동일한 논리로 의사의 진료행위로 인한 손해도 의료과실의 경우에 문제가 되는 것이지, 사무장병원이라는 사실만으로 의료기관이 환자로부터 받은 진료비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요양급여비용이 부당이득이 되거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위와 같은 논리가 사무장병원의 폐해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행법 규정의 해석상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지급한 요양급여비용은 이를 병원사무장으로부터 환수할 법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부당이득으로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의료법 제87조는 사무장병원의 사무장에 대하여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의료법의 처벌규정이 적절한가에 대한 입법론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사무장병원의 폐해에 따른 필요성만으로 사무장에게 법적 근거 없이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하는 것은 법치국가의 원리에 반하는 것은 물론, 법원의 법치행정에 대한 과도한 개입으로 삼권분립에도 반하는 것은 아닐까?

김범한 변호사(종합법률사무소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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